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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사진가 사진이라는 수묵화로 그린 샹보르 숲
지난 9월 26일 프랑스 샹보르Chambord 성에서 열린 전시 <배병우 샹보르 개인전 - 숲 속에서>에는 첫날 한국에서 1백여 명과 유럽 각지와 샹보르 성 주변 지역에서 4백여 명 등 5백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와 샹보르 국립공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2년간 레지던시 작가로 초대되어 이 성에 머물며 이국적 시각으로 왕실 숲을 한 필의 수묵화처럼 포착해낸 배병우 작가의 작품은 샹보르 성 3층 아치형 천장 아래 600㎡의 공간 전체에서 2016년 4월 10일까지 선보인다.

CH1A-004H, Chambord, C-print, 125×250cm, 2014
왕이 사냥하던 비밀의 숲
한국의 천년 고도 경주. 그곳에서 왕의 무덤 배후에 심은 소나무는 그 누구도 벨 수 없는 성스러운 나무였다. 그래서 예부터 한국인은 흙 아래 뿌리마다 왕의 영험이 담긴 듯, 하늘로 오르는 가지마다 왕의 영혼이 담긴 듯 경주 남산의 소나무 숲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샹보르 숲은 파리 면적보다 넓은 숲을 담이 감싸고 있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왕실 숲이었다. 수세기 동안 왕의 사냥터이던 숲에 어떤 영험한 나무가 자라는지, 어떤 생태가 깃들였는지 알 수 없었기에 프랑스인은 샹보르 성을 신비로운 비밀의 숲으로 여겼다. 그간 샹보르 성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데 반해 조용히 숨어 있던 비밀의 숲을 이제는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할 즈음, 샹보르 국립공원 갤러리의 큐레이터는 몇 해 전 파리에서 열린 배병우 사진가의 개인전을 떠올렸다. 왕의 사냥 숲이라는 비밀스러운 자연 현장을 배병우 사진가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빛의 서정시로, 사진 속의 수묵화 같은 독특하고 이국적인 현대미술 작품으로 포착해보려는 기대에서였다.

CH1A-023H, Chambord, C-print, 40×80cm, 2015
프랑스 숲을 담은 한국의 예술가
샹보르 성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된 배병우 작가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긴 시간을 이 성에 머물렀다. 왕의 사냥 전리품인 사슴뿔을 전시한 회랑을 지나면 그를 위한 거처가 나왔고, 낮이든 밤이든 비밀번호를 눌러 성문을 열 수 있었으며 지프 차량으로 새벽녘의 샹보르 숲을 횡단하는 자유를 만끽하며 프랑스인이 오랫동안 상상해온 비밀의 숲을 작품으로 담아냈다. 비밀의 숲 저 끝에 웅장하게 서 있는 샹보르 성은 세계 건축사에 남은 보석. 샹보르 성을 찾은 방문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프랑스에 초대해 고안했다는 이중 나선형 계단을 따라 성의 3층에 이르자 600㎡라는 거대한 공간에 걸린 배병우 작가의 사진 작품을 보며 탄성을 쏟아냈다. “자연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연으로 긴장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그의 미학의 본질이다”라고 묘사한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대학 갤러리 관장 로버트 플렉의 비평처럼 샹보르 숲의 나무와 풀, 안개와 공기가 모노톤의 절제된 사진에 담겨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이 감동은 2016년 4월 10일까지 샹보르 성에서 경험할 수 있으며, 2016년 여름에는 파리의 전시 공간 오랑주리 뒤 세나에서도 배병우 작가의 시선에 담긴 샹보르 숲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CH2A-001V, Chambord, C-print, 200×160cm, 2014

#샹보르성 #배병우 #프랑스숲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제공 배병우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