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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자에 현대적 감성을 더하다 도예가 김덕호&이인화

“얼마 전 일본에서 한국 작가들과 전시를 했어요. 이인화 작가도 함께 갔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함께 지인의 집에 머물렀는데, ‘이러한 그릇을 만들어주세요’라고 하자 그 집에 있는 그릇을 죄다 꺼내서 굽 높이, 너비와 두께를 하나하나 재더라고요. 성실함에서는 김덕호 작가도 마찬가지예요.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영감을 나누며 작업을 하니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요. 그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백자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요.” _ 최지은(요리 연구가)

의상 협조 리넨 소재의 카키색 셔츠와 바지는 브로노바피(02-1544-0051), 초록색 톱은 타라자몽(02-6905-3654), 흰색 스커트는 델라 라나(02-727-1596)
젊은 도예가 부부가 서울을 떠나 양구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를 만드는 관요 분원에 공급한 양구 백토를 연구하고, 재해석해 조선백자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였다.

양구에 온 지 2년이나 됐다. 양구백자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김덕호) 백자 문화를 후대에 알리는 일. 현재 양구 백토는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없고, 연구 목적으로 지역 도예가만 사용 가능하다. 양구에 매장된 백토는 언젠가 고갈된다. 더군다나 채굴 과정에서 환경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가치 있는 활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인화) 그러한 일환으로 흙 자체보다는 유약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컵 하나를 만드는 데 약 500g의 백토가 필요한 반면, 유약에 필요한 백토는 극히 일부다. 한정된 백토를 효율적으로 쓰되, 양구 백자가 지닌 역사적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 진행하는 <백자의 여름> 전시가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백자의 여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김덕호) 양구 백자의 전통을 어떻게 현대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카이빙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양한 작품 전시를 비롯해 양구 백토 기법 시연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 또 20 명의 작가와 함께 양구 백토와 유약을 사용해 오늘날의 재료와 기법, 형태, 색으로 재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공예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도예가의 역할은?
(김덕호) 기본적으로 기器에서 시작한다. 작품을 만들더라도 식기로서 기능을 항상 염두에 둔다. 사람들의 삶에 녹아드는 실용적인 그릇을 만들고, 그 쓰임새를 제안해야 한다.
(이인화) 마음에 드는 형태를 완성할 때까지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수차례 수정 작업을 한다. 혼수 그릇도 직접 만들었는데, 사용할 때마다 일상이 행복해지더라. 그러한 경험이 극대화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백자를 통해 전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이인화) 백자 형태가 단순하다고 해서 체득한 경험이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자의 라인이 사선으로 떨어져도 허리가 살짝 들어갔다거나 볼록하게 나오기도 한다. 형태는 단순할지라도 디테일을 녹여내는 것은 도예가의 몫이고, 이는 백자의 질을 결정짓는다. 내년에는 더 많은 이와 소통하며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아볼 생각이다.
(김덕호) 양구 백토와 관련한 연구는 물론 우리가 추구하는 장인 정신이 담긴 그릇을 천천히 선보일 계획이다.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스타일링 임지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