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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작당 한옥 대문 활짝 열린 날
잡지에 소개했던 집을 정기구독자에게 오픈하는 특별한 이벤트 ‘행복작당作黨’의 세 번째 이야기가 북촌에서 펼쳐졌습니다. 전통을 지키되 현재를 사는 한옥 지우헌을 비롯해 한국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외국인의 집, 주인장의 취향을 꾹꾹 눌러 담은 작업실 겸 게스트 하우스, 문화 공간 등 열한 곳의 대문이 활짝 열렸지요. 가을 햇살이 좋아서, 한옥의 멋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북촌 골목을 거니는 모든 순간이 좋았던 사흘간의 ‘행복작당 북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로소와 이솝의 전시로 채워졌던 이음 더 플레이스.
“살어리 살어리랏다, 한옥에 살어리랏다. 아침 햇살이 한지바른 방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누마루로 불어오는 저녁 바람을 느끼며 한옥에 살어리랏다.” 지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북촌 일대에서 진행한 행복작당을 찬찬히 둘러본 후 현대판 한옥별곡을 만든다면 이렇지 않을까.

행복작당은 <행복>을 열독하며 남다른 애정을 지닌 정기구독자만을 위한 특별한 행사로, 본지에서 취재해 소개한 공간을 구경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형식의 초대 이벤트다. 그동안 글과 사진으로 만났던 한옥에서 하루 반나절의 호사를 선사하기 위해 열한 곳의 공간을 섭외했고, 이러한 경험을 극대화해줄 브랜드와 작가, 스타일리스트 등과 협업해 전시를 선보였다. 21일 오전 10시 30분, 지우헌을 비롯해 열한 곳의 대문이 열리자 각 스폿으로 향하는 관람객의 발끝에서 한옥 구경과 전시에 대한 설렘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모로소, 일룸, 이솝, 수려한, 크리에이티브랩 등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가치를 담은 제품은 한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며, 허명욱 작가의 옻칠 작품과 박찬우 작가의 사진 작품, 오관진 화백의 동양화 작품 등 전시는 마음속 깊이 잔잔한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배렴가옥에서 전시한 박홍구 작가의 나무 소반과 화병.

평행재의 부엌 공간. 나무 식탁과 허명욱 작가의 옻칠 테이블웨어의 조화가 아름답다.

한옥에 앉아 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는 독자들의 모습.

주요 스폿마다 비치해 독자들의 갈증 해소를 도운 몽베스트 생수.

모든 종이 쇼핑백을 에코백으로 교체한 대신증권의 에코백을 독자에게 증정했다.

지우헌 식탁에서 센터피스 역할을 톡톡히 한 수려한의 진생에센스 3주년 한복 에디션.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솝의 휠 오 드 퍼퓸 아로마 워크숍.

시리재의 정원에서 재즈 트리오 브라운의 공연도 열렸다.

지우헌 대청마루에서 만난 <행복>의 30년.
첫째 날은 독자를 위한 특별한 행사도 열렸다. 덴스크가 재즈 트리오 브라운을 초청해 시리재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재즈 공연을 펼친 것. 익살스럽게 리듬을 타는 트럼펫을 중심으로 콘트라베이스의 에너지 넘치는 울림, 기타의 경쾌한 선율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타고 퍼져 나갔다. 이솝은 이음 더 플레이스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열어 관람객과 소통했다. 지우헌에서는 북촌을 부지런히 걸어 다니는 독자들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몽베스트에서 제공한 생수와 대신증권의 에코백을 무료로 증정했다. 대청마루에는 <행복>의 30년이 담긴 과월호를 배치했는데, 독자들은 오래된 잡지를 넘겨보며 웃 음 지었다. 또 각 스폿마다 <행복>기자와 직원들이 상주해 공간과 행사 취지를 설명해줘 “구경할 맛이 난다” “책 속에서만 보던 공간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니 행복하다”등 독자의 호평이 쏟아지기도. 서촌에서 진행한 지난 행사보다 관람객이 50% 이상 늘어 2천4백21명이 다녀갔다.

평행재의 주인이자 관람객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방송인 마크 테토는 “전시 콘텐츠의 수준과 한옥을 대하는 독자들의 관심이 인상적이었다”며 내년에도 기꺼이 집을 공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프라마Frama의 대표 닐스 스트뢰위에르 크리스토페르센Niels Strøyer Christophersen은 “프라이빗한 전통 한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경험이다. 장인 정신이 녹아든 공간을 거닐면서 한국 문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 경관과 한옥, 브랜드의 전시가 어우러지는 조화가 강렬했다. 해외 언론을 초청해야 하는 수준 높은 전시”라며 놀라운 반응을 보이기도. 회를 거듭할수록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행복>만이 할 수 있는 행사라 평가받는 행복작당. 한국적 미감이 느껴지는 공간, 동서양을 넘나드는 디자인적 가치, 특별한 체험과 일상으로의 회귀는 <행복>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지식이 아닌 공감각적인 감성 체득, 이것이 곧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가치가 독자들에게 전해졌길 바란다.


모로소+이음 더 플레이스
가구, 또 하나의 풍경이 되다



전통의 품격과 현재의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잇는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한옥, 이음 더 플레이스. 대문을 지나 폭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쉬엄쉬엄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본채와 정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는 다채로운 색감과 디자인이 유쾌한 가구를 이음 더 플레이스 곳곳에 들여놓았다. 모던하게 디자인한 포석정이 자리한 정원에는 토드 분체가 디자인한 섀도 체어를 놓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가구 하나만 놓았을 뿐인데 한국적 미감을 품은 정원을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순식간에 바꿔놓은 것. 그 앞으로는 마크 토페가 디자인한 허스크 체어를 전시했는데, 노란색과 검은색 그물망을 촘촘하게 엮어 완성한 선 사이로 한옥의 처마와 창살이 겹쳐지면서 다채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벽 한 면을 유리로 구성해 빼어난 차경을 품은 사랑방에는 마이 뷰티폴 백사이드 소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소파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 서울 전경이 안마당의 풍경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란! 한옥과 현대적 디자인의 절묘한 어울림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솝+이음 더 플레이스
공간과 향을 잇다



행사 기간 내내 이음 더 플레이스의 아래채에는 시원한 우드 향이 감돌았다. 북촌 일대를 오르내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맑고 차분하게 해준 향의 정체는 이솝의 휠 오 드 퍼퓸. 9월 25일 출시를 앞두고 행복작당에 선공개한 이 향수는 조향사가 일본의 히바 고목과 이끼로 가득한 숲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이솝은 정적이고 묵직한 우드 향에 톡 쏘는 악센트를 더한 향을 극적으로 전하기 위해 본채 정원이 내다보이는 긴 통로를 따라 신비로운 이끼 숲을 창조했다. 덕분에 아래채에 들어서는 순간 후각과 시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통로 끝 방에는 이 향수의 영상과 음악이 흘러나와 향에 몰입하게 했고, 직접 향의 재료를 만져보고 맡아보는 아로마 워크숍도 두 차례 열렸다. 호주에서 공수한 벽돌로 외벽을 쌓아 한옥의 색채를 살린 공간과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의 만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허명욱 작가+평행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예술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 마당, 부엌 창 너머로 한옥의 기와지붕이 포개지는 모습, 취향 담긴 가구로 공간 곳곳을 채운 모습까지. 한국적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방송인 마크 테토의 한옥 평행재다. 옻칠을 매개로 순수 미술과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펼치는 허명욱 작가는 이 집을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깊어지는 옷칠만의 미감이 한옥과 만나 고유한 ‘우리’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것은 단연 대청마루와 서재에 놓인 아톰이었다. 허명욱 작가는 만화 캐릭터 아톰에 옻칠을 더해 개성 넘치는 오브제를 완성했는데, 팔짱을 끼거나 주먹을 쥐고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모습이 유쾌함을 자아냈다. 북촌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부엌은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산 공간! 식탁 위를 허명욱 작가의 테이블 매트와 옻칠 그릇으로 세팅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덴스크+시리재
감도 높은 공간으로 초대




한스 웨그너의 빈티지 테이블을 두었을 뿐인데 한옥에 색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루이스 폴센의 VL45 조명등이 더해지니 공간의 감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북유럽 빈티지 가구 브랜드 덴스크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에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불어넣는 방법을 명확하게 일깨워줬다. 소담한 정원이 아름다운 한옥 시리재에 전통과 장인 정신이 깃든 북유럽 디자인 가구를 전시해 감각 그 이상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최근식 작가의 패싯Facet. 벽에 걸어 사용하는 캐비닛으로 물건을 담는 상자이자 문을 열면 책상이나 화장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구로, 입체적 형태가 독특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신전 건축양식의 요소인 들보와 기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사이드 테이블인 탬테이블도 만날 수 있었다. 덴스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패턴을 디자인 전문 회사 캘리타앤컴퍼니와 협업해 실크스크린 공법으로 인쇄한 프린트 작품과 한스 웨그너가 1950년대에 제작한 빈티지 CH22 의자, 프라마Frama의 의자도 한옥에 잘 어우러졌다.


크리에이티브랩+능소헌과 청송재
궁극의 안락함을 엿보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 현대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멋스럽게 녹여낸 한옥이라 평가받는 양태오 디자이너의 자택이자, 스튜디오인 능소헌과 청송재에는 최상의 편안함을 선사해줄 침실이 나타났다. 크리에이티브랩은 영국 전통 핸드 크래프트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 베드와 양태오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든 문Moon 침대를 선보인 것. 긍정과 기쁨,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상징인 달을 모티프로 헤드보드를 제작한 침대 디자인이 놀라웠다는 평. 특히 양태오 디자이너는 달이 행운과 부를 상징한다는 동아시아의 사상과 현대인의 생활을 접목해 사람들을 평화로운 잠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훤히 보이는 공간에 문 침대가 놓이는 순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안채 대청에는 르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LC1 체어와 카시나의 LC4를, 능소헌 마당에 놓인 지우산 아래에는 구비 의자를 두어 한옥에 멋을 더했다.


라도+버텍스 디자인
동서양의 혁신적 디자인이 만나다



한옥 가운데 유일한 양옥인 버텍스 디자인은 정원과 텃밭을 끌어들인 철골 주방으로 작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화제를 모은 김택수 소장의 건축 사무소다. 실용미를 강조한 이곳에 스위스 시계 브랜드 라도를 전시한 것은 완벽한 조화! 혁신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버텍스 디자인과 라도의 만남은 신의 한 수처럼 절묘하게 느껴졌다. 라도는 세계적 디자이너 6인과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공개했는데,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샘 아모이아와 협업한 트루 블레이즈는 반짝이는 실버 다이얼이 특징이어서 여성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와 협업한 트루 씨클로는 새틴 느낌의 오목한 실버 다이얼과 무광 세라믹 케이스를 매치해 모던한 느낌의 시계다. 폴란드 건축 디자이너 오스카 지에타와 협업한 트루 페이스는 거울처럼 반사되는 오목한 스틸 다이얼과 세라믹 케이스를 매치해 미래적 느낌이 물씬 난다. 스위스의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과 협업한 트루 포스포는 무광 세라믹 케이스에 구멍 난 황동 다이얼을 매치해 스켈레톤 시계보다 현대적이어서 라도의 정신과도 잘 맞는다. 일본 디자이너 쿠니히코 모리나가와 협업한 트루 섀도우는 햇볕에 노출되면 다이얼이 어두워졌다가 해가 지면 회색으로 변해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를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디자이너 라이너 머치와 협업한 트루 스트라툼은 계단식 다이얼에 세라믹 모노블록 케이스를 더한 시계다. 라도의 시계를 전시한 2층과 연결된 테라스는 겹겹이 이어지는 한옥 지붕을 눈앞에 두고 가회동 전경과 남산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이어서 독자들이 가장 많은 인증샷을 찍은 곳 중 하나다. ‘상상할 수 있다면 실현할 수 있다’는 라도의 철학이 눈앞에 펼쳐져, 순간이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색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마도베+채연당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바람은 쉬어 가는 곳




각진 대지를 역으로 활용해 누를 만든 지혜가 돋보이는 채연당은 일본의 풍부한 감성을 담은 패브릭 전문 브랜드 마도베madobe가 신선한 색을 입혔다. ‘가회동의 빛’이라 불리는 채연당의 1층을 자연스러운 색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채운 마도베는 오가닉 리넨과 면을 사용한 커튼과 소가죽과 울을 패치워크한 러그로 소박한 한옥에 모던한 감성을 더했다. 한쪽에는 울 러그와 비즈 쿠션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장식하고, 열어 젖힌 한지 창문에는 하늘거리는 잎사귀 패턴의 커튼을 달아 차 한잔 즐기며 쉬어 가고 싶게 만들었다. 부엌 위 다락방에도 작은 쿠션을 두어 낮잠 생각이 절로 든다. 지하에는 마도베의 가을ㆍ겨울 신제품인 트라이벌Tribal 시리즈를 전시했다. 에스닉한 아프리칸 자수와 입체적 테이핑 기법, 아프리카가 연상되는 색과 모티프의 패브릭으로 이국적 공간을 만들어 1층과는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가을의 빛과 색을 한층 고조시켜 가을이 길었으면 하고 바라게 하는 공간이었다.


일룸+물나무랩(봉산재)
창작과 쉼이 있는 한옥 공방


아날로그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물나무사진관 김현식 대표의 물나무랩은 앙증맞은 실내 정원을 작은 방들이 둘러싸고 있는 한옥이다. 활판인쇄 작업실 겸 공방, 물나무랩으로 단장해 행복작당을 통해 처음 공개한 이 곳은 창작과 쉼이 있는 작가의 한옥 공방을 콘셉트로 일룸이 전시를 진행했다. 활판인쇄기와 사무 집기가 놓인 방을 지나면 햇살이 내려앉는 휴식 공간에 구름이라는 뜻의 리클라이너, 볼케를 만날 수 있었다. 동양인 체형에 꼭 맞도록 설계해 기존 리클라이너보다 작고 슬림하며, 한국 가정에 많이 사용하는 우드 계열 가구와 어울리는 컬러라 한옥과 리클라이너라는 이질적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또 사랑방 공간에는 홈 라이브러리 리브레 시리즈를 전시했다. 서재, 작업, 취미 생활 등 공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리브레 시리즈는 책장과 패밀리 테이블, 벤치, 의자 등으로 작지만 알찬 공간을 완성해 한옥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몰입과 여유, 열정과 평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가을마중+배렴가옥
가을 풍류를 즐기다


20세기 동양화가 배렴이 살았던 한옥 배렴가옥에서는 스타일리스트 민송이와 협업해 우리 고유의 세시 풍속 ‘추분’ 을 주제로 가을 풍류를 현대적 공예 살림으로 표현했다. 박성철, 김희원, 박수이, 박홍구, 하지훈, 우영미, 서정화, 이정혜, 곽수연 등 다양한 작가 작품으로 완연한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 것. ㄱ자형 안채의 대청에는 김희원 작가의 사진 작품과 하지훈 작가의 모던한 소반한 놓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금속을 두드려 제작한 박성철 작가의 찻주전자와 차통은 소반 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소품으로도 손색없었다. 우영미 작가의 패브릭 소품과 소반, 민화 작품을 매치해 꾸민 침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을볕을 쬐며 편히 머물다 가고 싶은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오관진 작가+한옥지원센터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채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옥지원센터에는 오관진 작가의 전시, <채움과 비움>을 진행했다. 한옥지원센터는 1백 20평 대지에 43평 규모로 지은 한옥이며, 주민 쉼터 겸 갤러리로 활용하는 문간채, 안채, 주민 도서관인 독서루가 있는 별채로 나뉜다. 이 중 문간채와 안채 곳곳에 오관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행복> 표지를 통해서도 소개한 바 있는 오관진 작가는 달항아리, 막사발 등 도자기를 그리는데, 상감기법을 활용해 파격적 작품을 선보인다. 바탕을 그린 후 도자기가 들어갈 부분을 칼로 도려내고 돌가루와 안료를 혼합한 재료를 도자기 형태로 다시 채워 완성한다. 2차원의 평면적인 캔버스에 시도한 실험적방식은 단아한 작품에 장인 정신을 덧씌운다. 군더더기 없이 맑은 오관진 작가의 작품은 마음에 가득 차는 여유를 느끼게 했다.


박찬우 작가+지우헌
흔한 것에 새로운 감정을 담는 눈


아래채와 위채로 나뉜 지우헌에서는 스톤Stone 시리즈로 유명한 박찬우 사진작가의 전시를 진행했다. 작가는 전국의 강가와 바닷가의 돌을 작업실로 가져와 다시 물에 담가 찍은 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다. 단단하고 묵직한 돌을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해석해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박찬우 작가의 사진은 전통을 지키되 현재를 사는 한옥이라 부르는 지우헌과 닮은 구석이 많다. 솟대처럼 생긴 구둣주걱, 한국적 장석을 더한 하지훈 작가의 이케아 철제 캐비닛처럼 흔한 사물에 미감을 더한 물건이 집 안 곳곳에 자리한 지우헌에는 스톤 시리즈뿐 아니라, 아래채의 커다란 흙벽에는 오픈북스Open Books를, 또 다이닝룸 가구 위에는 하모니Harmony 작품을 두어 공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수려한+지우헌
깊고 진한 한국적 아름다움


서울시 우수 한옥으로 꼽힌 지우헌에서는 한방 브랜드 수려한을 만날 수 있었다. 한옥 지붕을 모티프 삼은 백승호작가의 금속 조각과 도끼질하다가 튀어나온 나뭇조각을 집으로 승화한 최승원 건축가의 작품 등 집 안 구석구석 구경할 것 천지! 지우헌에 자리한 수려한 역시 때론 작품처럼, 집의 일부처럼 보였다. 긴 창문을 통해 기와와 인왕산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부엌에는 전통 향낭과 노리개를 입은 수려한 진생 에센스 3주년 한복 에디션이 집주인의 물건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었다. 다실 테이블에는 비녀를 형상화한 천삼 선유 라인 5종을 두었고, 다실 남쪽으로 보이는 담과 뒷집의 대나무를 배경으로 꽃살 무늬를 용기에 녹인 연 실크 루즈, 백자의 자태를 담은 비책자단 메탈 쿠션 파운데이션을 전시해 해 질 녘 석양이 다실을 가득 채울 때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완성했다.


대한민국 명인명장 한 수+취죽당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하고, 예송 고건축 박석규 대목의 손길로 완성한 한옥, 취죽당. 귀여운 돌우물이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로 나뉜 취죽당에는 대한민국 명인명장 한 수의 팝업 스토어가 들어섰다. ‘한옥에서 맞는 추석’을 주제로 한국 명장들의 수작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문을 들어서는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랑채 마루에는 오색 보자기 바구니와 옻칠 텀블러, 바구니 소재의 브로치 등이 놓였다. 민화 병풍 앞에는 자개 수납함, 주병 세트, 다도 세트 등을 두어 한옥을 방문한 추석 손님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본채에는 소반 위에 나전 옻칠 텀블러, 컵, 백자 주전자 세트를 두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관람객도 많았다. 본채 마루에 놓인 주름 천 가방과 작은 그릇 등 기꺼이 지갑을 열 만한 실용적이고 합리적 제품이 많아 순간을 기념하기에도 그만이었다. 명인 명장이 만든 전통 아이템을 만나고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였다.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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