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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집을 말하다] 디자이너 김지호 빌딩 숲 속의 옥탑 원룸
이제는 ‘국민 주택’의 표준이 되어버린 아파트.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는 아파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모두가 이곳에 살고, 또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다양한 공간에서 개성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하늘 위에, 땅 아래에. 과감히 이곳을 보금자리로 택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났다. 하루 종일 햇빛이 넘쳐 흘러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쓴다 해도, 낮인지 밤인지 도무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해도 이처럼 좋은 집이 없다는 그들에게서 하늘 아래, 땅 아래, 그 특별한 공간에 사는 묘미를 들어보았다. 참, 그런데 여기서 재미 있는 사실 하나. 꼭대기와 지하에 사는 사람은 우연의 일치지만 모두 싱글 남자라 점. 지하가 좋을까, 하늘과 맞닿은 곳이 좋을까. 살아보지 않아 궁금하고, 살고 싶다면 더 더욱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 그것도 천상과 지하에서 ‘유아독존唯我獨尊’하는 여섯 남자의 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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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01 서울리빙디자인 페어 아트 디렉터로,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대학교 강사로…. 맹렬한 활동을 펼치는 ‘전방위 디자이너’ 김치호 씨.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인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빌딩 숲 사이로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옥탑 원룸.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에서 내린 후 옥상으로 나가 비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비로소 나타나는 전형적인 옥탑이다. 삼면이 유리창으로 마감되어 있어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드는 김치호 씨의 집은 뭐니 뭐니 해도 전망이 일품이다. 아파트로 치자면 7층 높이지만 지대 높은 주택가에 자리한 덕분에 30층 고급 펜트 하우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백만불짜리 전망을 확보,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서울 풍경을 실시간으로 즐기고 있다. “한강과 63빌딩, 서강대교 등 국제적인 랜드마크가 그림처럼 걸려 있어 메트로폴리탄 같은 도시의 낭만을 즐길 수 있지요. 게다가 운좋게 무인도 같은 고요함까지 선사받았으니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이처럼 좋은 곳은 없다 싶습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옥탑방의 입지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며 행복한 생활을 이어간다. 종일 빛이 드니 화초를 키울 수 있고, 사랑스러운 애완 고양이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다. 동식물 모두에게 천국 같은 곳. 그가 좋아하는 투명한 아크릴 가구는 햇빛을 받아 더욱 투명하게 빛나고 빈티지 가죽 소파는 한층 고풍스럽게 색이 바래간다. 그리고 정말 좋은 것은 삼면이 창문이니 애연가인 그, 환기 걱정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단다. 노을이 지고 야경이 무르익는 시간, 이 집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깨닫게 해준다. 높은 빌딩의 불빛과 이를 머금은 한강의 일렁임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과연 서울인가 싶다고. 그 덕분에 김치호 씨의 소박한 옥탑방은 주말이면 화려한 파티장이 되곤 한다. 옥탑 원룸을 이렇게 멋스럽게 사용하는 그에게 다음에는 어디서 살고 싶은지 물어보니 당분간 이사 계획이 없다고.
 



 
1 빌딩 숲 사이에 자리했지만 한강이 보이는 전망을 확보한 김치호 씨의 옥탑 원룸.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는 특히 그의 다섯 마리 애완 고양이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 2 원룸이라 별도의 방이 없는 점을 감안, 책장을 만들고 이를 벽으로 삼아 침실을 마련했다. 3 낮에 채광 조절을 하는 데는 커튼보다 블라인드가 효율적. 앞으로 집 단장을 한다면 한층 자연스러운 느낌의 우드 블라인드로 교체하고 싶다고. 4 햇살 가득한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아크릴 가구.
 
 
이정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