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명화 부럽지 않은 사진 한 장 걸기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실용 정보
사진 분야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많이 다니고 공부하고 경험하는 만큼 안목도 성국한다. 컬렉터이자 경매회사의 대표가 들려주는 컬렉션 노하우, 컬렉터. 사진 평론가.사진작가.미술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작가의 사진작품을 소개한다
사진작품  수집도
주식투자처럼 한 달 월급으로 시작하라
예술품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이면서 컬렉터이기도 한 K옥션 김순응 대표는 4~5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사진작품 구매를 권유해왔다고 한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술품을 수집해온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에게 사진을 포함한 미술품 수집에 관한 노하우를 들어본다.

요새 사진을 예술품으로 수집하려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런던에서 가수 엘튼 존이 배병우 씨의 소나무 사진을 2천7백만 원에 구입한 데 이어 금년 3월 열린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4천8백만 원에 팔렸거든요. 이 소식이 알려지니까 사람들이 ‘사진이 되는구나, 우리나라 사진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는구나’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사진작품이 해외에서 팔리기 전에는 우리나라 컬렉터 가운데 사진작품 소장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선진국 미술시장의 흐름은?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고, 예술시장에서 자리 잡은 것이 1980년대 중반입니다.

김 대표께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작품은? 배병우 씨의 소나무 사진과 구본창 씨의 인물 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옥션 대표로 있던 2001년에 처음으로 사진을 경매했는데 반응이 썰렁했습니다.(웃음) 그래서 나라도 사야겠다 싶어서 두 점을 구입했지요. 그때는 1백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한 열 배쯤 올랐습니다.

그때 경매에 함께 출품되었던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강운구, 구본창, 김병훈, 배병우, 오형근, 육명심, 정연두, 정주하, 주명덕, 한정식, 황규태 등입니다. 시장 조사 등을 통해 엄정하게 선정한 작가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도 낙찰률은 20~3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뿐일까? 사실 미술품이라는 게 유행을 많이 탑니다. 당대의 미의식이라든가 주거환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말, 서양화 붐이 일며 값이 오르기 전까지 국내 미술시장의 중심은 동양화였습니다. 1970년대 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트렌드가 바뀌었던 것처럼, 요즘 사진이 뜨는 것은 현대 주거공간의 스타일과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사진 시장을 전망한다면? 당연히 좋아질 거고 제 입장에서도 당연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진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사진작가들이 힘을 받을 것이고, 국제적인 경쟁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해외시장에서의 거래도 활발해지겠지요.

최근에는 사진 경매를 하지 않았는데…. 문의하는 분들이 많고 원하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봅니다. 경매를 하면 성공해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못 됩니다. 지난 4월 판화 및 종이작품 경매를 하면서 사진을 끼워서 한 적은 있습니다. 사진 경매만 단독으로 하기에는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5년 전의 사진 경매도 현대 미술품 경매와 함께 했습니다.

사진작품을 처음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작품을 구입하는 목적이나 동기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사진을 그냥 좋아해서 구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산적인 가치를 위해 구입하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사진을 좋아해서 구입한다면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되고, 새로 이사 가는 집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는다면 주거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찾으면 되지요. 하지만 만약 사진작품을 재산적인 가치로 생각하고 값이 오르기를 바란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어떤 사진이 뜨는지, 어떤 작가가 각광받고 있는지, 해외에서 인정받는 작가는 누구인지 등등에 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책을 많이 보고, 전시회에 다니고, 전문가들 만나서 대화 나누고, 경매회사에서 주최하는 경매에도 참가하고….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것과 똑같습니다.(웃음) 아파트를 사려면 잡지와 신문을 봐야 하고, 복덕방도 돌아다니며 정보를 구하잖아요. 만약 서울 시내 아파트를 구입하기 어렵다고 하면 수도권 어느 지역이 좋은지 알아보러 다녀야 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주식 투자를 하려면 블루칩을 살 것인지, 옐로칩을 살 것인지, 또는 주식을 사려는 회사가 어떤지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처럼 투자의 원리는 똑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어느 사진작가의 작품을 산다면 그 작가가 만드는 작품이 1년에 몇 점인지, 작품에 목숨을 거는 작가인지 등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 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풍경화나 정물화같이 예쁜 작품들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저는 컬렉터들에게 늘 “자신의 취향을 믿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취향이란 덧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K옥션 김순응 대표는 2001년 사진을 처음 구입했다. 그때 구입한 작품은 배병우와 구본창의 사진. 그가 구본창의 ‘인 더 비기닝In the beginning’(1994년) 옆에 섰다.
입문 시절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저는 좋아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러다 아예 본업을 바꾸어 이쪽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잖아요. 책이야 작품겧抉享쳄?미술관겴方?등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대로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컬렉션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부터 체계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안목을 키운 계기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되는 것이죠. 저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섭니다만 그간 구입한 작품 가운데 잘못 산 작품이 70~80% 정도 됩니다. 

예술품을 수집하는 입문자들에게 한 달 월급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진작품도 마찬가집니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지나친 금액으로 시작하면 만약에라도 실수했을 때의 손실액이 너무 커집니다. 반면에 10만~20만 원으로 시작할 경우에는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한 달 월급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전문적으로 수집하겠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큰돈으로 시작한다면 분산 투자를 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작가들의 작품(60%)도 있어야 하겠지만, 20~30대 신예작가들의 작품(40%)도 눈여겨봐야겠죠.

세계 미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하는 잡지와 인터넷 사이트는? 주로 참고하는 것은 〈아트 인 아메리카〉입니다. 그리고 영국 잡지 〈아트 리뷰〉, 주간지 〈아트 뉴스페이퍼〉 〈아트 뉴스〉 〈아트+옥션〉 등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참고하는 사이트는 아트프라이스(www.artprice.com)와 아트넷(www.artnet.com)입니다.

작품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제 눈에 작품은 곧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술성 다음에 인품을 봅니다. 예술가로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작가로서 자기 고집은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예술 철학을 갖고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호소력을 가진 작품들은 언제나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진 이우경, 이재희 객원기자

사진을 구입하는 세 가지 방법

작품이란, 작가의 작업실에 걸려 있을 때에는 예술작품이지만 전시가 열리고 컬렉터의 손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상품이 된다. 신진 작가를 발굴해 작품들을 예술 시장으로 이끄는 것이 화랑의 역할이라면, 작품들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은 경매회사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사진전 개최가 활발할 때에는 작품 선택이 비교적 용이하다.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대규모 전시는 물론 개인전도 자주 열리기 때문이다. 사진을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일단 갤러리의 문부터 두드리자. 사진전문 갤러리를 표방한 곳도 좋고, 사진전을 자주 개최하는 일반 갤러리도 좋다.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 시장 흐름과 사진 트렌드에 눈이 밝고 아는 정보도 많다. 호감 가는 작품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작품 가격을 물어보자. 전시를 보고 묻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수작을 품에 안게 될지도 모른다.

경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경매회사에서 열리는 행사에 꾸준히 참가하며 시장의 흐름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진 분야만을 특화한 경매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예술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안목과 경험을 두루 넓힐 수 있다. 국내 경매회사로는 서울옥션(02-395-0333, www.seoulauction.com) K옥션(02-2287-3600, www.k-auction.com)이 있다.

이밖에 1백만 원 미만의 금액으로 사진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로드비주얼에서 개최하는 ‘생활 속 문화 제안’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사진 판매 에이전시인 이곳에서는 올해에만 세 번의 사진 마켓 행사를 진행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사진작가들의 동참 아래 진행되는 덕분에 미래가 밝은 젊은 작가들의 사진을 1백만 원 미만에 판매한다. 9 26일까지 인사동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는 젊은 작가 40인의 작품(11×14cm 사이즈, 에디션 5, 특별 액자 포함) 15만 원에 판매한다. 이어 10월에는 국내 패션사진가들의 작품을, 12월에는 중견사진가 김중만 씨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문의 02-512-8739


김순응 대표의 첫 번째 직업은 은행원이었다. 하나은행 재직 시 30대 후반에 기사와 비서를 둘 정도로 ‘잘나갔던’ 그의 진로를 바꾼 것은 미술품 사랑. ‘사랑’ 하나만 믿고 23년간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옥션 대표로 경매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 전체 직원은 열 명도 안 되었고, 경매를 한다고 판을 벌리면 참가자가 5~6명밖에 되지 않았다. 비전을 만드는 방법은 하나, 경매와 자신을 알리는 길밖에 없었다. 미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신문에  칼럼을 연재했다. 그동안 읽은 미술 관련서만 줄잡아 1천여 권. ‘돌아보니 꽤 노력을 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때는 와신상담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지은 책으로 <돈이 되는 미술>(학고재)과 <한 남자의 그림사랑>(생각의나무)이 있다.

2001년에 프린트한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20장 중의 세 번째 에디션이지만, 인화지가 단종되어 5장밖에 프린트하지 않은 작품이다.    
김선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