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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 아는데도 충치가 생길까? 건강한 치아도 다시 보자
매우 고통스럽고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을 하게 되는 치과 진료. “제발 치과 갈 일 좀 없으면 좋겠다”고 푸념한 적은 없나요? 하지만 이는 큰일 날 생각입니다. 때 되면 미용실에 가는 것처럼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야 합니다. 그래야 괴로운 통증과 당황스러운 비용 지출을 미연에 방지할 테니까요.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치아 건강 상식을 알려드립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세 살 된 딸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느라 곤혹을 치른다. “치카치카 안 하면 입속에 벌레가 생겨요~ 그러면 이가 아파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로 노래를 부르며 귀찮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붙잡고 이를 닦아준다. 그런데 이처럼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나름대로 실천하는 어른인 나는 왜 충치가 생겼을까?

실제로 사람들이 감기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질병이 바로 충치다. 대한치주과학회에서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은염ㆍ치주 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3년 약 1천27만 명으로, 전체 국민 질환 중 2위를 차지한다. 양치질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아는 만큼 실천하는 어른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어쩌면 대부분이 어떻게 구강 관리를 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양치질인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고백하건대, 나는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치실을 쓰기 시작했다. 충치 치료를 받다가 치위생사가 알려준 덕분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누구도 말해 준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구강 관리에 관한 교육법이 한층 발전해, 만 2세 어린이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양치질할 때는 반드시 혓바닥도 함께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주입시키고, 10대부터 학교에서 치실 사용법을 알려주는 추세다. 또 치과는 충치가 심해지기 전에 미리 검진하고 예방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점차 늘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 구강 건강 실태 조사’ 결과, 만 12세 아동의 ‘우식 경험 영구치 지수’가 2000년 3.3개에서 1.8개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제대로 구강 관리 지도를 받지 못한 세대나 제대로 교육받고서도 방심한 채 살아온 사람이라면 백발백중 치과에서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고통을 경험해봤을 터. 다시는 그렇게 괴로운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치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구강 관리법을 익히는 것. 치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하며, 치아 건강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건 단지 처절한 통증만이 아니라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구강은 눈에 보이는 유일한 장기이자 전신의 건강을 좌우하는 관문입니다. 동물에게 이빨을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요. 치아가 없거나 있어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떨까요? 치아를 지키는 일은 죽을 때 까지 전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 한 가지만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 송근배 교수의 말처럼 구강은 단순히 씹고 뜯고 말하는 기능을 넘어 우리의 신체 건강과 관련이 깊다.


“치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하다. 치아 건강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건 단지 처절한 통증과 당황스러운 비용만이 아니라,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청결한 구강 관리가 당뇨병, 심장 질환, 치매, 심지어 비만 예방에도 좋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구강 관리법을 실천해야 한다.”


구강 건강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질병
구강 관리를 위한 첫 번째 습관은 양치질이다. 그런데 양치질을 하는 목적이 단순히 충치 예방과 입 냄새 제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양치질은 구강 관리를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에 불과하며,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행위다. 놀랍게도 구강이 청결하지 않으면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고, 잘못된 관리로 치아를 손실했을 경우, 그러니까 위아래 쌍을 이루는 어금니 수가 적을수록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의 해마와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용량이 줄어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 치주 질환은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양치질을 소홀히 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말씀!

우선 철저하게 예방해야 할 것은 충치와 치주 질환이다. 충치균은 설탕이나 당질을 먹이로 하여 번식하고, 산을 배출해 치아 표면의 에나멜질을 녹여 치아우식증, 즉 충치를 유발한다. 충치는 워낙 통증이 심해 대부분 초기에 치료를 받는다. 반면 치주 질환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데,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문제나 통증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구강 관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치아를 받치고 있는 치은(잇몸)과 치주 인대 및 뼈조직의 염증을 지칭하며 풍치라고도 부르는 치주 질환은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자칫 방심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치주병균은 입안에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따라 온 몸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잇몸에 생긴 염증 세균이 자칫 혈액 안으로 들어가면 균혈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로 진행할 수도 있다. 설마 하는 의구심도 들겠지만, 1989년 핀란드에서 발표한 <치주 질환과 급성 심근경색의 관계>라는 논문에서도 치주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 이 30%나 높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검색창에 치주 질환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당뇨가 나올정도로 치주병균은 당뇨병의 큰 적이다. 치주병균의 독소가 간이나 지방세포에 영향을 미쳐 인슐린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입안의 세균을 제거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동을 약화시켜 확산을 막아주니, 청결한 구강 관리가 감기 감염률도 낮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건강을 지키는 구강 관련 습관
구강 건강을 위해 양치질 다음으로 꼭 해야 하는 것은 치석 제거술, 즉 스케일링이다. 그래야만 치주 질환의 주된 원인인 치태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 치태는 치아 주변에 딱딱하게 붙은 채 칫솔질을 해도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치아와 잇몸 주위의 세균 덩어리로 ‘플라크’라고도 한다.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잇몸을 붓게 하고, 출혈을 일으키며 심하면 잇몸 뼈를 녹이는 무시무시한 존재! 초기라면 칫솔질로 제거할 수 있지만, 누구나 치태는 쌓이게 마련이다. 스케일링은 1년에 1회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나라에서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자.

음식을 먹을 땐 서른 번 이상 씹는다. 잘 씹으면 침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침 속에는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를 돕는 아밀라아제부터 살균ㆍ항균 작용을 하는 여러 가지 유익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입안에서 잡균이 번식하는 것을 억제해준다. 이런 잡균이 입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침의 양이 많으면 입 냄새도 예방할 수 있는 것. 서른 번씩 씹으면 자연스레천천히 식사하게 되고, 포만감을 느끼면 식사량이 줄어 절로 다이어트 효과도 얻으니 일석이조다.

정기적 구강 검사는 당연지사. 단, 이때 타액 검사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타액의 양이 충분한지, 충치균의 보균량과 치주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균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또 치아의 에나멜질을 녹이는 충치 산 물질을 중화해 입안의 pH 수치를 제대로 조절해주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충치나 치태, 치주 질환, 치은염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일반 구강 검사로는 알 수 없으니, 타액 검사를 하는 치과를 찾아 검진을 받는다.

내장 비만은 치주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살이 찐 사람은 치주 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신승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복부 비만인 여성일수록 중증 치주 질환의 위험도가 2.78배 증가한다고. 장간막에 지방이 축적되면 몸에 유해한 ‘TNF-∝’ 물질을 내보내는데, 이 물질이 염증을 촉진해 치주병균을 악화시킨다. 이른바 ‘똥배’를 없애는 것이 구강 관리의 시작인 것이다.

그 밖에 일상 습관으로는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한다. 입이 건조하면 침이 적 어지고, 그러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흡연은 좋을 리가 없다. 흡연자는 치주 질환 위험이 3.4배나 높다. 산성이 강한 음식은 초콜릿이나 사탕만큼이나 치아에 안 좋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예를 들어, 자몽이나 흑초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치아 표면에 구멍이 생기고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치아를 깨뜨리거나 금이 가게 할 만한 작은 행동들, 얼음 깨물기, 연필이나 손톱 깨물기, 이로 병뚜껑 따기 등은 절대 삼가야 한다. 만약 잠잘 때 치아 표면을 마모시키는 이갈이 증상을 보인다면 마우스 가드를 끼고 자는 것도 방법이다.



★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양치질 제대로 하는 방법
30분 이내에 하라 음식 섭취 후 약 30분간 입안은 충치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된다. 그러니 간식을 자주 먹는 편이라면, 그 식습관부터 고치는 게 나을 듯. 매번 양치질하는 게 자신 없다면 말이다. 또 씹는 즉시 바로 녹아 없어지지 않고 치아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긴 음식은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스낵류가 대표적으로, 치아 사이에 부스러기가 끼거나 침과 섞여 치아에 들러붙기 쉬운 음식 중 하나다. 양치질하기 어렵다면 물로라도 입안을 헹궈내야 한다.

치아 하나하나를 닦는다는 기분으로 칫솔을 위아래, 옆, 수평, 사선 등 각도를 여러 차례 바꾸어 치아 하나하나를 구석구석 닦아야 한다. 특히 세심하게 닦아야 할 곳이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의 경계다. 강하게 문지르지 말고 반복해서 살살 닦는다.

치실이나 치간 칫솔은 필수품 치아와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치실만 한 게 없다. 간혹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치아와 치아 사이의 틈을 벌려 충치균의 서식처를 늘리는 꼴이니 경계할 것. 치실을 사용할 때는 치아와 치아 사이에 깊숙이 넣어서 치아 뿌리에 붙어 있는 음식 찌꺼기까지 제거해야 한다.

혀까지 닦아야 끝이다 혀에는 치주 질환을 일으키는 균, 충치를 일으키는 균 등 무려 5백여 종의 세균 10만~1백만 마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 이를 기억한다면 혀를 닦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혀에 낀 설태를 제거하면 입 냄새도 덜해진다. 입 냄새의 가장 큰 원인은 구강 내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황 화합물인데, 혀를 닦으면 이를 80%까지 없앨 수 있다.

가정용 불소 젤을 바른다 불소는 충치균이 분비하는 산이 치아 표면에 있는 에나멜질을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에나멜질을 강화해 치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물질이다. 일각에서는 불소가 암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불소와 암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칫솔질을 통해 입안에 남는 불소량을 따져보면 녹차 한 잔에 함유된 불소량과 비슷하다니, 불소의 장점을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가정용 불소 젤을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 뿌리, 치아 구멍 등에 씌우듯이 바른다. 번거롭다면, 불소 함유 치약을 사용하거나 불소액으로 가글링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고 도서 <이만 잘 닦아도 비만, 치매 막는다> <잘못된 치아관리가 내 몸을 망친다>

#충치 #구강건강 #스케일링 #양치질
글 강옥진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허정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