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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난 씨 가족의 잠실 시그니엘 레지던스 호텔에 산다
주거 단지의 고급화 추세가 호텔식 콘시어지, 커뮤니티 등 주거 서비스에서도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특급 호텔의 서비스와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쇼핑, 문화생활을 원스톱으로 누리는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도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과 미술 작품, 가구 셀렉션이 조화를 이루는 김명난 씨의 갤러리 하우스를 소개한다.

거실과 침실에 모두 통유리를 적용해 서울의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과 일몰과 일출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집주인 김명난 씨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벽지, 가구, 미술 작품으로 변화를 준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사진은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으로 미니멀한 라인이 돋보이는 슬라이딩 도어가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뽀로Porro, 조명등은 구비 제품.

계단식 구조로 드레스룸, 욕실, 침실을 함께 구성한 마스터 존. 편백나무 욕조를 설치한 욕실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침대는 덕시아나, 스탠드는 아르마니까사, 커튼은 데다Dedar, 벽지는 콜앤선 제품.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침실 창가에 크리스털 배 오브제를 장식했다.

딸아이 방은 좋아하는 새가 그려진 코르도네Coordonne 패턴 벽지와 짐머앤로드Zimmer+Rohde의 노란색 커튼으로 경쾌하게 꾸몄다.
1백 년 전만 해도 “하늘에서 살 수 있을까?” “여름에도 스웨터가 필요할까?”라고 묻는 것은 엉뚱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에어컨 덕분에 지금 우리는 구름 위에서 살고, 찜통더위에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고급 주택 트렌드가 빌라에서 주상 복합 아파트를 거쳐 ‘주거형 호텔’인 브랜드 레지던스로 진화한 요즘, 이런 질문을 추가할 수 있다. “특급 호텔이 관리 사무소 역할을 한다면?” “집에서도 스물네 시간 콘시어지, 클리닝 등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로비라운지에서 다 함께 조식을 먹는다면?”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호텔식 서비스를 누리며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화제를 모았다. 같은 건물 내에 있는 특급 호텔이 시설 관리와 운영을 맡아 스물네 시간 도어 맨·콘시어지·룸서비스 등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42층 로비라운지에는 웰컴 티를 제공하는 카페와 게스트룸, 파티룸, 피트니스, 커뮤니티 시설 등의 공간도 갖추고 있다.

“이 집은 호텔식 레지던스이다 보니 바닥 난방이 안 돼요. 창문도 안 열리고요. 처음에는 낯선 형태라 거부감이 들기도 했는데, 남편은 집을 보는 순간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이라면서 저를 설득했죠. 아이들이 결혼 후 분가하고 결국 둘이 생활할 텐데, 교외의 큰 주택을 감당하는 것보다 편의 시설을 갖춘 이런 주거 형태가 우리에게 맞을 거라고요”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누리는 프리미엄 리빙
지난해 여름, 전 세대 중 가장 먼저 입주한 김명난 씨 부부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가장 큰 매력으로 전망을 꼽는다. 타워의 42층부터 71층에 자리한 레지던스는 전 세대에서 펜트하우스급의 초고층 전망을 즐길 수 있는데, 부부는 그중에서도 탁 트인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북향집을 선택했다.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 씨가 기본 인테리어에 참여한 100E 타입의 레지던스는 현관에서 마주 보이는 중정이 특징이다. 중정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면 잠실의 아파트 단지와 한강, 남산, 북한산 인수봉까지 다이내믹한 서울 풍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레노베이션을 맡은 studio HJRK의 김혜진 디자이너는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기존 구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천장 구조물과 마감재를 덜어내고 각 공간에 벽지, 패브릭, 맞춤 가구 등을 매치하는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새로 지은 데다 마감재와 가전 설비 등을 모두 천연 소재, 최고급으로 적용해 굳이 바꿔야 할 필요가 없었어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중정의 검은색 돌 마감재와 코너 룸의 나무 벽면 마감재를 걷어내고 최대한 미니멀한 바탕을 만든 뒤 벽지, 가구, 미술 작품 등을 더해 집주인의 취향을 드러내고자 했죠.” 진한 파란색 벽지와 하늘색 침대 헤드보드, 물고기 패턴 포인트 벽지까지… 메인 침실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부부의 취향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블루 톤으로 꾸몄다. 크리스털 배 오브제를 창가에 두니 파란 하늘과 중첩돼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편백나무 욕조를 설치한 욕실은 매직 미러 글라스(유리판 사이에 전류를 흐르게 해서 투명과 불투명 정도를 조정한다)를 적용해 통창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홈스파를 즐길 수 있다. 서재에는 책상을 두는 대신 LC4 라운지체어와 딥 그린 컬러 맞춤 책장으로 포인트를 줬다. 하이글로시 마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도장과 굽기를 반복한 책장은 힘든 제작 과정과 비례해 만족도가 높다. 엘리티스의 삼베 질감 벽지로 삼면을 마감해 따로 그림을 걸지 않아도 벽지 자체의 질감을 즐길 수도 있다. 김홍석 작가의 설치 작품이 검은색 돌과 잘 어우러지는 이끼 정원은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다. 


“혜진이가 원래 미술사를 전공했어요(김명난 씨와 김혜진 디자이너는 고모와 조카 사이다). 본가가 지방이라 학창 시절에 우리 집에서 많이 지냈는데, 그래서 서로의 취향을 너무 잘 알아요. 늦게 인테리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미술 공부가 바탕이 돼서 그런지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잘 통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까지 조언해줘서 더 합이 잘 맞았지요.” 까스텔바작의 유니크한 페인팅과 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 최영욱 화백의 달항아리 등 미술 작품도 눈에 띄지만 그에 못지않은 가구 셀렉션도 돋보인다. 체스 형태의 스툴, LC4 라운지체어 등 주방과 서재에는 각각 부부가 좋아하는 디자인 피스를 뒀다. 주방의 거실장은 위아래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오픈하면 은은한 라이팅 앞으로 빨간색 선반장이 포인트가 된다. 남편이 아끼는 카메라와 렌즈, 오디오 등 가전제품이 마치 오브제처럼 거실장과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주방의 빨간색 다이닝 테이블과도 찰떡궁합으로 매치된다.

슬라이딩 도어가 위아래로 열리는 장식장은 뽀로, 스피커는 골드문드, 커튼은 데다, 카펫은 아르마니까사 제품.

구조적으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중정이다. 자갈 정원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검은색 돌로 마감한 벽면을 화이트 도장으로 바꾸었다. 김홍석 작가의 설치 작품이 이끼 정원의 포인트가 된다.

책상 없이 카시나의 LC4 라운지체어와 낮은 책장으로 여백미를 살린 서재. 마치 섬처럼 구성한 방으로 베란다의 작은 통로를 통해 거실, 중정과 연결된다.

주방은 불탑의 주방 가구와 밀레, 가게나우 등의 생활 가전, 와인 셀러를 빌트인으로 구성했다.

현관 오른편에 자리한 미디어룸. 보통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공간으로 진회색 벽지로 어둡게 마감했다. 라운지체어는 프리츠헤닝센 제품. 오른쪽 공간에 관심이 많은 김명난 씨에게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조카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진 씨. 곡선 구조가 돋보이는 베이지색 가죽 소파와 암체어, 소파 테이블은 모두 조르제티 제품.
미세먼지와 더위 걱정 없는 내일의 주거
사실 부부는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교외에 주택을 짓고 살 계획을 세웠다. 이로재 김효만 건축가와 8개월간 설계를 진행하며 구조는 물론 가구, 조명등 등 세부 계획까지 완성한, 일명 ‘세일링 하우스’ 는 언젠가는 꼭 실현하고픈 꿈이기도 하다. “저희 가족은 진짜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이 동네 저 동네, 새로운 주거 형태가 궁금하면 일단 이사해서 살아봤으니까요. 이 집은 호텔식 레지던스이다 보니 바닥 난방이 안 돼요. 창문도 안 열리고요. 처음에는 낯선 형태라 거부감이 들기도 했는데, 남편은 집을 보는 순간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이라면서 저를 설득했죠. 아이들이 결혼 후 분가하고 결국 둘이 생활할 텐데, 교외의 큰 주택을 감당하는 것보다 편의 시설을 갖춘 이런 주거 형태가 우리에게 맞을 거라고요.”

 

김명난 씨는 지난 1년을 살아보니 정말 그 말이 맞구나 싶단다. 우선 창문을 열지 않으니 미세먼지에서 자유롭다. 글라스 커튼월 glass curtain-wall 방식(외관을 통유리로 마감해 커튼처럼 덮는 건축 방식)이 도입된 초고층 빌딩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온도나 외부 기상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까다로운 제어 시스템이 필요한데, 중앙 공조 방식의 첨단 세대 환기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했다. 천장 매립형 환기장치인 덕트와 디퓨저가 설치되어 자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해 공기를 순환하고,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생활했을 정도. 라이프사이클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해서 그 변화를 읽은 것이다. 이전에는 아이들과 어울려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족의 의견을 종합해서 반영했다면, 서재와 미디어룸도 오롯이 부부의 취향대로 꾸민 것 또한 이번 레노베이션의 목적과 결과라 할 수 있다. 거실 통창에는 카메라를 세팅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같은 자리에서 매일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구름이 많지만, 쾌청한 날은 북한산의 역동적인 인수봉이 아주 또렷하게 보여요. 오후 5시 즈음, 남산에 해가 걸쳐 있을 때가 가장 진풍경인데, 남편은 퇴근 후 놓치지 않고 그 장면을 포착해요. 같은 풍경이지만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 나중에 이 또한 기록으로 남겠죠?”


디자이너 김혜진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프랑스 디자인 대학 에컬 카몽도Ecole Camondo에서 실내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 의 파리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현재는 서울에서 공간디자인 사무소 스튜디오 에이치제이알케이studio HJRK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품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아트&디자인 오브제를 인테리어에 풀어내 공간을 연출하는 작업을 한다. 시그니엘, 트리마제 등 하이엔드 레지던스를 비롯해 현담원그릴, 스시마이, 청담동 6-3, 플레이즈라운지 등 상업 공간을 디자인했다.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 디자인 김혜진(studio HJRK, www.studiohjrk.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