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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음악을 향유하는 거룩한 의식
단순히 음악을 듣는 곳이 아니다. 1만여 장의 LP 컬렉션과 남다른 큐레이팅으로 집결한 언더스테이지 무대까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동시대 음악까지 발견하는 기운생동한 모험이 펼쳐지는 곳이다. 대체 불가능하게 개척한 문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현대카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대지의 지형을 살리고 열린 구조가 돋보이는 외관. 전면을 유리로 마감해 외부와 내부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북촌의 디자인 라이브러리, 청담동의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이어 현대카드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언제나 궁금했다. 그리고 뮤직 라이브러리 개관 소식이 들려왔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카드가 지난 10년간 문화 영역에서 브랜드의 축을 이어온 장르가 음악이기 때문이다. ‘슈퍼콘서트’와 ‘컬처 프로젝트’로 세계 최고의 뮤지션을 국내 무대에 올렸고, 3년 전 온라인 음원 사이트 ‘현대카드 뮤직’을 만드는 등 음악과 문화를 향한 열정을 쏟아왔다.

“슈퍼콘서트 1회부터 16회까지 담당하면서 늘 갈증이 있었습니다. 강렬한 이미지로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보여줄 매개체가 필요했죠. 그 출발이 공연장 프로젝트, 즉 언더스테이지였어요. 뮤지션을 위한, 뮤지션에 의한 공간으로 방향이 좁혀지면서 공연장과 무대 편집매장, 연습실 같은 기능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관객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지상 공간에 음악 콘텐츠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라이브러리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페이스 마케팅팀의 류수진 팀장은 공간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 주인공. 결정적으로 라이브러리를 제안한 사람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 1층은 카페와 그라운드, 높은 층고를 활용한 레벨 1・2는 뮤직 라이브러리, 지하 1층은 뮤지션의 스튜디오, 그리고 지하 2층은 공연장인 언더스테이지로 이뤄져 있다.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나는 스튜디오는 뮤지션을 위한 공간. 합주실 두 개와 작업실 한 개, 라운지로 구성했다. 지하 2층의 공연장과 천장이 뚫려 있어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음악을 듣는 것은 다도와 같다
“무엇을 채우고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하는 질문이 화두였다. 무엇보다 다양한 음악을 깊이 있게 정통으로 경험하게 하자는 의도가 명확했고, 결국 그것은 바이닐vinyl, 즉 LP 음반이었다. 류수진 팀장은 ‘그것은 곧 음악을 듣는 행위를 향한 존경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큐레이터로 참여한 뉴욕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스콧 모우Scott Mou 는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 것은 티 세리머니와 같다고 표현했어요. 차를 우려내는 과정 자체에 차와 사람에 대한 존경과 경외, 예의를 수반하는 것처럼 바이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의를 갖춰 차를 마시듯, 음반을 커버에서 조심스럽게 꺼내고 턴테이블 위에 올려서 듣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죠. 그 모든 행동에는 음반에 참여한 모든 창작자를 향한 존경이 담겨 있습니다.”

뮤직 라이브러리 안으로 들어서면 실제로 아날로그 향기가 물씬 풍기는 턴테이블 여섯 개가 놓여 있다.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음반을 자유롭게 고른 다음 턴테이블 앞에 앉아 직접 개인 청음을 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에는 재즈, 솔, 록, 힙합, 일렉트로닉이 시대와 장르별로 나뉘어 있다. 이를 통해 동시대의 정신과 스타일을 지닌 뮤지션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그런 공간이다. 개인의 음악적 취향을 확장하고 탐험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보물 지도 같은 곳.

현대카드 스페이스 마케팅팀과 큐레이터가 선정한 희귀 컬렉션. 희귀 음반 26장은 개인 청음 대신 DJ에게 요청해 감상할 수 있다. 
어떻게든 찾기, 그리고 집결하기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셀렉션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턴테이블리즘의 선구자라 불리는 DJ소울스케이프(박민준)는 재즈, 솔, 힙합 등을 맡았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손수 바이닐 숍을 운영하는 컬렉터인 스콧 모우는 록을, 월드 뮤직 분야의 권위자인 오이시 하지메Hajime Ooishi 가 제삼세계 명반 수집을 맡았다. 각 음악 장르뿐 아니라 바이닐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손수 셀렉션할 수 있는 큐레이터들이다. 4백여 장에 이르는 한국 음반은 대중음악 평론가 최규성이 컨트리뷰터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DJ소울스케이프는 서면 인터뷰에서 “주류와 비주류 음악들, 그리고 지역적 특성이 함께 녹아 있는 음반을 다양하게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브러리가 단순히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을 만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접하고 그것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1 음반을 자유롭게 고른 다음 턴테이블에서 직접 개인 청음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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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음반은 대중음악 평론가 최규성이 컨트리뷰터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4백여 장의 음반은 모두 주옥같은 컬렉션이다. 

또 3천 권의 음악 도서는 현대카드가 직접 발로 뛰어 수집했다. 음반 한 장 한 장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거친 컬렉션은 어느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현대 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의 강점이다. 그렇게 큐레이션한 바이닐 리스트를 라이브러리에 채우는 건 스페이스 마케팅팀의 몫이었다. 류수진 팀장을 비롯해 김나영, 이노을, 이은영, 천세영, 최수지, 김안나 여섯 명의 팀원이 2인 1조가 되어 LA의 대형 숍부터 오사카의 소규모 로드숍까지 구석구석 돌았다. 하지만 숍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찾아야 하는 수고를 반길 리 없었다. 때때로 팀원이 마스크를 쓰고 손수 찾아야 했고, 이른바 ‘민트 급(거의 사용하지 않은 최상의 품질 상태)’으로 모으기 위해 전달받은 음반을 다시 보내기도 여러 번이었다. 배송 또한 고민이었다. ‘집결지’라 부른 필라델피아의 창고에 LP 1천 장이 모이면 한국으로 보냈는데, 파손되는 게 문제였다. 35장의 LP를 눕히면 소리가 뭉개졌다. 물류 회사는 다량의 LP를 운반한 경험이 없기에 팀에서 직접 중량 테스트를 하고,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 포장법까지 연구했다. 약 2년 여 간에 걸쳐 11개국의 개인 컬렉터와 로드숍을 찾아다니며 오체투지하는 마음으로 모은 컬렉션이 1만 장에 이른다.

높은 층고를 활용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장르와 시대별로 카테고리를 구성했다.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작품은 포르투갈 출신의 벽화 아티스트 빌Vhils의 그라피티 벽화. 
매거진 <롤링스톤>부터 비틀스 명반까지!
음악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 전 컬렉션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LP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웠던 것은 커버가 아티스트였기 때문. 음악 팬에게 아티스트가 등장한 커버는 소장 가치가 남달랐다. 커버가 찢어진 책이 대부분이었고, 심하게 훼손된 것도 있었다. 출판사에서도 전권을 소장하고 있지 않아 개인 컬렉터를 통해 구했다. 2층에서 1967년에 발행한 <롤링스톤> 창간호 첫장을 장식한 동그란 안경을 쓴 존 레넌을 만날 수 있다. 현재 발행하는 최신호까지 1천1백61권 전권이 비치되어 있다. 희귀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류수진 팀장은 비틀스 멤버들이 1967년에 직접 녹음한 모노 버전인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발견했을 때 너무 감동스러웠다고 말한다. 이후 레코드 엔지니어가 믹스해 발매한 스테레오 버전이 팔렸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음반인 것. 그 밖에 섹스 피스톨스가 1997년 A&M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으로 전 세계 10장 내외만 존재하는 희귀본 , 미국과 캐나다 버전으로 1966년에 캐피털Capital 레이블에서 발매한 비틀스의 앨범 , 1969년에 라디오 방송 프로모션으로 2백 장 한정 발매한 더 롤링 스톤스 음반, 1969년 애틀랜틱Atlantic에서 발매한 레드 제플린의 데뷔 앨범 초회반 등을 만날 수 있다.

1 뮤직 라이브러리에 구비된 아이패드로 손쉽게 음반 검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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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 잡지 <롤링스톤>. 창간호부터 최신 호까지 1천1백61권 전권이 비치되어 있다. 출판사에서도 전권을 소장하고 있지 않아 개인 컬렉터를 통해 구했다. 

뮤지션을 위한, 뮤지션에 의한 언더스테이지
뮤직 라이브러리만큼 흥미로운 공간은 지하 1층에 있는 스튜디오와 지하 2층에서 만나는 공연장, 언더스테이지다. 5년 전 공연장 프로젝트에서 진화한 공간인 만큼 뮤지션을 위한, 뮤지션에 의해 공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미국 겐슬라사의 감각이 돋보이는 곳이다. 붉은색 페인팅이 강렬한 스튜디오의 컨테이너 모듈은 합주실과 미디 작업 공간으로, 아티스트를 위해 만들었다. 공연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거나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에는 초크 보드 벽면과 넓은 커뮤널 테이블 그리고 수개월을 기다려 겨우 공수했다는 로쉐보보아Roche Bobois의 마종 소파가 놓여 있다. 지하 2층에 있는 언더스테이지는 뮤직 라이브러리의 핵심 공간. 약 3백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지만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과 조명 설비를 갖췄다. 또 공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좌석을 설치하지 않아 다양한 방법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컬처 큐레이터의 도입이다. 유희열, 윤종신, DJ소울스케이프, 김수로 등이 컬처 큐레이터로 참여해 매주 그들이 선정한 뮤지션이 무대에 오른다. 그들의 남다른 시선으로 선정한 뮤지션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뮤직 라이브러리에 이어 컬처 큐레이터로 참여한 DJ소울스케이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역과 장르적 특색을 지닌 뮤지션과 다양성을 공유할 수 있는 신선한 라인업을 소개할 계획이다.

언더스테이지 오픈 무대에 오른 신중현 그룹. 현대카드를 비롯한 컬처 큐레이터 네 팀이 제안하는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다. 
일본의 음반 수집가 사이에서 한국 음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만큼 전 세계 음반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 놀라운 것은 아이튠스, 애플뮤직 등 음악 판매 시장이 성장 할수록 LP 음반의 판매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음악을 향한 욕구와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음악을 듣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통을 찾는다. 음악이 정체되거나 소멸하지 않으려면 뮤지션과 음악을 듣는 이가 함께 영감을 받고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기반과 성숙한 열정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가 있다.


DJ소울스케이프의 추천 음반 6
뮤직 라이브러리 큐레이터와 언더스테이지의 컬처 큐레이션까지 참여한 DJ소울스케이프가 발견한 보물 같은 음반 여섯 장을 소개한다.

1 뷰욕, [Bebut], Bapsi, 1993
뷰욕Bjork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매시브 어택, 솔 투 솔 등의 음반에 참여한 전설적 프로듀서 넬리 후퍼의 작품.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를 세상에 알린 뮤직비디오 를 수록한 앨범으로 유명하다. 최근 뉴욕 MoMA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뷰욕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2 더그 칸, [Infant Eyes], Black Jazz, 1971
블랙 재즈 레이블은 1970년대 초반 스피리추얼 재즈와 포스트 밥, 재즈펑크, 아프리카니즘 등 아프리칸 아메리칸 재즈의 어법을 담고 있어 재즈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주제 의식이 분명한 레이블로 평가받는다. 피아니스트이자 송라이터인 더그 칸Doug Carn의 블랙 재즈 레이블 초기 앨범으로 당시에도 큰 히트를 기록한 명작이다.

3 바비 험프리, [Dig This!], Blue Note, 1972
블루 노트 역사에 가장 중요한 여성 뮤지션 중 한 명인 바비 험프리Bobbi Humphrey는 재즈뿐 아니라 디스코와 펑크, 댄스 음악에 이르기까지 많은 명작을 남겼다. 유려한 플루트 음색과 친숙한 리듬은 이후 팝 재즈에 영향을 미쳤다. 솔 재즈와 펑크를 기반으로 당시 유행하던 솔 스탠더드곡들을 그녀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앨범.


4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니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Universial, 1967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희귀한 판본 중 하나. 앤디 워홀이 직접 디자인한 커버 작품도 유명하지만, 더 중요한 비밀은 뒷면에 있는 에릭 에머슨의 상반신 이미지. 앤디 워홀과 함께 활동하던 뮤지션이자 배우로 초상권 문제로, 이미지가 없는 버전으로 다시 판매했다.

5 조이 디비전, [Unknown Pleasures], Factory, 1979
20세기 영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사로 꼽히는 팩토리 레코드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전설적 디자이너 피터 사빌의 상징적 아트워크가 돋보인다. 실생활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변조하고 응용해 만든 음악적 완성도도 놀랍지만, 조이 디비전과 피터 사빌을 대표하는 커버 아트의 그래픽을 LP 사이즈로 만난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6 쿨 앤드 더 갱, [Kool And The Gang], De-Lite, 1970
펑크와 솔, 재즈 밴드로서의 업적을 잘 보여주는 1970년대 데뷔 앨범. 첫 번째 음반에 없던 곡 ‘Let the music take your mind’를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해 발표한 두 번째 음반이다. 첫 번째 음반이 성공하자 만든 상술이라고 볼수 있지만, 두 음반의 커버가 같아 구별하기 어렵다. 레어섹션에서 두 번째 판본 역시 만날 수 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이용하려면
현대카드 회원 본인과 동반 2인까지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신분증과 함께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만 19세 이상, 월 8회 한정). 쾌적한 열람을 위해 동시 열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언더스테이지 공연은 공식 홈페이지(Understage.hyundaicard.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6 운영 시간 화~토요일 정오~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 연휴 휴관 문의 02-331-6300(뮤직 라이브러리), 02-331-6301(스튜디오와 언더스테이지)


취재 협조 현대카드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