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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House 19] 건축가 마영범 씨 12. 병산서원 앞뜰에 트레일러부터 세우련다
누군가는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가장 좋은 집이라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고 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행복이 가득한 집〉 에서는 창간 19주년을 맞이해서 ‘집’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여기 19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꿈꾸는 집, 그들이 꼽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를 공개합니다. 꿈의 현장, 드림 하우스에서도 그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꿈꾸는 집도 드림 하우스, 또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곳도 드림 하우스인가 봅니다. 이들의 꿈 속에서 여러분의 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어떨까요. 19명의 드림 하우스, 그곳에서 발견한 19개의 꿈이 이제부터 펼쳐집니다.

병산서원 앞뜰에 트레일러를 세운다니, 사막에서 스키 탄다는 소리처럼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에는 실제 두바이에서도 스키를 탄다니, 못할 것도 없겠다. 안동 병산서원은 건축가들이 손꼽는 아름다운 전통 건축물 중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곳이다. 건축가 마영범 씨도 지난봄 이곳을 처음 방문하고는 그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아직도 울퉁불퉁하고 비좁은 비포장 도로, 주위를 둘러볼 새 없이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에 오르면 그제야 눈앞에 펼쳐진 진경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일곱 칸이나 되는 긴 누각인 만대루에서는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과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넓은 모래사장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만대루에서 눈길을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바로 그곳에 건축가 마영범 씨가 점찍어둔 땅이 있다. 그는 그 자리에 빈티지 디자인의 트레일러 에어스트림Airstream을 한 대 세워놓고, 틈틈이 머물며 그 땅에 어울리는 집을 설계하고 싶단다. 처마의 불규칙한 라인이 산세와 하나 되어 흘러가는 만대루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는 집을. 그리고 서너 채의 작은 집을 옹기종기 지어 하나는 침실, 하나는 거실, 이렇게 사용하고 싶단다. 다도를 취미로 하는 그이기에 무엇보다 꼭 있어야 하는 공간은 다실. 다실은 아무것도 없이 비운 공간이면 족하다. 자연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병산서원처럼 공간을 채우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바로 사유思惟일 테니.

마영범 씨가 미래의 드림 하우스를 구상하는 작업실로 삼고 싶다는 에어스트림. 광고나 잡지 화보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일리시한 트레일러 에어스트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airstream.com)에서 찾을 수 있다.
심의주, 이정민, 손영선 기자, 박진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