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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미감을 더한 아파트
고가구, 다도, 전통 디자인을 사랑하는 아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아파트에 한국적 미감을 더한 진승현・손소옥 부부. 전통과 모던 스타일을 균형 있게 녹여내고자 단청 색에서 차용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독특한 디자인의 제작 가구와 서예 작품으로 집을 꾸몄다. 동갑내기 10년 차 부부의 뭉근한 매력을 닮아 정갈한 이 집의 레노베이션 스토리를 주목해보자.

1 시동생이자 국전 초청 서예 작가인 진승환의 작품으로 연출한 한국적 느낌의 벽 꾸밈. 
2 창틀 높이에 맞춰 제작한 낮은 선반장과 창살을 살린 창문으로 아늑한 느낌을 더한 부부 침실.
단청 색인 짙은 보라에 서예 작품을 매치해 전통적 느낌을 살린 현관

오랜 시간 미국에서 산 손소옥 씨는 늘 한국과 우리의 전통을 동경해왔다. 그래서 네 번 이사한 끝에 구입한 역삼동 79.33㎡(24평) 아파트는 레노베이션을 하기에 앞서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스타일로 꾸미고자 마음먹었다. “첫디자인 미팅부터 마지막 스타일링까지 놓지 않은 콘셉트입니다. 모던이나 전통 중에서 한 가지 느낌만 구현하는 것보다 어려운 주제지만 오히려 집의 큰틀을 디자인하는 데 길라잡이가 되었어요.”

집을 둘러보면 눈에 띄는 전통 요소나 디테일이 없는데도 ‘전통’과 ‘모던’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디자이너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이 집의 구조를 설명했다.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아파트 레노베이션에도 자연스레 건축 설계 과정을 적용한다는 박선영 디자이너. 건축에서는 공간을 선이 아닌 덩어리(mass) 개념으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매싱한다”라고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배치, 동선, 채광, 환기, 조명, 공간의 내・외부와의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해 집의 볼륨감을 잡아간다. 마치 목구조를 세우듯 기본 구조에 벽과 천장을 더하고 빼면서 디자인한 결과, 전통 느낌을 살린 집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은 현관. 원래 현관에서 거실이 바로 보이지 않는 일자 형태의 구조였는데, 박선영 디자이너는 가벽을 세워 사선 형태의 작은 전실을 만들었다. 신발장과 간이 의자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셈. “일자 형태일 때와 사선 형태일 때의 면적을 계산해보면 똑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가벽을 세우면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답니다. 너무 좁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발장은 거울로 마감해 개방감을 주었고요.” 박선영 디자이너는 한 겹을 막았을 뿐인데도 단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며 중문의 장점을 강조했다

1 키 큰 책장과 AV 선반장은 모두 맞춤 제작한 가구. 바닥은 흰색 무광 타일로 마감해 깔끔한 느낌을 더했다. 
2 툭 튀어나온 날개벽에 서예 작품과 다구, 고가구를 매치해 전시 공간처럼 꾸몄다. 
3 전통 왕관 모양의 거울과 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린 세면대 하부장, 슬라이딩 도어로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전통을 취하는 세 가지 방법
‘한국적이되 모던할 것’이라는 기본 콘셉트를 고수하고자 이 집에 사용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 단청 색에서 차용한 포인트 컬러와 차별화한 디자인의 제작 가구 그리고 예술 작품이 그것이다. 최근 레노베이션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컬러 포인트. “보통 한 집에 적게는 6~7종, 많게는 10종의 컬러를 사용하곤 합니다. 전체 콘셉트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은 면적으로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레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제가 가장 신중을 기하는 부분이 바로 색상이에요.” 박선영 디자이너는 먼저 콘셉트에 맞는 포인트 컬러를 두 가지 선정한 후, 그에 맞는 베이스 컬러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 집의 포인트 컬러는 단청 색깔 중 하나인 짙은 보라색과 청록색 그리고 파란색. 짙은 보라색은 현관 가벽에 도장하고, 청록색은 안방 화장실에 칠했으며, 파란색은 서재에 딸린 발코니의 조각 타일로 더했다. 컬러나 특징 있는 마감재로 자투리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칙을 구현한 셈이다.

이 집은 79.33㎡이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기본적으로 천고가 높다. 그래서 확장 공사를 마치고 나니 여느 20평대 아파트에서는 찾기 힘든 개방감이 돋보인다. 특히 일직선 형태의 부엌은 천장을 확장하니 깊이감 있는 공간으로완성되었다. 그리고 높은 천장과 부족한 수납공간을 고려해 거실에 키가 큰책장을 제작해 설치했다. 책장은 남편을 위한 가구로 책과 소품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해달라는 세심한 주문에 따라 하부장을 따로 분리해 문을 달았다. ”내 집의 크기와 스타일에 꼭 맞는 가구를 만들 수 있어 최근 제작 가구의 인기가 높습니다. 이곳에는 거실 책장을 포함해 침실과 베란다의 수납장, 화장실의 거울장과 선반 등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물푸레나무 집성목을 사용해 기존 가구와 잘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박선영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인 제작 가구 중 하나가 바로 욕실 거울장. 특히 침실에 딸린 욕실에 설치한 거울은 왕관 형태로 디자인했는데, 청록색 벽과 매치하니 안주인의 공간인 안방 느낌을 여실히 드러내 아내의 만족도가 높다.

4 서재에 딸린 발코니는 푸른색 조각 타일로 마감하니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5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고 노란 타일로 포인트를 준 주방. 
6 불규칙하게 칸을 나눈 책장과 현관의 짙은 보라색, 서예 작품의 회화적 느낌이 어우러진 거실.

침실은 전통 문창살을 재현한 창문과 키 낮은 장으로 힘을 주었다. 특히 창문의 유리 부분은 한지의 질감을 살린 아크릴을 사용해 한지를 바른 듯한 부드러운 느낌은 살리되 실용성은 높였다. 취미로 다도를 즐겼다는 아내의 다구와 평소 하나씩 모은 고가구도 눈에 띄지만, 이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장큰 오브제는 서예 작품이다. “시동생이 서예 작가라 저희 부부를 위해 글씨를 써주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구입하기도 해요. 글씨인데도 굉장히 회화적이고 모던한 느낌이어서 저희 집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내 손소옥 씨는 시동생의 작품이 집 안에서 보다 ‘작품’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인테리어 과정부터 디자이너와 작품을 걸어놓을 위치와 높이 등을 의논했고, 지금의 자리를 찾았다. 침실 문과 맞닿아 대칭을 이루거나 거실의 날개벽, 현관의 짙은 보라색 벽과 어우러지는 식이다.

자신의 취향과 의견이 적극 반영된 집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는 진승현・손소옥 부부. 두 명이 엉덩이 한 쪽씩 걸칠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부부는 오늘도 서재에 딸린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벽부터 바닥까지 하나하나 붙인 푸른색 조각 타일과 싱그러운 화분이 어우러져 집 안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그들만의 시크릿 가든에서.


박선영 디자이너가 말하는 이 집의 완성도를 높이는 숨은 디테일
바닥 마감재는 모두 다른 질감으로! 부실마다 기능에 맞는 바닥재를 제안하는 편. 이 집은 침실과 서재에는 다른 종류의 마루를, 거실에는 흰색 무광 타일을 깔았다. 타일은 열기와 냉기를 보존하는 시간이 길어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재료다. 그러나 타일마다 두께가 달라 시공하기 까다로우니 바닥면의 상태 그리고 벽과 천장의 질감이나 컬러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마인드 인테리어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와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을수록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공사 전 최소 3개월 정도는 논의해야 한다. 이 집의 경우 제작 가구를 디자인할 때 원목과 합판의 장단점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했고, 집에 걸고 싶은 작품도 디자인 과정부터 의논해 꼭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조명등 배치 직업 특성상 서류나 책을 보는 일이 잦은 남편은 사용자 입장에서 서재 인테리어에 적극 참여했다. 서재 조명등 때문에 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그것. 머리 위로 조명등을 설치한 뒤 빛이 책상 앞쪽에서 비추도록 해 그림자가 머리 뒤에 생기도록 설계했다.


디자인과 시공 오스케이프(02-738-7811, www.o-scap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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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