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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소영 오늘도 핸드메이드!
어릴 땐 어른이 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줄 알았다. 조금 커서는 대부분 잘하는 일을 하며 사는 줄 알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나서야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핸드메이드를 소재로 매주 사각 컷에 담아 소개하는 웹툰 작가 소영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네이버에서 일요 웹툰 <오늘도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매주 독자들과 공유하는 소영 작가.

네이버 웹툰 중 일요일마다 연재하는 <오늘도 핸드메이드>는 하나씩 소소한 물건을 완성해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만 보기엔 너무 예쁘고 나만 느끼기엔 너무나 따뜻한, 손으로 하는 모든 이야기’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에코백, 도장 케이스, 무릎 담요, 손거울 등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소개한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 끝날 무렵, 마지막 컷은 언제나 작가가 직접 완성한 실제 물건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만화와 실제 물건 사진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누군가(작가) 경험한 검증된 방법이니 마음놓고 따라 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만화가 좋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입학한 그는 대학에서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기업에 취직했다. 옷을 만드는 일이 꿈인 줄 알았건만,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대량생산하고 시즌이 지나면 헐값에 말 그대로 ‘재고 처리’하는 것이 늘 씁쓸했다. 오히려 하나를 선보이더라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꼼꼼히 작업해서 만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핸드메이드가 좋아요. 적성에도 잘 맞고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뭔가를 하고 있다’ 는 느낌을 주거든요. 손끝으로 느끼는 촉감, 결과물, 작업 과정에서 차분해지는 안정감도 있지만, ‘내가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요.” 그래서 자신이 잘 하는 만화 그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손으로 만들기를 엮어 웹툰 작업을 시작했고, 그의 데뷔작이 <오늘도 핸드메이드>다. 웹툰은 매주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라도 만화라는 매개체를 통하면 쉽게 경험할 수 있으니 핸드메이드는 어렵다는 편견이 있거나, 결과물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좋아할 수밖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요. 손끝으로 느끼는 촉감, 결과물, 작업 과정에서 차분해지는 안정감도 있지만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거든요.”

크로셰를 덧댄 천 도구함. 이미지 제공 네이버 웹툰 <오늘도 핸드메이드>

핸드메이드로 일상을 누리다
매주 만화를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멋진 결과물까지 있어야 하니 보통 부담이 아닐 텐데, 그는 의외로 아이템 선정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지금까지 연재한 25회의 소재를 제외하고도 추후 1년 간의 아이템이 이미 정해진 상태다. “평소 관심 있거나 만들고 싶은 것을 꾸준히 적어놓고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가는 느낌이랄까? 제가 참 욕심이 많아요. 만들고 싶은 것이 왜 이리도 늘어나는지….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서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선정해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상호 소통이 가능한 웹툰의 장점도 그의 핸드메이드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웹툰을 통해 핸드메이드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희망적 메시지부터 “이러다간 집이 물건으로 가득 찰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다양한 댓글이 게시판을 메운다. “제 만화의 종류를 굳이 나누자면, 재미보다는 따뜻함 쪽이에요. 그런데 댓글이 재미있어 제 만화를 읽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어떤 내용이든 빼놓지않고 읽고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요즘은 워낙 손재주 좋은 사람이 많아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저는 제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만큼만 해내고 있어 크게 부담감은 없어요. 독자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왼쪽) 크로셰를 만드는 소영 작가  (오른쪽) 소영 작가가 뽑은 베스트 핸드메이드 아이템. 프렌치 자수를 더한 다이어리, 크로셰를 덧댄 도구함, 위빙 코스터 등은 실제로도 자주 손이 간다. 

핸드메이드 생활을 꿈꾸다
웹툰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상을 누리자’는 것. 그는 우리가 너무 많은 ‘지금’을 양보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었다. “지금 누구와 있는지, 지금 마신 커피가 무슨 맛인지, 지금 쓰는 물건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쁘게 흘려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그런 면에서 핸드메이드는 오히려 느림을 미학으로 생각하는 분야잖아요. ‘지금’ ‘핸드메이드’를 통해 일상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이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강소영 작가는 자신이 그려낸 만화와 핸드메이드 아이템을 토대로 단행본 출판을 계획 중이다. 또 가구와 소품까지 핸드메이드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자수 시트를 덮은 침대에서 눈을 떠 자신이 만든 수제 가구에 앉아 수제 드리퍼에 내린 커피를 마시는 ‘핸드메이드 생활’을 꿈꾼다고.

하나의 일에 깊이 빠지면 생각은 멈춘 채 손만 바삐 움직이는 경험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손을 움직이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복잡하던 일도 명료해진다. 그가 말하는 핸드메이드의 힘이란 내면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 마음속 소란을 가라앉히는 일! “처음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요. 자꾸 기성 제품과 비교하게 되고, 아쉬움만 커지죠. 재료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결과물만큼 과정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어떤 기술을 손에 익을 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형태든 마침표를 찍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애정과 인내심을 잃지 마세요. 핸드메이드를 계획하고 있는 분께 제가 조언 해드리는 필수 준비물은 애정과 인내심이랍니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