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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 목적이 뚜렷한 휴가 배우고 읽고 경탄하라!
여행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남기지만, 분명한 목적이 있는 여행은 보다 밀도 높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문화를 배우고 자연에 경탄하는 여행지, 그리고 여행서 몇 권.


배움이 있는 여행지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플랑드르 마스터스 프로젝트


지리적으로 유럽 중심부에 자리한 벨기에는 오랜 기간 유럽의 여러 문명이 교차한 곳이다. 수도 브뤼셀과 브뤼허, 안트베르펜, 겐트 등 벨기에 주요 여행지가 몰려 있는 벨기에 북부 지역을 플랑드르Flanders 지방이라 일컫는데, 루벤스와 브뤼헐, 반에이크 등 인상파 이전의 고전 미술을 정의하고 지금의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거장들이 바로 이곳 출신이다. 벨기에는 2018년부터 3년간 ‘플랑드르 마스터스’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2020년까지 플랑드르 주요 도시에서는 거장의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와 특별 전시를 경험하며, 유럽 문화 예술 유산을 만끽할 수 있다. belgium-tourism.be


북태평양 수산물의 메카
시애틀 푸드 투어


미국 북서부 항구도시 시애틀에는 북태평양에서 수산물이 모여드는 수산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 있다. 푸드 투어업체 잇 시애틀에서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셰프와 함께 구매한 식재료를 활용해 마켓 내 아트리움 키친에서 총 3코스 식사를 만들어본다. eatseattletours.com/tours/cooking-classes


터키는 지금도 발굴 중
터키 안탈리아 세계문화유산


실크로드의 종착지로 수없이 많은 문명이 꽃핀 터키에서는 세계의 관광객을 사로잡는 새로운 유적지를 지금도 한창 발굴하고 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니Ani 고고학 유전지는 터키 북동쪽 외딴 고원에 자리한다. 수세기에 걸쳐 기독교도와 무슬림 왕조가 건설한 이 도시는 중세 아르메니아 왕국의 수도로 10~11세기에 번성했다. 중세 건축의 진화 양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에페수스Ephesus는 성모마리아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다.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에베소 교회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의 흔적, 로마 시대에 지은 대형 도서관인 셀수스 도서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에페수스 일대의 유적은 아직 80% 이상 미발굴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까지도 새로운 유물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현장. kultur.gov.tr


가자 우주로
앨라배마 헌츠빌 스페이스 캠프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작은 마을 헌츠빌Huntsville에는 세계 최고의 우주 교육기관이 있다. 이곳에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스페이스 캠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실제 우주인과 동일한 훈련 시설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고, 달 표면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저중력 걷기 체험도 인기가 높다. spacecamp.com


지구의 영혼을 만나다
애리조나 세도나 명상 여행


애리조나주 세도나Sedona는 서부 개척 시대에 인디언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거대한 붉은색 바위로 둘러싸인 세도나에선 압도적 바위 언덕의 풍광과 함께 울창한 소나무 숲, 짙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세도나에서 명상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다. 특히 보인턴 캐니언에 자리한 ‘카치나의 여인’이라는 이름의 바위 앞에서 명상하면 지구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950년대부터 세도나는 명상과 휴양을 위한 관광지로 유명해졌고, 수십 곳의 스파와 리조트에서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도 있다. 좀 더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은 관광객이라면 이른 새벽 열기구에 올라 붉은 산들 사이를 지나며 감상하는 일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크크리크 캐니언의 레드락 트레일을 지나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 gousa.or.kr


도시국가의 전통문화
싱가포르 페라나칸 문화 교육 프로그램


말레이인과 중국 이민자들의 후손인 페라나칸Peranakan은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킴추쿠에창Kim Choo Kueh Chang은 싱가포르 카통Katong 지역에 스며든 페라나칸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페라나칸 의식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하우스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뇨냐 라이스 덤플링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고, 페라나칸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한 실내에서 페라나칸 문화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공예가 취미인 여행객이라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구슬 공예 신발인 카수트 마네크kasut manek 제작을 배울 수도 있다. visitsingapore.com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태국 무에타이 아카데미


무에타이는 1천 년 이상 이어 내려온 태국 전통의 격투기다. 온몸을 사용하는 무에타이는 최근엔 격투기로서뿐 아니라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각광받으며, 방콕을 비롯한 태국 주요 도시에 현대 시설을 갖춘 무에타이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시간부터 일주일, 한 달에 이르기까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visitthailand.or.kr


자연 가득한 가족 여행지


해양 생태계의 보고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카이코우라Kaikoura는 뉴질랜드 남섬의 바닷가 마을로, 만년설이 쌓인 서던 알프스산맥 자락이 해변을 따라 펼쳐진 경관이 일품이다. 풍요로운 해양 생태계 덕에 카이코우라에선 연중 내내 다양한 에코 투어를 운영한다. 향유고래를 만나는 고래 크루즈가 가장 인기 높고, 낚시로 직접 저녁거리를 잡을 수 있는 피싱보트 액티비티 역시 추천할 만하다. 크레이피시 요리를 맛보는 일도 잊지 말 것! newzealand.com/kr


숨어 있는 보석
마리아나제도 로타섬


마리아나제도의 로타Rota섬은 경비행기로 30분 거리에 있는 근처 사이판에 비해 덜 알려진 만큼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바닷가 암초 사이에 자연이 만든 천연 수영장 ‘스위밍 홀’이 해변 군데군데 자리해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와 함께 호젓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테테토 비치Teteto Beach는 여러 가지 색깔로 층을 이룬 바닷빛이 무척 아름답고, 멀리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연중 다양한 자연 교육 프로그램과 워터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mymarianas.co.kr


끝없이 이어지는 산호 백사장
멕시코 홀복스섬


멕시코 칸쿤의 치킬라 선착장에서 페리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홀복스Holbox섬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이 있는 섬이다. 섬 둘레에 36km에 달하는 산호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펠리컨과 플라밍고, 홍따오기, 백로, 넓은부리해오라기 등 멸종 위기에 처한 1백여 종 이상의 희귀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홀복스섬에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을 운행하지 않지만, 골프 카트와 전동 자전거 등으로 이동하면 된다. 고급 리조트는 없지만 캠핑장, 방갈로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보유해 자연 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beta.visitmexico.com/ko


오로라의 초대,
캐나다 유콘


인구가 3만 4천 명에 불과한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Yukon territory)에는 순록과 늑대, 곰 등 거대 포유동물 25만 마리가 서식한다. 청명하고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은 이곳의 청정한 자연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시기. 백야로 밤이 짧은 6월부터 8월 중순까지를 제외하면 유콘에선 연중 내내 맑은 밤하늘에 가득 펼쳐지는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8월 말과 9월에는 붉은 단풍과 초록 오로라의 물결이 멋진 대조를 이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kr-keepexploring.canada.travel


도심 속 푸른 자연
프랑스 파리 뱅센 숲


자연은 외딴섬, 까마득한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리 도심에 자리한 뱅센 숲(Bois de Vincennes)은 4백60곳의 크고 작은 숲이 있는 파리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공원이다. 자연스러운 경관을 추구하는 영국식 조경의 영향을 받아 숲과 산책로, 호수, 연못, 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뱅센 숲 안에 자리한 파르크 플로랄Parc Floral은 이름 그대로 다종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는 곳. 1천5백 종의 붓꽃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봄에는 2백50종 이상의 튤립이 꽃을 활짝 피운다. 여름엔 파리 재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 축제가 열린다. kr.france.fr


열대우림의 신비
페루 탐보파타 국립자연보호지구


페루 남동부 푸에르토 말도나도 열대우림에 자리한 탐보파타Tambopata 국립자연보호지구는 아마존의 다양한 야생동물과 식물, 수려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상 30m 공중에 매달린 캐노피 워크웨이에선 아마존 정글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최근엔 ‘떠다니는 5성급 호텔’로 불리는 아마존 크루즈가 각광받는 중. 객실에서 통유리 창문을 통해 아마존의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다 운이 좋으면 아마존의 상징 같은 핑크 돌고래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promperu.gob.pe


숲과 물의 섬
일본 야쿠시마


규슈 남쪽으로 60km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야쿠시마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섬 야쿠시마는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과 원시림으로 가득하다. 수령이 1천 년이 넘는 야쿠 삼나무 숲을 온통 초록으로 뒤덮은 이끼, 1년 내내 내리는 비로 ‘태고의 숲과 물의 섬’이라 불린다. 야쿠시마의 상징은 2천 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하는 조몬 삼나무. 이 나무를 만나기 위해선 왕복 열 시간 정도를 걸어야 하니 근처 산장에서 1박을 권한다. 좀 더 쉬운 코스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숲의 모델인 시라타니운스이쿄가 있다. 온통 이끼로 뒤덮인 삼나무 숲의 몽환적 장관이란! welcometojapan.or.kr

©Yasufumi Nishi/©JNTO



책 따라 가는 여행지

현지 디자이너들의 아지트
<여행, 디자이너처럼> 시리즈


한 권마다 도시 하나, 예술가 예순 명이 각자 한 곳씩 60곳의 공간을 소개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디자인 명소와 갤러리는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 클럽, 바, 시장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직접 소개하는 장소인 만큼 보기에 아름답고, 다른 여행 가이드 북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흥미운 곳이 많다. 한 손에 잡히는 아담한 크기에, 각 장소의 주소와 문의처, 개장 시간, 입장료 등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록했다. 겉표지를 책과 분리해 펼치면 일러스트로 그린 도시 지도가 된다. 책 곳곳에 해당 도시를 여행할 때 손에 들고 다니면서 활용하기 좋도록 신경 쓴 배려가 돋보인다. 디자인하우스


걷기의 영혼과 심장
<영국을 걷다>


책을 쓴 이영철은 ‘회사적 인간’이었다. 어린 시절엔 제주도 해안 마을에서 학교까지 왕복 9km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엔 회사와 집 사이를 차로만 오갔다. 29년 회사 생활을 마감한 그날로 3박 4일간 남해 바래길을 걷고 나서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 그는 그로부터 맹렬히 전 세계를 걸었다. <영국을 걷다>는 영국 북서부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 315km를 15박 16일 동안 걸은 기록이자 여행 안내서다. 광대한 호수와 계곡, 붉은 황무지와 보랏빛 헤더 꽃밭 등이 등장하는 여정의 순서 그대로 글을 편집해 책을 읽으면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미래의 창


독서광을 위한 여행서
<여행과 독서>


4백36페이지의 두툼한 여행서에 사진 하나, 그림 하나 없이 모조리 활자뿐이다. 대만 작가 잔홍즈는 “책 속에서 모든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자칭 ‘책벌레’. 그는 여행의 목적지와 노선을 정할 때조차 전문가와 주변 지인을 통하지 않고 곧장 서재로 향한다.<여행과 독서>는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리 실용적이진 않지만, 여행 트렁크에 책 넣을 공간이 부족해 한참을 고민하다 기어이 다른 짐을 덜어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시그마북스


낯선 사물의 사전
<때가 되면 이란>


여행지로 이란을 꿈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정치와 종교, 역사, 문화 모두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시인 정영효는 “이란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곳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때가 되면 다시 이란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때가 되면 이란>은 테헤란에서 마주친 낯선 사물을 주목한 시인이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관련한 사람들, 일상과 역사를 요약하며 테헤란이라는 도시와 이란이라는 국가를 차근차근 바라본 기록이다. 난다


달콤한 여행의 추억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


책 속 표현 그대로 “여행에서 만난 달콤한 음식에는 언제나 유쾌한 즐거움의 향기가 난다”.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 히라사와 마리코가 세계 열여섯 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나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한 디저트와 간식을 글과 그림으로 추억한 책이다. 향기로운 디저트와 간식,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따뜻하게 묘사한 문장도 좋지만, 수채 물감으로 그린 음식 일러스트는 깔끔하게 오려내 아무 데나 눈 가는 벽에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컬처그라퍼


지금과 그때, 이곳과 그곳 사이
<그때 그곳에서>


‘미국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여행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세계를 다니며 여행의 취향을 계발한 그는 이후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살며 소설을 썼다. <그때 그곳에서>는 제임스 설터의 여행 산문집이다. 책에 실린 열여덟 편의 길고 짧은 산문은 여행과 장소, 사람을 담은 자전적 기록이면서도 그의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음산책

글 정규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