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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우스 디자인하우스에 놀러 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만드는 회사 디자인하우스가 연말연초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모든 이에게 44년 동안 예술 지성, 생활 감성의 매개자가 되려 노력한 디자인하우스의 신사옥! 그 창조성이 탄생하는 현장을 공개합니다.

장충동 언덕길, 동국대학교를 마주 본 건물이 디자인하우스의 새집이다. 장충동 뒷마을의 작은 주택들, 앞마을의 대로와 동국대학교가 서로 열린 시선을 주고받도록 건물을 네 개 동으로 작게 나누었다. 건축이 도시 또는 자연환경과 관계를 회복하길 바란 건축가 승효상의 철학이 담긴 것. 2000년에 지은 건축물을 2019년,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디자인하우스의 성격에 맞춰 제이하우스의 정영환 대표가 세심히 다듬었다. 아래 그림은 제이하우스 이종열 실장의 스케치.

회백색 콘크리트와 한지로 마감한 2층 로비. 공중에 설치한 도예 작가 이가진의 푸른색 ‘Fluidity’를 중심으로 ‘블루&옐로 존’으로 구성했 다. ‘Fluidity’는 캔버스 대신 백색 흙판을, 물감 대신 유약을 사용해 완성한 작품으로 도자 형식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구현했다. 2019년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맨처음 선보인 작품.
잡것의 가치로부터, Designhouse
‘잡념’은 모든 창의적 생각의 시작점이고, ‘잡학’은 교양의 가장 밑바탕이다. ‘잡곡’이 더 건강에 좋은 법이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는 지구환경을 컨트롤하는 귀중한 존재다. 모든 존재는 본래 ‘잡동사니’가 아니던가. 잡것은 그야말로 위대하다. 잡것의 생각으로 들여다보면 세상의 틈이 보이고, 생각에 시원한 구멍이 뚫린다. 디자인하우스는 44년 동안 잡지雜誌를 만들어왔다. 매거진magazine의 본래 뜻이 ‘지식 저장소’임을 생각하면(이는 또 ‘차곡차곡 물건을 쌓아둔 창고’라는 뜻의 아랍어 마카진makhazin에서 유래했다) 44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식과 생각의 잡동사니가 과연 얼마만큼이겠는가! 손가락 끝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위대한 디지털 시대이지만, ‘종이 잡지의 몰락’이라는 구호가 연발탄처럼 치솟지만, 디자인하우스는 월간 잡지 <디자인>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스타일H>를 만든다. 디지털 미디어가 개별 콘텐츠에만 집중하느라 놓친 ‘전체 보기’를 잡지가 분명 해낸다고 믿는다.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미디어는 잡지가 유일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종이를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저널리즘을 고수한다. 한달이 지나도 무용해지지 않는 4종의 잡지로, 디자이너와 독자·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하는 전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서울디자인페스티벌’로, 독자와 직접 대면하는 게릴라성 이벤트로 이 시대의 지성과 교양과 취향을 공유한다. ‘전달’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래 뜻을 21세기식으로 펼쳐내는 중이다.

조선시대 양반 주택에서나 봄 직한 행랑 마당을 오르면 감나무,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폴리머 소재 소파(웰즈에서 판매), 석물, 돌확이 자리한다. 이 보기 드문 미감을 완성하는 것은 건축가 김원천이 오래된 한옥에서 골라온 ‘못생긴’ 기와다. 가마 속에서 덜 그을려 얼룩덜룩하고, 약간 이지러진 기와의 미감은 건축의 여백미와도 통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주변 환경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코르텐강 외벽은 검은색이었다가 5년 정도 지나면 변색이 멈추면서 녹이 보호막을 형성한다.
새로운 잡지의 집
잡지의 집, 디자인하우스가 2019년 12월 말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건축가 승효상의 역작으로 꼽히는 ‘웰콤시티’가 그 새로운 집이다. 건축가 승효상이 2000년 광고계의 혁명 같은 존재이던 웰콤Welcomm(박우덕 대표)을 위해 설계한 건물로, 오랜 시간 광고계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 등을 받았고, ‘건축 전문가 100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물 Best 10’에 선정된 건물이다.

3층 업무 공간의 시작점이자 작은 응접 공간. ‘블루 존’의 연장선에 있다. 벽에 걸린 푸른 판화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존원JonOne의 작품.

3층의 중심인 라이트 박스 공간은 원래 뻥 뚫린 공간을 막고 천양제지의 ‘백선지’로 마감했다. 건축가 故 김백선과 천양제지가 함께 개발한 한지로, 아름다운 빛 무늬, 보온성, 시공의 편리함 덕분에 건축용 한지로 많이 사용한다. 전주무형문화유산원, 청와대 사랑채, 총리 관저, 공관 등에도 시공한 한지로, 디자인하우스 사옥의 사무 공간과 주요 공간을 모두 이 백선지로 마감했다. 부처상이 놓인 검은색 장은 건축가 김백선이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 故 조석진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2층 카페 차지소는 서고 겸 북 카페 역할을 한다. 디자인하우스에서 펴낸 잡지와 단행본, 이 시대의 좋은 책이 가득 찬 공간이다. 긴 테이블 위는 전기 효율이 높으면서도 백열전구처럼 따뜻한 온기를 뿜는 일광전구의 LED 램프 다섯 가지를 섞어 마감했다.
이 건축물은 ‘승효상 건축의 역작이자 변곡점’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다. 건축가 승효상이 “‘도시에서 건축의 윤리’란 개념을 실험한 공간”으로 자평하기 때문. 2000년 당시 그는 “일곱 필지를 합쳐 큰 건물 하나를 지어달라”는 건축주를 설득해 네 개 동으로 나누고, 동 사이를 노출 콘크리트로 된 포디엄(기단부)으로 연결했다. 네 동의 몸체는 서로 다른 각도로 앞마을을 마주 본다. 장충동 뒷마을의 작은 주택들, 앞마을의 동국대학교가 네모 박스 사이 틈을 통해 빛과 바람을 안을 수 있고, 열린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물이라는 폐쇄적 경계를 넘어 땅에 대한 관계, 이웃에 대한 배려를 담은 ‘도시의 여백(urban void)’, 이것이 바로 이 건축물이 지닌 꿈이었다. 붉게 탄 듯한 코르텐강cor-ten steel(교량용 빔으로 개발한 내후성 강판으로, 국내에서 처음 이 건물에 적용했다) 외벽, 매끈하게 뽑은 회백색 노출 콘크리트, 건물 내부로 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행랑 마당(조선시대 양반 가옥에서 흔히 보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미로 같은 길과 계단…. 디자인하우스의 새집에는 시간과 공간의 드라마가 새겨져 있다.

1번과 7번이 1층 파빌리언이다. 벽에 걸린 삽 모양 설치품은 도예가 이헌정의 작품, 가구는 전통을 현대 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 하지훈의 작품.

디자인 전문 갤러리 모이소로 가는 천장에 설치한 설치 미술 가 최정화의 ‘풍선’.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故 김교만이 디자인한 ‘활쏘기: 월간 디자인 표지’, 1977.

레스토랑 ‘서울다이닝’ 옆 천장은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과 폭스더그린 허성하 실장이 환대의 의미 를 담아 인조 식물과 바구니로 연출했다. 이 천장은 바로 위 3층의 바닥과 맞닿아 있다. 3층에는 고양이 인 형 한 마리가 산다.

뼈 형태에서 조형성을 이끌어온 김다은 작가의 ‘Skeleton of a cloud’가 카페 차지소 앞에서 방문객을 환대한다.

왼쪽 계단을 오르면 로비와 카페, 레스토랑으로 연결된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틀면 강연장이자 디자인 전문 갤러리 모이소에 닿는다.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미로 같은 동선! 
‘광고인들의 작은 도시’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잡지의 집’이 되면서 좀 더 열린 건물로 변모 중이다. 건물의 쓰임이 사무 공간뿐 아니라 전시장·강연장·강습 공간 등으로 바뀌었고, 그 쓰임새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나누는 곳, 영감을 얻는 곳, 좋은 글과 사진이 탄생하는 곳이 되도록 제이하우스 정영환 대표와 이종열 실장이 공간을 세심한 손길로 다듬었다. 1층의 어둡고 빈 파빌리언은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이 ‘tree’라는 개념 아래 새롭게 바꾸었다. 폭스더그린 허성하 실장과 함께 나무 형태의 철제 구조물, 다래 덩굴과 등나무, 디자인하우스의 이전 사옥에서 자라던 여인초, 반지하에서도 굳건한 셀리움selloum 등으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씨앗처럼 용감하게 시작하기를, 나무처럼 단단하기를, 그러나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김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마음의 선물’로 만든 공간이다. 이 파빌리언은 사무 공간·카페와 강연장· 전시장을 잇는 마당길 역할도 한다. 이 마당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디자이너 최시영이 ‘tree’ 개념을 세우고, 폭스더그린 허성하 실장이 협업한 파빌리언. 나무 형태의 철제 구조물과 다래 덩굴, 등나무로 연출 한 이 공간은 등나무가 자라는 2년 후쯤 또 다른 생명력이 움틀 것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Self Portrait’.

대표실 벽에 고아하게 자리한 김선형 작가의 푸른 보리밭 그림.
심미안을 기르는 집
“심미안이란 좋은 작품들 속에서 파묻혀 살아야 체화됩니다. 디자인하우스 사람들은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 같은 이영혜 대표의 소신대로 디자인하우스에는 많은 예술 작품과 공예 작품이 자리한다. 백남준·박서보·윤석남·노은님·최정화·김원숙·이세현 작가의 작품, 도예가 이헌정,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그래픽 디자이너 김교만, 철물 디자이너 최홍규, 건축가 겸 디자이너 김백선 등의 공예 작품이 그것이다. 특히 “신인 시절 작품 가치를 인정받고 제값에 팔아본 경험이 앞으로 작품 활동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구입한 신진 작가(당시!)의 작품도 곳곳에 자리 잡았다. 화가 이세현, 도예가 이가진, 공예 작가 박보미, 사진가 임수식 등의 작품이 그 예다.

1층 디자인 전문 갤러리 모이소로,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디자인하우스스러운’ 전시를 앞으로 계속 진행한다. <앙코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성원에 힘입어 3월 14일까지 연장 전시 중이다.

3층에서 4층, 5층 사무 공간으로 오르는 계단. 사무 공간과 주요 공간 벽도 천양제지의 백선지로 마감했는데, 3층 라이트 박스 공간보다 두꺼운 재질의 백선지를 시공했다.

공예가 강석근이 제작한 나무 함기인데, 구멍을 뚫고 배수관을 끼워 차탁의 싱크 볼로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이정표.

회의실 겸 다도 공간인 ‘다락’. 최가철물 최홍규 대표가 고재에 철제 다리를 달고, 철제 상판을 덧대도록 디자인한 테이블이 자리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디자인하우스의 공간 곳곳은 그 이름이 존재를 대변한다. 모여서(募) 귀 기울여 듣는(耳) 공간(所)이라는 뜻의 ‘모이소’는 강연장이요, 찾다는 뜻의 앞 글자 ‘차’와 지식을 뜻하는 한자 지知를 붙인 합성어 ‘차지소茶知所’는 서고 겸 카페 이름이다. 마룻바닥이 지면보다 높거나 2층으로 지은 집이란 뜻의 ‘다락多樂’은 회의실이자 다실이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철학,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분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며, 나뉜다는 것은 점점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주고받는 창구-잡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생각, 디지털 매체의 정글에서 개인성·다양성·심층성·확장성을 지닌 미디어는 잡지가 유일하다는 신념. 새집으로 이사 온 디자인하우스가 다시 한번 <행복> 독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페이지를 넘기며 잡지를 탐험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서 <행복>의 팬이 된 독자들을 집들이에 초대한다.

디자인하우스의 새 사옥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사람들. (왼쪽부터) 목조형 작가 강석근·조숙희 부부, 천양제지 최영재 대표, 도예가 이가진, 도예가 김평, 아트 퍼니처 작가 김다은, 최가철물 최홍규 대표, 폭스더그린 허성하 실장, 건축가 김원천 소장,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 일광전구 권순만 팀장.

오픈 하우스
디자인하우스 새 사옥에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행복> 구선숙 편집장이 공간을 소개하며, 짧은 티타임도 마련합니다.

일시 3월 27일(금) 오후 2시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72
참가비 무료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글 최혜경 기자 | 사진 디자인하우스 사진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