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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House 19] 목수 이정섭 씨 6. 40년전 농협 비료 창고, 4년 후엔 나의 갤러리 내촌 창고
누군가는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가장 좋은 집이라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고 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행복이 가득한 집〉 에서는 창간 19주년을 맞이해서 ‘집’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여기 19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꿈꾸는 집, 그들이 꼽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를 공개합니다. 꿈의 현장, 드림 하우스에서도 그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꿈꾸는 집도 드림 하우스, 또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곳도 드림 하우스인가 봅니다. 이들의 꿈 속에서 여러분의 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어떨까요. 19명의 드림 하우스, 그곳에서 발견한 19개의 꿈이 이제부터 펼쳐집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강원도 홍천의 마을, 내촌 사는 목수 이정섭 씨가 동네 허름한 창고에 눈독을 들인지도. 지금은 폐허가 된 40여년 관록의 농협 비료 창고가 벌써 세 번이나 경매에 유찰되었으니 값만 제대로 치르면, 운까지 따라준다면 그의 몫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 벌써 이름까지 다 지어놓았다. ‘갤러리 내촌 창고’. ‘먹고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이정섭 씨는 이곳에서 소박해서 더욱 멋진 식당을 차리고(실제로 손으로 하는 일 중 가장 자신있는 것이 요리라고) 담백한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자신의 가구를 전시하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 전형적인 관공서 건물로,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천장고 8미터, 평수 1백 평의 창고를 바닥만 정리하고 갤러리로 쓸 참이다. 비료 창고를 사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40평짜리 작은 창고는 전통성이 남아 있는 모양새가 식당으로 쓰면 딱이지 싶다. 둘 다 멋 하나 없이 ‘목적’대로만 지어졌지만 묵은 맛이 훈장처럼 보태진 것이 보면 볼수록 반하게 된다고. 이곳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어찌나 극진한지, 행여라도 이곳이 다른 이들의 눈에 띄면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길까 봐 이번 드림 하우스 공개에 응하는 데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이처럼 내촌 농협 창고를 향한 그의 시선은 가히 경이롭다. 집이란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는 것이 아니던가. 이정섭 씨는 이미 1년이 넘게 마음으로 이 창고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심의주, 이정민, 손영선 기자, 박진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