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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House 19]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교 교수 이영우씨 1. 꿈도 노닐다 가는 해발 7백 미터 치악산 움막
누군가는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가장 좋은 집이라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고 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행복이 가득한 집〉 에서는 창간 19주년을 맞이해서 ‘집’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여기 19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꿈꾸는 집, 그들이 꼽는 최고의 집 ‘드림 하우스’를 공개합니다. 꿈의 현장, 드림 하우스에서도 그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꿈꾸는 집도 드림 하우스, 또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곳도 드림 하우스인가 봅니다. 이들의 꿈 속에서 여러분의 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어떨까요. 19명의 드림 하우스, 그곳에서 발견한 19개의 꿈이 이제부터 펼쳐집니다.


치악산에 남은 4개의 민가 중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움막, 해발 7백 미터인 그곳까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서…. 유영우 씨는 1천 번은 못 되더라도 족히 8백 번은 넘게 지게를 지고 오르내렸다. 워낙 산을 좋아해서 한겨울 가족들을 이끌고 산행을 감행하다 폭설을 만나, 해지는 산 속에서 기적처럼 발견한 민가에서 몸을 녹인 적이 있었다. 가족의 목숨을 건져준 그 집 주인이 소개해 준 곳이 바로 이 움막. 이렇듯 곤혹을 치렀음에도 치악산이, 그 움막이 무엇이 좋았던지 지붕만 그대로 두고 이리저리 자신의 요량대로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흙과 나무를 지고 오르기를 수백 번, 아내와 아이들 편하라고 가스 보일러, 양변기까지도 산 아래서 이곳까지 옮겨놓았다. 그것도 지금은 팔순이 다 되어가는, 당시에도 나이 일흔이 되었던 양친 부모와 함께.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꿈이 있어서가 아니다. 세속과 인연을 끊고 이곳에 와 두문불출할 작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모님의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드릴 아궁이 방 하나를 선물하고 싶었고, 그 자신은 무조건 평온하기만 했었을 어머니의 자궁 같은, 그런 곳 하나쯤을 갖고 싶었다. 최대한 촌스러운, 몸은 불편해도 마음만큼은 무조건 편안한 그런 집을 짓고 싶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유영우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아무리 못해도 한 달에 서너 번은 치악산 움막을 찾아 아궁이에 불을 때고 하늘 이불을 덥고, 바람 베개를 베고 눕는다. 시인 정용주 씨는 이곳 움막을 몽유거처夢遊去處, 꿈이 놀다 가는 곳이라 이름 붙였다. 유영우 씨의 꿈, 그의 소망은 치악산 기슭에서 이렇게 노닐고 있었다 .


1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유영우 씨가 직접 줄을 엮어 만든 안전한 그네 침대 위 낮잠으로 망중한을 즐긴다.
2
애견 영심이에게도 직접 만든 드림 하우스를 선물했다.
3,4 치악산 국립공원 매표소 부근까지만 차가 다니고 그곳부터 산 중턱까지는 너댓 개의 계곡을 지나는 산행을 해야 비로소 그의 움막, ‘몽유거처’에 도착할 수 있다. 아래 장작불에 군불 때는 맛과 멋이 이곳의 백미 중 하나다.

심의주, 이정민, 손영선 기자, 박진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