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프리츠 한센의 새 시대를 연 라운지체어 로 체어
북유럽 가구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프리츠 한센은 3년 전, 로Ro™ 체어를 발표했다. 스페인 출신의 괴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과 협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단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화제의 가구. 과연 로 체어는 조명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가? 우리가 몰랐던 로 체어의 디자인 가치에 대하여.


2013년, 로 체어가 등장하다 인테리어 매거진 속 화보에 종종 등장하는 이 가구는 프리츠 한센Fritz Hansen과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는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협업해 2013년에 발표한 로 Ro™ 체어다. 아르네 야콥센의 전성기를 잇고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예 디자이너를 찾아 나선 프리츠 한센이 장난기 넘치고 위트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하이메 아욘과 손을 잡은 것. 1백40년 이상의 헤리티지를 보유한 브랜드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기 발랄한 디자이너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로 체어. ‘도심에서 누리는 나만의 안식처’를 테마로 한 이 의자는 인체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형 등받이와 귀를 닮은 양 날개가 부드럽게 감싸 안아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한다.1.5인용으로 제작해 덩치는 에그 체어 못지않게 크지만 핑크, 블루, 옐로 등 마카롱처럼 달콤한 색상이 무게감을 덜어주므로 거실이나 서재, 침실 등 집 안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린다. 대개 브랜드에서 컬러 옵션을 지정하는 것에 반해 로 체어는 하이메 아욘이 처음부터 아홉 가지 컬러를 직접 선정했다. 진정한 한 수는 곡선을 덮는 완성도 높은 패브릭 마감이다. 에그 체어와 달리 기계에 의존한 부분도 있지만, 패브릭 마감만큼은 프리츠 한센식 장인 정신을 고집한 것. 곡선형 등받이와 팔걸이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럼에도 조금도 밀리거나 울지 않고 프레임에 완벽하게 밀착된 패브릭을 두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스페인의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은 하이메 아욘. 마드리드와 파리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0년에 아욘 스튜디오를 설립한 그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호기롭고 유쾌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최근 카시나Cassina, 보사Bosa, 앤트래디션&Tradition, 비사차Bisazza 등 쟁쟁한 브랜드와 협업하고 공간 인테리어도 겸하는 그는 현재 전 세계를 무대로 전방위적 디자인 활동을 펼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이다.


로 체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눈으로만 볼 때는 몰랐던 로 체어의 특별한 매력과 완벽해 보이지만 아쉬운 한 가지. 로 체어를 직접 사용하거나 자주 접하는 이, 그리고 소문난 가구 애호가가 보내온 리얼 코멘트.



So So! 좋은 시도! 하지만 시간을 갖고 지켜볼 것
덴마크는 유럽 변방에 있고, 크래프트맨십을 기반으로 하기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프리츠 한센은 아르네 야콥센, 한스 웨그너, 포울 키에르 홀름 등 거장 디자이너들과 1960~1970년대 최고 전성기를 보냈지만, 이후 그에 필적할 만한 디자이너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오리지널 가구에 현대적 색감을 입히거나, 단종된 제품을 복원해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려 한다. 하이메 아욘과의 협업도 그러한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비코 마지스트레티나 피에로 리소니도 아르네 야콥센의 거대한 그림자를 이겨내지 못했고, 하이메 아욘은 가구 본연의 기능보다 작가주의적 정체성에 비중을 두기에 프리츠 한센의 색깔을 이어갈지, 오랫동안 사랑받 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_ 하지훈(가구 디자이너)


Good! 쌍둥이 자매가 좋아하는 포근한 의자
예전부터 1인 체어에 관심이 많았다. 로 체어는 2015년에 하이메 아욘이 서울에 왔을 때 접했는데, 사랑스러운 모습에 흠뻑 매료돼 곧장 핑크색 버전을 구입했다. 장식성이 강한 로 체어는 기존에 샀던 블랙 컬러 가구와도 잘 어울리고, 패브릭 특유의 따스한 느낌이 모던한 공간에 포근함을 더한다. 하지만 등받이가 높아서 늘어지고 싶을 때보단 TV를 보거나 대화할 때 주로 앉는 편. 사랑스러운 핑크색 의자는 쌍둥이 자매인 해인이와 재인이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나는 주로 넓은 소파를 이용하고, 아이들이 로 체어에 앉아 놀곤 한다. 패브릭 소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손때가 묻고 자연스럽게 색이 바래겠지만 그 또한 의자와 함께한 추억이라 생각한다. 가구 한쪽 귀퉁이에 하이메 아욘의 사인이 담겨 있어 더 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_ 서정은(패션 스타일리스트)


하이메 아욘의 위트 실종 사건 Not Good!
평소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에서 받은 영감과 놀라움을 기대한 애호가라면 다소 실망스러워할 가구일 수 있다. 인체를 모티프로 했다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고, 다소 억눌린 듯한 형태는 심지어 유전자 변형 식물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가구의 본래 콘셉트인 ‘한 사람만을 위한 편안함’은 오히려 기존작인 폴 트로나 쇼타임 체어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어쩐지 프리츠 한센이라는 거장들의 놀이터에 개구쟁이 소년이 억지로 어른 옷을 입고 끼어 들어간 느낌이랄까? 물론 하이메 아욘은 여전히 특별하고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이고, 프리츠 한센 역시 보수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인 점은 높게 사지만, 그 시도가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는지는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_ 강승민(aA디자인뮤지엄 큐레이터)


호텔 라운지처럼 우아한 공간을 꾸며줄 가구 Very Good!
로 체어는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치고는 상당히 우아한(?) 편이다. 하지만 버튼다운 장식과 독특한 다리 형태에서 특유의 재치를 알아챌 수 있다. 신축성이 전혀 없는 모직과 펠트로 감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마감이 정교하고, 사랑스러운 아홉 가지 컬러는 가구의 위압적 분위기를 상쇄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집 안에 들일 때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가구다. 부피가 워낙 커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사람이 의자에 눌리기 때문. 한 가지 팁을 제안한다면 소파를 없애고 라운지체어만으로 거실을 꾸미거나, 등받이가 낮거나 벤치 형태의 간결한 소파와 마주 보게 놓아 보자. 이때 티 테이블은 사이드 테이블처럼 의자 옆에 두고 쓰면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도 호텔 라운지처럼 우아한 분위기의 거실을 연출할 수 있다. _ 홍희수(공간 디자이너, 디자인 서다 대표)


판매처 가구숍 인엔(02-3446-5103), 밀라노디자인빌리지(02-516-1743), 보에(070-8890-2897), 에이후스(02-3785-0860)

#로체어 #하이메아욘 #프리츠한센 #의자 #아르네야콥센 #북유럽가구
글 이새미 기자 | 사진 프리츠 한센 | 도움말 이수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