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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벤처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나무를 심으면 바뀌는 것들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은 지난 7년간 전 세계 12개국 1백70개 숲에 70만여 그루 나무를 심었다. 네팔 지진 피해 지역에 커피나무를 심어 이재민을 돕고,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지역을 푸르게 바꾸었다. 젊디젊은 그들이 이번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를 만났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충청 이남에서만 자라던 대나무가 최근 서울에서도 푸르게 잘 자란다.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7017 서울로의 콘크리트 화분에 나무를 심는 식재 방식에 대해 시민과 나무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반려나무’ 프로젝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 좋은 계절,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쓰라리다. 꽃놀이도 옛말, 올해 들어 눈부시게 새파란 하늘을 본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피해를 주고, 서울의 공기 질이 전 세계 도시를 통틀어 두 번째로 나빠진 이 지경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는 건 물론,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무 심는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의 말이 그래서 더 싱그럽다.

서소문동과 연평도
아래위 깔끔한 정장 차림의 김형수 대표는 며칠 뒤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로 분주한 서울로 7017을 수시로 가로지르느라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서울로 7017은 차가 다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초록 가득한 산책로로 탈바꿈한 고가 보행로. 트리 플래닛은 서울시와 함께 ‘당신의 나무, 우리의 숲’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로 7017에 놓이는 대형 콘크리트 화분 6백45개에 심은 나무에 각자 주인을 찾아주는 것.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인 없는 공유지의 자연이 오염되고 폐허가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지요. 저희가 생각한 해결책은 나무 한 그루마다 개인이나 가족을 연결해 마치 반려동물처럼 보살피고 키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울로 7017의 반려나무가 그 시작이지요.”

트리플래닛 홈페이지(treepla.net)를 통해 매월 일정액을 납부하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서울로 7017에 반려나무 한 그루를 가질 수 있다. 서울로 7017의 반려나무를 심은 화분엔 개인이나 가족의 이름과 원하는 메시지를 새긴 작은 푯말이 세워진다. 멤버십 혜택이 또 하나 있다. 환경부 산하 SL공사가 트리플래닛에 불하한 인천 수도권 매립지 5만여 평에 조성하는 ‘미세먼지 방지 숲’에 매년 일정 수량의 묘목을 심는 것.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오염 발생지와 도심에 숲을 조성해야 합니다. 연평도와 서울 서소문동의 대기를 측정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거의 비슷합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와 주변 화력발전소, 공단 때문이지요. 인천 수도권 매립지 인근은 미세먼지 오염원이 집중된 지역입니다. 이곳에 지그재그로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차단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많은 도심에 숲을 조성해야 하는데, 서울로 7017의 나무도 그 역할을 하겠지요.” 트리플래닛은 정부 기관의 협조, 기업 후원, 모바일 게임, 크라우드 펀딩 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세계 각지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환경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찍은 김형수 대표는 군대에서 후임으로 만난 정민철 총괄 이사와 함께 지난 2010년 트리 플래닛을 창립했다. “좋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곳을 돕고 싶고,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서 창업했습니다.” 회사 이름과 같은 ‘트리 플래닛’이라는 나무를 심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아이템 판매와 게임 내 광고, 기업 후원 수익금으로 실제 숲을 조성했다. 그 후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떠올린 계기가 재미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의 이름을 붙인 나무를 심는 게임 유저가 눈에 띄었습니다. 누가 아이돌 나무를 더 많이 심는지 경쟁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들과 직접 접촉해 스타의 이름을 붙인 숲을 조성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든 것이 신화숲이지요.” 팬클럽 회원과 개인의 소액 후원금을 모아 한국부터 중국, 인도, 남수단에 이르기까지 80여 개의 스타숲을 조성했다. 스타의 팬클럽 회원들은 숲 조성에 필요한 기금을 모으는 건 물론, 나무 심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수시로 찾아와 스타의 이름이 붙은 숲을 돌보았다.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은 ‘서울 수목원’이라는 콘셉트 아래 콘크리트 원형 화분 6백45개에 식물 2백28종, 총 2만 4천85그루를 심었다. 남대문시장과 명동, 남산, 서울역이 도보로 연결된다. 도심 한복판을 걸어서 가로지르는 기분이 무척 새롭다.
진도 팽목항 부근에 조성한 세월호 기억의 숲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연평해전 영웅의 숲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네팔 지진 피해자를 돕는 네팔 커피 농장 프로젝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당신의 나무, 우리의 숲 프로젝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직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도,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NGO와도 다르다. 김형수 대표는 사회 변화와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 벤처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세월호 기억의 숲’은 오드리 헵번의 유족이 먼저 제안했습니다. 기업과 NGO가 아닌 소셜 벤처를 찾고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정부나 기업, 종교단체 등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설명드리니 협력이 잘되었지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역시 기업이나 정부가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할머니들이 잡혀 갔을 당시 나이의 소녀들이 참여해 더욱 보람이 컸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서울로 7017 반려나무 푯말. 반려인의 이름과 원하는 글귀를 담았다.

네팔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커피나무를 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커피 원두를 미리 판매했다.

인천 수도권 매립지에 조성하기 시작한 ‘미세먼지 방지 숲’.
트리플래닛의 여러 프로젝트 중 애초 목표와 다르게 진행된 것도 있었다. 2016년 진행한 ‘북으로 보내는 숲’은 삼림이 황폐화된 북한으로 나무를 길러 보내기 위한 묘목장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탈북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북한 사람들은 최근에 벨 나무가 없어 뿌리를 캐서 쓰기 위해 곡괭이로 나무밑동을 판다고 합니다. 저희가 나무를 보낸다고 해도 바로 땔감으로 썼을 거예요. 이 사실을 알고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다음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과일나무를 심을 겁니다.” 김형수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문제를 잘 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실질적 접근이 필요했다고. 그렇게 ‘문제를 잘 정의한’ 사례가 네팔 지진 피해 지역에 커피나무를 심은 프로젝트였다. “공정 무역에 대한 오해가 있더군요. 대부분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데, 정작 생산자에게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커피 원두를 미리 구매해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아주 좋았죠.” 김형수 대표는 지난 7년간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며 나무와 숲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리플래닛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나무 1억 그루를 심는다는 목표 아래 한동안 해외 숲 조성 사업에 집중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에 책임을 느껴 올해부터는 이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지금, 김형수 대표가 생각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바로 나무를 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나무 5천만 그루를 더 심으면 지금 존재하는 환경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국민이 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야 하지요. 그 자체로도 좋지만, 궁극적 효과는 나무를 심은 후 바뀌는 사람들의 생활입니다.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저희에게 이메일을 많이 보냅니다. 자기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묻고, 종이를 아껴 쓰게 되었다고 말하지요. 나무를 심으면 그 사람의 삶이 바뀝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던 소년의 꿈이 전 세계 각지에 심은 70만여 그루의 나무와 1백70개의 숲으로 울창하게 영글었고, 사회 전체를 바꾸는 진정한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시 푸르를 봄을 염원하며, 트리플래닛의 혁신을 응원한다.

글 정규영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사진 제공 트리플래닛(treepla.net)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