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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빅토리아항의 28층 아파트 도시 위의 마천루 청명한 하늘에 맞닿은 옥상
까마득히하늘로솟은고층 아파트, 그속에서바라보는스펙터클한도시의전망은고층아파트이기에누릴수있는 일상의보너스다. 홍콩빅토리아항부근의이아파트는쓸모없이버려지기쉬운옥상공간을꼭대기층세대만을위한특별하고독립적인테라스로만들었다. 빛으로 가득찬계단을올라가면나타나는옥상테라스에서 인공의스카이라인을배경으로펼쳐지는하늘의파노라마를감상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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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땅, 넘치는 인구의 대안으로 등장한‘아파트’라는주거 형태는 획일적이고 제한적이며 외부와 단절된 그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탄생후시대를거듭하면서 진화하는 중이다. 국내 건설업체에서도 세대마다 다른 공간구성, 기능에 감성까지 더한 디자인 등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집으로서의 아파트를 꿈꾸며 여러가지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못지않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도시 홍콩에서, 아파트 옥상을 독창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어 시선을 끈다. 홍콩 빅토리아항 근처에 위치한 이아파트는 꼭대기층이라는 입지를 이용해옥상테라스라는특별한공간을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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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인은 이제 막결혼한 맞벌이 커플로, 사진가인 남편과 금융가로 일하는아내. 호주 시드니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살았던 이들은 평소집이단순히 생활을 위한 물리적인 장소에 머무르기보다 생활을 한층 풍요롭게만들어줄 수있는 정서적인 곳이기를 바랐다. 그런 점에서 빅토리아항 너머로홍콩섬 전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이아파트를 발견한 것은이부부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빌딩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과 불꽃놀이를 보면서 휴식하고 책도읽고, 때로는 친구들과 조촐한 파티도 열수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부부의 요구에 따라 전망이 멋진 아파트의 옥상 공간은 이세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독립적인하늘정원으로꾸며지게되었다.
 
1. 홍콩섬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을 테라스로 만들었다. 벤치를 넉넉히 두고 요리 테이블, 의자 등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데크를 설치해 이곳에서 전망을 즐기며 파티를 여는 데 손색이 없도록 했다.
2. 1, 2, 3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는 계단은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빛의 공간이다. 유리 소재를 적극 활용해 빛을 끌어들였는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천창의 그림자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4 어둠이 내리면 옥상 테라스의 전망은또 달라진다.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섬의 아름다운 밤 풍광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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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이옥상 테라스로 올라가는 계단은 빛으로 가득해서 계단바로다음에 나타날 공간에 대해좋은 예감을 품게한다.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한 깨끗한 화이트 계단은 유리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을받아더욱 하얗고 말갛다. 천창을 따라 지는 그림자가 태양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형상을드리우는 것도 볼거리. 계단 난간은 유리 소재이고, 계단을 따라 올라갔을때 야외 옥상과 연결해주는 부스도 화이트와 불투명 유리로 완성되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에 빛을 방해하는 그어떤 컬러도 쓰지 않은 셈. 이화이트부스를 지나 옥상으로 나가면 나무로 바닥을 마감한 시원스러운 테라스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오밀조밀 솟은 홍콩의 고층빌딩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이 불고 구름이 지나가고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볼 수있다. 비록부드러운 능선의 산과 들판이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은 아니지만, 그못지않은 낭만적인 감흥을 전해준다. 아파트라고 해서 포기할 뻔했던, 외부를 적극적으로 느낄 수있는 소통의 공간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시야를 막는소재를 피하기위해옥상테라스의난간역시강화유리를선택했다고.
도시의 풍광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있도록 옥상을 완성했다면, 아파트 내부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심플하고 깔끔한 외양을 위해 신경을 썼다. 30평정도 되는 공간은 침실, 욕실, 주방, 거실, 게스트 룸으로 구성되는데, 사진가인 남편 찰스의 직업,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아내 안젤라의 직업을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가 많고 수시로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나는이집을위해벽을이용한수납장등으로어지러운부분은최대한숨길수있도록했다. 색상은 심플하고 깔끔한 화이트 톤을 기본으로 하고 공간마다 스카이 블루, 그린 등의 화사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피로를 해소하는 공간인 욕실만은 예외로, 중성톤인 회색으로 편안하고 부담없도록 했다. 조명을 계획하는 데는 사진가인 찰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되었는데, 항상강한 빛아니면 완전한 암흑 속에서 작업하는 그는 집에서만은 중간톤의 은은한 조명을 원했다. 따라서 거실, 침실, 욕실등어디하나중앙등을 쓴곳없이, 천장 둘레를 따라 보이지 않게간접 조명등을 설치했다. 낮에는자연광이충분히들어오도록해인공의빛이필요없음은물론이다.
 
1. 위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깔끔하게 마감한 내부. 가족처럼 지내는 개를 고려해 마감재는 쉽게 스크래치가 나거나 손상되지 않는 소재를 선택했다. 앞쪽으로 보이는 스틸 바는 주방 조리대의 일부. 오른쪽불투명 유리문을 열면 본격적인 조리 공간이 나온다. 아래 왼쪽 침실 벽 중앙에 창을 내어 전망을 즐기도록 했고 TV를 좋아하는 남편을 배려해 한쪽에는 TV를 설치했다. 아래 오른쪽 침대와 함께 연결되어 디자인된 파티션은 가로로 쭉 펼치면 침실을 두 공간으로 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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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파트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것은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장치들. 특별히 디자인된 침대에는 블랙의 시크한 침대 헤드가 부착되었는데, 이는파티션 역할을 겸한다. 세로 블라인드 형태인 침대 헤드 겸파티션을 닫으면 침실은 두공간으로 분리되어 침대가 있는 쪽에서는 남편 찰스가 잠을자거나 TV를보고, 반대편 공간에서는 아내가 업무를 본다. 좁은 평형이지만부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독립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것. 침실과 함께 불투명 유리문이 메인 주방을 깔끔하게 숨겨주는 부엌도 주목할 만하다. 요리를 하거나 파티를 할때등필요에 따라문을열고닫아그에맞는적절한공간으로구획하는것이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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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디자인한 건축가 신혜원 씨는여느 아파트와는 다른 구조로 인해건축 허가를 받는 데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다.
“다른 아파트 세대에는 없는 옥상 부스가 포함되고, 집전체적으로 유리 소재를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허가가 까다로웠어요. 특히유리 소재가 비바람을막기에 충분히 강한지, 온전히 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지 검증받아야했지요. 그럼에도 고층 아파트의 가능성을 시험해본 케이스로 저에겐 재미있는 도전이었습니다.”기존에 존재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에는 항상우려와 의구심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를 무릅쓴 용감한 시도 속에서 발전은이루어지는 법이다. 지상 100m 위허공속에 고립된 것같은 아찔한 꼭대기층아파트에이멋진도시의풍광을일상으로끌어온것처럼말이다.

이 아파트를 설계, 디자인한 건축가 신혜원 씨는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ArchitecturalAssociationTheSchoolofArchitecture에서 수학했다. 이후영국, 독일,홍콩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 최근 귀국해 삼청동에 건축사무실 로컬디자인(02-720-6863)을열었으며 한국종합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콩 아파트 작업으로 아시아태평양인테리어어워드AsiaPacificInteriorAwards에서 수상의영광을 얻기도했다.
 
1. 왼쪽 재미있는 곡선 디자인이 돋보이는벽은 그 자체로 수납과 데커레이션의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오른쪽 집안에서 유일하게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지 않은 욕실 공간.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는 곳임을 감안해 부담 없고 편안한 중간 톤의부드러운 회색을 적용했다.
2. 오른쪽은 거실로 이어지고,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가 나온다. 이 아파트는 30평 남짓한 제한된 공간을 매우경제적으로 활용해야 했는데, 특히 계단의 경우 사람이 그 아래에 앉아 있거나 걸어 다닐 때의 높이를계산해 설치한 것이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