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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널서리 카페 바다를 마주 안은 정원
곶과 섬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거제도 구조라 해안 아래, 풀꽃과 바다가 정원을 이루는 식공간 ‘외도 널서리 카페’를 만났다.

전면 유리로 설계한 글라스 하우스의 내부. 행잉 조명 대신 외도에서 자란 박쥐란을 배치했다.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은 글래스 하우스를 구조라 해변의 등대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글라스 하우스 앞 들꽃 정원에 선 여지혜 이사. 버들마편초와 하와이안무궁화, 아왜나무 등 1백여 종의 식물이 있다.
열 개의 유인도와 쉰두 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거제도의 해안선은 들쭉날쭉. 구름은 산의 구릉에 걸려 있고 그 많은 섬을 품은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해수를 자랑하는 거제는 청정 해역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섬으로 가는 길은 통영에서 거제를 잇는 고속도로와 부산과 거제로를 잇는 해저터널 덕에 한결 편안해졌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내도 해안 도로를 따라 수풀 우거진 산과 한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조선소의 풍경, 몽돌 해변과 명사해수욕장, 구조라해수욕장과 와현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거제에서 나고 자란 유치환 시인은 이 모든 것을 한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는 거제도의 독특한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적은 골 안 다가 솟은 산방산 비탈 알로 /
몇 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 모양

구조라 해변은 거제의 지역민도 손에 꼽는 절경이다. 외도로 향하는 작은 선착장과 조밀하고 낮은 해안가 마을의 풍경을 따라 모래가 고운 흰 백사장과 녹지가 어우러져 있다. “발아래 바다가 있잖아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이 땅을 봐두었어요.” 40년 전 거제도 외도에 들어와 보타니아를 일군 최호숙 회장은 지난해 이곳에 ‘외도 널서리 카페’를 기획했다. 외도 보타니아는 구조라 해변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제도의 명소로 남해 특유의 해안선과 세계 각지에서 온 식물이 어우러진 거대한 정원이다. “그간 쌓은 노하우를 며느리에게 다 전하고, 이곳 구조라 해변의 경치를 여러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외도 보타니아와 거제의 아름다움을 식공간으로 풀어낸 정원 카페, 외도 널서리를 짓게 된 이유다.

구조라 해변 주변의 민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낮게 위치한다. 민가 사이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붉은 벽돌 안쪽, 비밀의 정원같은 외도 널서리 카페를 만날 수 있었다. 시 한 편을 읽다 예상치 못한 좋은 구절에서 시선이 멈추듯, 그 길 앞에서 자연히 걸음이 느려졌다. “해안을 따라 섬이 보이는 땅이 멋있었어요. 해안의 바람과 짠내를 견디느라 꼬불꼬불한 가이스카 향나무가 모여 자생하고 있었죠. 나무를 보자마자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외도 널서리 카페의 정원과 내부 시설을 디렉팅한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은 향나무 길을 따라 걸어 널서리 카페 정원에 닿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그가 의도한대로 향나무 길을 따라가면 정면에는 1백 평 규모의 카페 ‘글라스 하우스’ 입구가, 왼편으로는 9백 평규모의 정원이 펼쳐진다. 이 정원에는 1백여 종의 들꽃이 계절 따라 순서대로 꽃을 피운다. 여름에는 푸른빛 샐비어가 고개를 내밀고, 가을에는 나비와 요정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나비바늘꽃과 페어리스타, 브라질에서 온 야생화 홍자귀나무와 보랏빛 버베나…. 글라스 하우스에 들어서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생경한 대비감이 절로 “와아” 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최호숙 회장의 첫째 며느리 여지혜 이사다. 방문객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고, 정원을 잘 가꾸어나가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자생하던 소나무를 휜 모습 그대로 배치해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외도 널서리 카페 입구.

외도 널서리 카페의 디저트는 모두 폴 보퀴즈 출신의 김지수 파티시에가 만든다.

정원 왼쪽에 위치한 화이트 하우스.

거제 구조라 해변과 맞닿은 카페 외부 덱.
“저기 있는 큰 몬스테라와 박쥐란은 모두 보타니아에서 일부를 채취해 이곳에서 기르는 거예요. 테라스의 후박나무는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죠.”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세 동의 건물, 그 중 왼편 흰 목재 트러스로 만든 ‘화이트 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미리 예약한 사람에게 애프터눈 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한 공간인데, 때로는 플라워 스타일링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고. 맞은편에 위치한 ‘보태니컬 하우스’에서는 널서리 카페 스태프들이 꽃과 식물을 위한 작업을 한다. 카페를 연 지 1년. 널서리 카페는 모태인 외도 보타니아 만큼이나 관광객이 줄지어 다녀가는 구조라 해변의 명소가 됐다. “손님은 대개 낮시간에 카페를 방문하지만, 저는 저녁 시간의 온실도 꼭 한번 들러 보라 권하고 싶어요. 카페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고, 조명 빛이 닿은 식물들이 주는 위안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카페는 매일 저녁 9시까지 운영한다. 

카페 근방에 꼭 한번 방문해봐야 할 공간이 하나 더 있다. 50m 떨어져 있는 프렌치 디저트숍 ‘널서리 파티세리’다. 프랑스의 명문 요리학교 폴 보퀴즈의 3년 교육과정을 수료한 김지수 파티시에와 스 위젠Shih Yuchien 셰프가 주방을 담당한다. 각각 프랑스와 대만에서 커리어를 쌓을 예정이던 두 사람은 우연히 여지혜 이사를 만나 널서리 카페에 대해 알게 됐다. 지난해 외도에 와서 공사 중인 공간을 봤어요. 공간도 멋졌지만, 널서리 카페를 중심으로 구조라 해변을 문화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최호숙 회장의 프로젝트와 그의 포부에 마음이 이끌렸죠.” 2박 3일간 외도를 돌아본 후 한 달 만에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외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두 사람은 섬세한 맛을 내는 프렌치 디저트의 테크닉에 거제도에서 나는 생물 재료를 접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있어 즐겁다. “외진 해안가 마을에서 나는 재료만의 매력이 있어요. 조금 무뚝뚝하지만 순수한 사람 처럼요. 이곳에서 나는 유자로 만든 ‘유자 케이크’, 제피로 만든 무스와 크림을 끼얹은 초콜릿인 ‘쇼콜라 제피’도 꼭 드셔보세요.” 외도 널서리 카페는 파티세리를 시작으로 어촌 지역인 구조라 해변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갤러리와 지역민들이 직접 여는 플리 마켓, 숙박 공간 등을 갖추기 위한 기획을 계속하고 있다. 주소 경남 거제시 구조라로4길 21 | 문의 055-682-4541 ※외도널서리 파티세리는 13세 이하 입장을 제한한다.

글 박민정 기자 | 인물사진 이기태 기자 | 사진 제공 리빙엑시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