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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힘
예뻐 보이기 위해 얼굴에 공들이는 노력의 반의반만큼이라도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목소리의 힘은 생각보다 커서 당신의 전체 인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성형수술을 한 것 이상의 극적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이순구, ‘웃음꽃-봄소녀’, 캔버스에 유채, 90.9×72.7cm, 2014
그림은 서양화가 이순구의 작품으로, 그는 마치 호탕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밝은 얼굴을 그린다. 초승달 같은 눈, 함박같이 벌린 입, 가지런한 치아, 과장된 목젖이 그가 그리는 웃는 얼굴의 특징. “사람들의 웃는 모습 그 이상의 웃는 표정이 되도록 최대로 과장하고, 이 과장한 요소가 잘 드러나도록 많은 부분을 생략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기호적으로 표현한 웃는 얼굴에서는 소탈함과 순박함이 느껴진다. 아울러 주인공의 행복한 기운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만났을 때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진다. 명탐정 셜록 홈스만큼 정확하게 알아채는 건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성격, 생활 방식, 취향 등은 가늠할 수 있다. 단서는 물론 다양하다. 눈에 보이는 의상부터 화장 스타일, 손발톱 관리 상태, 표정, 향기 그리고 목소리, 기타 등등. 그중 목소리가 말해주는 정보는 기대 이상으로 쏠쏠하다. 목소리 톤, 억양, 어투, 발음 등을 통해 인성과 기본 태도 그리고 매너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목소리가 크고 우렁차면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며, 작고 소리가 안으로 기어들면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편이며, 말이 빠르면 성격도 급할 것이라 추측하는 식이다.

전문가인 <스피치 시크릿>의 저자 겸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 우지은 씨에게 물었더니, 역시 그녀가 목소리를 통해 얻는 정보는 거의 셜록 홈스급이다. “목소리의 여러 요소 중 목소리 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톤이 낮을수록 더욱 신뢰감을 줍니다. 억양은 어미 처리에서 두드러지게 그 특징이 나타나는데, 동그랗게 내리는 억양으로 말하면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고 신뢰감을 갖게 하지요. 반면 어미를 강하게 올리면 딱딱하고 드센 이미지, 변화 없는 억양으로 말하면 무뚝뚝한 이미지를 줍니다. 또 발음은 지적 이미지와 연관이 깊어요. 발음이 또박또박 정확하면 똑똑하고 매사에 일 처리도 분명하게 할 것 같은 똑 부러진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반면, 발음이 부정확하면 지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지요.”

이쯤 되면 목소리도 얼굴만큼이나 신경 써서 가꾸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지? 평생 우리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그 소통의 중요한 매개체가 목소리다. 같은 선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다르듯, 같은 내용이라도 더 윤기 있는 목소리에 따뜻한 감정을 담아 말한다면 대화의 질이 달라질 터.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메라비언Mehrabian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는 요소와 그 비중을 연구했는데, 의상・몸짓・표정・시선 등 시각적 요소가 55%, 음색・억양・어투・발음 등 청각적 요소가 38%, 내용적 요소가 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즉 내용 자체보다는 시각적・청각적 요소와 같은 비언어적 부분이 93%나 차지한다는 사실. 똑같은 내용이라도 부드럽고 따뜻하며 신뢰감 주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호감을 더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우지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타고난 피부도 가꾸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희망적이지 않은가!

내면을 변화시키는 열쇠
자신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목소리는 내면의 자신감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 크고 당당하게만 말해도 주변 사람의 태도와 평가 등이 달라지고, 시선이 달라지면 자신감도 고취되며, 그렇게 생긴 자신감은 표정과 자세, 몸짓에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실제 사례도 많다. “성격이 급하고 흥분된 어조로 말하는 여선생님이 계셨어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목은 항상 쉬어 있고 말투가 빨라 100%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지요. 하지만 복압을 끌어올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습관과 강조 기법을 활용한 낭독을 통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화법으로 바뀌었어요. 자신의 호흡을 느끼면서 여유롭게 말하는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성격까지 차분해지고 섣부르게 급히 말하는 습관을 개선하게 되었습니다.” 우지은 대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 또 외적 이미지 변화 사례도 있다. 입을 작게 벌리고 말하며, 말끝을 흐리던 남성이 복식호흡으로 힘 있는 소리를 만들고, 입을 좀 더 크게 벌리면서 말하는 연습을 하며,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마지막 어미까지 명료하게 발음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더니 내적 자신감이 먼저 회복되었다는 것. 자신감 회복은 목소리뿐 아니라 표정에서 바로 나타났고, 그는 훨씬 밝고 활기찬 모습이 되었다. 영업 실적이 높아져 승진을 한 것은 덤이다.

이처럼 목소리는 마음의 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매개체요,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 수단이기에 때로는 전략적으로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마치 격식을 갖춰야 할 땐 제대로 차려입고 친구를 만날 땐 편한 옷을 걸치는 것처럼 말이다. “저는 공식 자리에서 강의할 때의 목소리, 방송 인터뷰를 할 때의 목소리가 다르죠. 강의를 할 때는 청중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변화의 폭이 크게 말하고, 방송 인터뷰를 할 때는 상당히 정돈된 어투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애씁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는 부드럽되 단호하고 분명한 어투에 신경 쓰지요.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는 약간 높은 톤으로 최대한 밝게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가까운 가족과 이야기할 때는 가장 저답고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합니다.” 즉 상황과 대상에 따라 목소리 톤, 강약, 억양, 어투, 감정 등을 싣는 정도를 다르게 하면 각 삶의 역할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신의 매력도 더할 수 있다는 말씀!

이순구, ‘웃음꽃-환하다’, 캔버스에 유채, 72.7×90.9cm, 2013
목소리도 훈련이 필요하다
목소리 훈련은 마치 헬스 트레이닝, 즉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체형은 바뀌지 않지만 운동을 하면 훨씬 아름답고 탄탄한 몸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올바른 방법으로 목소리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훨씬 매력적이고 듣기 좋은 음성으로 바뀔 수 있다. “아, 에, 이, 오, 우 입을 크게 벌려서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입과 성대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고, 배에서 힘을 모아 소리를 내는 발성 연습을 매일 하죠. 피부에 보습 미스트를 뿌리는 것처럼 목소리도 윤기를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물을 마시며 목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목을 건조하게 만드는 커피나 녹차 대신 목에 좋은 도라지차나 배즙을 꾸준히 마십니다.” YTN 이승민 앵커가 밝힌 목소리 관리법이다.

한편 얼굴로 치면 안면 윤곽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문제적 목소리도 개선할 수 있을까? “우선 문제적 목소리를 내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야 합니다. 문제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잘못된 호흡, 발성, 발음 습관에 길들여졌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방송인 박경림 씨는 목에 힘을 많이 주고 높은 톤으로 이야기해 성대에 무리가 가는 발성입니다. 목소리는 호흡과 발성으로 변화할 수 있는데 복식호흡을 해서 최대한 목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하고 목의 아치 확장, 공명을 통한 발성을 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맑고 윤기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성대의 힘이 약하거나 성대결절을 앓은 사람은 일반 훈련 기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데,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1~3개월 훈련하면 상당 부분 개선된다고 한다.

목소리 훈련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곳은 미국이다. 아무래도 초등 교육부터 대학 교육까지 퍼블릭 스피치와 토론 수업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더불어 명쾌한 목소리로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일 듯. 일례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재직할 때 일을 잘하는데도 발음이 좋지 않아 능력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한 에피소드도 있지 않던가! “미국의 경우 가수나 배우, 변호사, 경영인, 정치인 등 많은 사람이 목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질적 발성 훈련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발표나 토론 교육을 비롯해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목소리 훈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지은 대표는 이렇게 분석하며, <행복> 독자를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 “자신의 음색과 비슷하면서 닮고 싶은 목소리, 즉 롤모델을 찾아 그 목소리를 자주 듣고 따라 해보세요. 그러면 롤모델의 장점을 닮되 자신의 개성은 살아 있는 멋진 목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직접 목소리 훈련을 받아보니
평소 얼굴보다는 목소리에 더 자신이 있다. 하지만 가끔 “목소리가 좋으시네요”라는 말을 듣는 건 인생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 그보다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에서 품위가 느껴지길 바랐고, 여러 사람 앞에서 가늘고 여린 평소 목소리와 다르게 힘과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소리 훈련 학원을 찾아보았을 때 ‘스피치 아카데미’란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 다양한 학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좀 놀라웠다. 그중 취재를 위해 찾아간 곳은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으로, 이곳의 우지은 대표는 <스피치 시크릿> <여자는 목소리로 90% 바뀐다> 외 관련 서적을 네 권이나 발간한 전문가. 목소리를 개선하는 보이스 트레이닝 수업과 표현법을 향상시키는 스피치 수업이 있는데, 목소리 자체보다 목소리를 활용하는 기술이 절실하던 나는 스피치 수업을 청강했다. 평일 오후 시간인데 교실은 20대 대학생부터 임용 고시생, 30대 직장인, 50대 사업가 등 구성원이 다양했다. 실제 주된 연령대는 20~40대로, 학생이 35~40%, 직장인이 60~65% 를 차지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부터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전문직 종사자, 영업직, 의사, CEO,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필요성 때문에 목소리 훈련을 받는다. 수업은 수강생이 자유 주제로 준비해온 내용을 5분씩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효과적 발표에 관한 이론 수업을 들은 후, 이를 적용해 앞서 발표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처음엔 불안한 시선, 어정쩡한 자세, 기어들어가는 어미, 긴장한 탓에 꼬이는 문맥 등 저마다 부족한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어진 이론 수업에서는 감각적 어휘와 눈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며 말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배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다시 한 번 발표하는 시간이 되자, 수강생들은 훨씬 알차고 차진 스피치를 선보였다. ‘사람이 작은 차이로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구나!’ 놀라운 변화를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다. 나 역시 목소리 하나만 믿고 지금껏 얼마나 밋밋하고 특색 없이 말해왔는지! 비록 두 시간 남짓 1회 수업을 받았을 뿐이지만, 많은 자양분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 후엔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무슨 주제로 말을 하는가에 따라 한 번 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전에 대화 내용을 준비하게 됐다. 목소리의 힘이 얼마나 큰지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으로 교훈은 충분한 셈이었다. _강옥진 기자 


도움말 우지은(<스피치 시크릿>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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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