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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 드레싱_사례 옷을 갈아입은 집, 홈 드레싱
홈 드레싱home dressing의 사전적 의미는 공사 없이 패브릭과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집 안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는 것. 외국에서는 계절마다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벽지와 패브릭만으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통용되었다면, 우리나라는 신축 아파트분양이 많아지면서 짧은 시간에 부분 개조를 원하는 이에게 홈 드레싱이 인기를 끌고 있다.부동산 경기 침체와 증가하는 싱글 세대의 영향으로 전셋집 수요가 많아지고 글로벌 홈데커레이션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가치 소비가 확산되면서 홈 드레싱이 레노베이션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비 영역으로 거듭난 것. <행복>에서 설문한 결과 전체 레노베이션중 별도의 공사 없이 스타일링하는 홈드레싱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으며, 그 이유를 셀프인테리어가 가능하기에(45.22%), 비용과 기간이 부담스러워서(22.61%), 새 집을 불필요하게 레노베이션하고 싶지 않아서(13.04%) 등으로 꼽았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전셋집인테리어에, 아이가 생기거나 자녀가 독립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서 등등 각각의 홈드레싱 사례를 통해 취향과 예산에 맞는 레노베이션을 계획해보자.

Case 1 제작 가구와 톤온톤 컬러 매치로 완성한 집
1 아이의 로망인 이층 침대, 벽 칠판, 세계지도를 모두 적용한 준영이 방. 
2 블루 그레이, 다크 그레이, 그레이 등 같은 회색이라도 조금씩 다른 톤을적용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 키친, 다이닝룸. 타일과 싱크대 하부장 문을 교체하고 식탁 의자와 디자인 조명등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클라이언트의 친정집을 지어준 인연으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홈 드레싱을 맡은 어너더디의 정세영 실장. 흔히 구조적 변화의 힘을 빌려 전혀 다른 집으로 둔갑시키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비포&애프터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가장 일반적 주거 형태가 아파트고, 특히 새아파트로 입주하는 경우에는 공사 기간이나 비용을 감안할 때 대대적 레노베이션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 마감재나 패브릭, 가구에 변화를 주는 홈 드레싱(홈 스타일링)을 추천하는 이유다. “백은경ㆍ정은호 부부가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44평으로 네 식구가 살기에 비교적 넓고 쾌적한 구조지만 중형 평형대 특유의 중후한 마감재가 무거워 보이는 단점이 있었어요. 결혼 후 9년간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아 짐도 상당했고요. 마감재를 부분적으로 교체하고, 효과적 수납이 가능한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죠.”

이 집의 콘셉트는 색과 선이다. 간단히 말해 공간을 색으로 채운 뒤 가구로 ‘선’을 긋는 것. 그 예가 바로 거실 책장과 가족실의 찬넬 선반으로, 이렇게 선 역할을 하는 가구는 모두 맞춤 제작했다. 전체 색감은 톤 다운된 블루와 그레이로 잡았다. 도장 대신 도장 효과를 내는 수입 벽지로 톤을 잡고, 문틀과 싱크대 하부장 등 밑 작업이 필요 없는 가구는 부분적으로 도장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남길 것과 바꿀 것을 결정하는 일. “홈 드레싱을 하면 기존 공간에 남는 게 있잖아요. 주로 바닥재, 창호 등 교체하는 데 큰돈이 드는 것을 남기게 마련인데 이 집은 모두 어두운 컬러였어요. 기존 마감재의 컬러와 톤을 맞추기 위해 톤 다운된 블루 컬러를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새로 구입하거나 맞추는 제작가구도 월넛 컬러를 선택해 묵직한 느낌을 완성했죠.”

홈 드레싱이야말로 맞춤 가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세영 실장. 가구의 사용 빈도나 필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가구 디자인은 버려지는 공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디자인을 기본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춤복처럼 공간에 꼭 맞는 가구와 통일감 있는 색조 화장으로 멋진 룩을 완성한 준우네 집의 공간별 스타일링 포인트를 짚어보았다.

1 문과 창틀은 기존 것을 그대로 두되, 도장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2 책 읽기를 좋아하는 준영이를 위해 거실 전면에 책장을 짜 넣고 책을 꺼내 읽기 쉽도록 벤치를 제작했다. 벤치 역시 수납이 가능한 제품. 

1 정형화된 거실 구성 탈피
전반적으로 컬러는 톤 다운해서 통일감을 주고 쿠션과 액자, 커튼 등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포인트를 준 준우네 집. 현관에서 복도로 들어설 때 톤이 약간씩 달라지며 중첩되는 블루와 그레이 컬러가 인상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면으로 펼쳐진 책장. 거실에TV를 두지 않겠다는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소파 맞은편에 책장을 짜 넣고, 커다란 테이블을 창가에 두어 가족의 라이브러리를 완성했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 준영이가 학교에 다녀온 뒤 책장 앞에 턱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벤치 서랍장을 제작한 것이 포인트. 늘 빛이 들어오는 밝은 공간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이처럼 대형 TV가 거실의 주인공이 되는 삶을 조금만 고민하고 탈피한다면 생활의 주인공은 ‘가족’이 될 수 있다.

2 도장과 타일로 포인트
주방은 상부장과 하부장을 교체하는 대신 하부장 문을 교체한 뒤 블루 그레이 컬러로도장했다. 화이트 하이글로시로 마감한 키 큰 장과 조화를 이루도록 식탁은 조금 밝은 화이트 오크로 선택했다. 테이블은 맞춤 가구로 비용을 낮추는 대신, 의자는 형태감 있는 프레데리시아의 다이닝 체어로 힘을 주었다. 또한 주방만은 조금 아기자기하면 좋겠다는 집주인 백은경 씨의 바람대로 민트 컬러 타일로 포인트를 주고 액자와 조명등 등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피겨를 장식하는 피노키오 조명등은 공간의 컬러 포인트는 물론, 밥 먹는 순간에도 즐거움을 주는 요긴한 오브제다.

3 하단에 수납장을 구성한 침대 프레임과 모듈 박스까지 제작해 그레이 톤으로 완성한 침실 공간. 침실 가구는 집주인 백은경 씨가 따로 제작했다. 
공간에 따라 배치를 바꿔 쓸 수 있는 맞춤 가구로 완성한 둘째 준우 방. 화이트&그레이 투톤으로 마감한 벽 역시 벽지를 시공한 것이다. 
5 찬넬 선반장과 2인 소파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가족실.

3
경쾌한 컬러로 휴식 공간 완성

책이 몇 권인지, 무게까지 꼼꼼히 챙길 정도로 책이 많고 또 중요하게 여기는 백은경 씨 가족. 한정된 공간에 가장많이 수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바로 찬넬 선반이다. 기존 책 크기에 맞춰 여섯 단으로 구성하고 상판에 컬러로 포인트를 준 찬넬 선반에 오렌지색 커튼, 러그 등을 더해 경쾌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2인용 소파 맞은편에 TV와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해 가족 모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4 가변형 수납 가구의 똑똑한 활약
세계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준영이 방은 천장에 세계지도 벽지를 붙이고, 백 페인트 글라스, 타공판 월을 시공해 낙서와 메모 공간으로 활용한다. 아직 어린 준우 방은 집을 모티프로 한 맞춤 가구가 포인트. 박스 형태로 짠 가변형 가구는 조합을 달리하거나 색을 칠해 활용하면 아이가 자라거나 이사를 해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맞춤 가구는 제작 과정이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사용자의 필요, 용도에 맞는 구성과 사이즈를 얻을 수 있어 인테리어 그 이상의 효과를 낸다. 물론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기성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것. 품질 좋은 원목 소재로 짠다면 오래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급스러움까지 충족할 수 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 및 시공 어너더디(02-546-4225, www.anotherD.co.kr)

개조 노트
사용한 제품
벽지 컬러 무지는 피그먼트, 세계지도는 젤리빈스로 세왕벽지(02-515-8780)
페인트 문과 창틀은 던-에드워드 DE6341(02-3679-0101), 가구와 가구 문은 벤자민 무어 2135-30(02-577-3103)
가구 제작 room335(031-8016-4947), 인디테일(02-542-0244)
조명 달라이팅(02-515-3238)

공사 비용
도장 5백80만 원(자재+인건비)
도배 6백48만 원(자재+인건비)
가구 제작 주방 하부장 문 교체 2백46만 원(자재+인건비), 거실 책장과 벤치 서랍장 8백80만 원, 찬넬 선반과 식탁 3백40만 원, 아이 방 가구 2백90만 원
*가구는 모두 업체 프로젝트 가격, 디자인 비용 불포함.


Case 2 패브릭으로 꾸민 패션 하우스
1, 4 삼면은 벽지로 두르고 침대 뒷벽만 패브릭으로 마감한 안방. 침대에 같은 컬러의 몽환적 패턴 쿠션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2 붙박이장 표면에 패브릭을 더해 스틸 손잡이와 대비되게 디자인했다. 
3 게스트룸에 딸린 욕실은 건식으로 사용하는 터라 ‘에이치블록’ 벽지로 마감했다. 

이 빌라는 기존 인테리어와 가구는 살리면서 패브릭과 벽지로 멋을 냈다. 현우디자인의 전주연 부장은 패브릭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최근 인테리어와 가구업계의 트렌드라고 말한다. 이 집에 사용한 패브릭과 벽지는 대부분 에르메스 라메종 제품인데, 같은 패턴이라도 질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묘미다. 일반적으로 패브릭으로 홈 스타일링을 했다고 하면 침구나 커튼, 쿠션, 러그 정도를 떠올릴 테지만이 집은 붙박이장의 문이나 침실의 벽 한 면을 패브릭으로 마감하는 등 패브릭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의 디자인을 맡은 전주연 부장은 “원단 특유의 포근한 느낌은 살리고, 가구와 소품이 집 안 마감재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했다”며 방 분위기나 동선, 용도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 계획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1 공간에 밀도를 더하는 벽 마감
화이트 톤인 집이 넓고 휑해 보이지 않도록 벽 마감으로 공간을 분할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심이 되는 부분과 뒷받침이 되는 부분을 정해야 합니다. 집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여러 컬러를 사용하면 오히려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따뜻하지만 평범하거나 단조로워 보이지 않도록 포인트가 될 아이템을 적절히 구성해야 합니다.” 전주연 부장은 컬러 대신 질감으로 단조로움을 보완했다. 뉴트럴 컬러를 바탕으로 공간에 따라 패턴 벽지를 제안한 것. 특히 한 면에 한 가지 패턴만 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AV룸에는 말의 마지막 질주를 나타낸 에르메스의 ‘피니시’를, 게스트룸에는 ‘쿼츠’벽지를 더했다. 1백 평이 넘는 넓은 공간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독특한 것은 같은 패턴을 패브릭과 벽지로 시공한 안방. 에르메스 라메종의 ‘헤링본’ 패턴 벽지를 삼면에 두르고, 사용자의 시선이 자주 머무는 침대 헤드보드 뒷벽만 실크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이렇게 하면 실내 전체의 통일감은 살리면서 질감으로 공간에 깊이와 밀도를 더할 수 있다.

2 패브릭 가구의 부드러운 힘
전체적으로 뉴트럴 컬러인 거실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부피가 큰 소파. 3인용소파는 베이지색의 도톰한 패브릭으로 전체를 커버링하고, 1인용 암체어는 가죽 프레임은 그대로 살리되 엉덩이가 닿는 부분만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몸에 닿는 가장 부드러운 소재가 패브릭인 것을 감안하면 전문 패브릭업체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안방 침대는 기존에 사용하던 앤티크 스타일의 사이드 테이블과 잘 어울리도록 심플한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머리가 닿는 헤드보드 부분을 패브릭으로 감싸따뜻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안방의 벽지와 같은 패턴인 ‘헤링본’을 침구에 적용해 안정감 있게 마무리했다. 한편 공간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붙박이장은 표면을 은은한 무늬의 에르메스 ‘크라바치’ 패브릭으로 마감했더니 스틸 손잡이와 대조를 이뤄 세련된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패브릭의 부드러운 물성으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에 거실 커튼은 얇은 리넨과 실크 이중으로 제작했다. 리넨으로 제작한 속 커튼은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적당한 빛이 실내로 들어오도록 하는데, 프랑스 에르메스텍스타일홀딩스의 원단 제조 계열사인 크리에이션 메타포 제품을 사용했다. 이 제품은 말 꼬리로 원단을 짜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에르메스의 ‘에이치블록’을 겉커튼으로 제작해 감쌌더니 은은한 무늬와 어우러져 거실이 한층 부드럽게 느껴진다.

5 비교적 캐주얼한 분위기의 게스트룸은 푸른색 벽지로 마감하고 기존 스틸 가구를 매치했다. 
6
 말 패턴 벽지로 포인트를 준 AV룸. 같은 패턴 패브릭으로 쿠션을 제작했다. 
7 패브릭 아트워크로 꾸민 거실.

3 패턴 소품으로 분위기 업!
쿠션은 단순하게 소파를 정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났다. 짙은 보라색과 오렌지색으로 제작한 ‘에이치블록’ 패턴과 베이지색 ‘필 다전트’ 패턴 세 가지를 한 쌍씩 제작해 안정감있게 배치했다. 안방 침대에 포인트를 준 쿠션은 인도 특유의 몽환적 느낌을 자아내는 ‘비 러브 더 인디아’ 자카드 패턴으로, 베이지 컬러의 침대 헤드보드가 밋밋하지 않도록 보완해준다. 한편 넓은 벽면을 효과적으로 분할하기 위해 패브릭으로 제작한 아트워크를 활용했다. 거실 중앙에는 쿠션과 같은 패턴인 ‘필 다전트’ 패브릭으로 아트워크를 제작해 매치했더니 고급스러운 느낌이 배가되었고, 복도에는 한국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이쿼터 임프라임’ 패턴을 매치해 좁지만 생동감 있는 코너를 연출했다. 전주연 부장은 아트워크를 만들기 전에 석고판이나 얇은 철판을 한 겹 덧대어야 패브릭이 울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며 아트워크를 제작할 때에 주의할 점을 덧붙였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임민철 디자인 및 시공 현우디자인(02-549-2993)

개조 노트
사용한 제품
벽지 에르메스 라메종
패브릭 거실의 속 커튼은 크리에이션 메타포, 소파 커버링과 붙박이장 문 마감·침구와 쿠션·아트워크는 모두 에르메스 라메종

공사 비용
벽지 안방 헤링본 벽지는 28만 원, AV룸 피니시 벽지는 37만 원, 게스트룸 쿼츠 벽지는 32만 원, 욕실 에이치블럭 벽지는 28만 원(롤당 가격, 패브릭 벽지는 1롤에 135×100cm, 종이 벽지는 1롤에 52×1000cm)
원단 침대 헤링본은 60만 원, 쿠션 비 러브 더 인디아는 1백 47만 원, 붙박이장 마감 패브릭 크라바치는 38만 원, 거실 쿠션 에이치블럭은 60만 원, 필 다전트는 61만 원(원단은 미터당 가격) *인건비와 디자인 비용 불포함.


Case 3 컬러와 미술품으로 믹스 매치한 갤러리 홈
1 작은 방은 복잡해 보이지 않게 벽 색과 작품 톤을 맞추었다. 
2 노세환 작가의 사진을 걸어놓은 주방에서 고등학생인 아들 도헌이와 담소를 나누는 정은진 실장. 
3 현관에서 보이는 거실 복도는 두 가지 색으로 대담하게 칠하고 커다란 미술 작품을 걸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작년 여름,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아트 컨설턴트인 정은진 실장은 몇 년 전 자신이 인테리어를 시공해준 아파트로 이사했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로 인연을 이어오던 중 우연히 이 집을 전세로 내놓는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낡은 아파트를 한 번 바꿔놓았지만 8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노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2년 정도만 살 집을 다시 대대적으로 공사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적은 비용으로 인테리어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페인트칠과 미술 작품으로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오래 살 집이 아니어서 아무래도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게 되죠.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공간을 좋아해서 클래식한 벽지 대신 몇 가지 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그림을 걸기로 했어요. 타일이나 대리석으로 아트월로 꾸밀 수도 있지만 유행이 지나면 자칫 촌스러워 보이고 쉽게 싫증이 날 수도 있거든요.”

마감재를 교체하거나 가구를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정은진 실장. 그에게 벽 색깔과 작품만으로 할 수 있는 홈 드레싱 노하우를 들었다.

1 서재 한쪽 벽면과 거실 복도는 시위드 컬러로 칠해 통일감을 주었다. 
2
 거실 대부분은 이 집의 기본 색깔인 화이트로 칠하고 색감이 묵직한 미술 작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3 이강욱 작가의 회화 작품과 유영호 작가의 오브제가 카포나타 컬러 벽에서 더욱 돋보인다. 

1 좋아하는 컬러를 선택하라
가장 먼저 벽이 어떤 상태인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벽지에 주름이 잡혀 있으면 칠을 했을 때 굴곡이 부각되거나 페인트가 마르면서 종이가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 다행히기존벽지가 뜨지 않고 잘 붙어 있어서 굳이 뜯어내지 않고도 페인트칠을 할 수 있었다. 정은진 실장은 집을 좀 더 넓어 보이게 하려면 메인 색상을 한 가지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집 전체를 바꿀지 방만 바꿀지를 선택하고 블랙&화이트, 컬러 포인트 등방식을 정해야 해요. 중심이 될 한 가지 색상을 결정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인데, 이 집은 화이트를 기본으로 마젠타, 그린, 옐로, 그레이, 퍼플, 핑크 등 여섯 가지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좋아하지만 클라이언트 집에 사용하지 못한 색상, 고등학생인 아들 도헌이가 좋아하는 색상 등 지극히 개인적 취향에 맞춰 골랐어요.”

원래 벽지가 핑크색이던 도헌이 방은 아이가 직접 색을 고르고 칠했다. 전문가가 작업한 거실과 주방에 비해 조금 어설프지만, 자기 방을 직접 칠해보는 경험은 ‘내 공간’이라는 남다른 애착을 갖게 해주었다. 도헌이가 좋아하는 마젠타 계열인 라즈베리 글래즈컬러로 가장 면적이 넓은 벽을 칠했고, 양옆의 벽을 채도가 낮은 파스텔 톤 블루 컬러로 칠해 자칫 들뜰 수 있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눌렀다. 방이 좁아서 색을 다양하게 쓰기 부담스럽다면 벽 색상에 맞춰 침구를 고르는 것도 아이디어다.

2 컬러와 작품의 마리아주
현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실 복도는 집의 첫인상이다. 아파트 구조상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붉은빛 페오니 컬러와 경쾌한 그린 색상 시위드를 칠해 집 안 전체에 생기가 돈다. 서재로 쓰는 큰 방은 한쪽 벽에만 복도에 사용한 시위드를 칠했는데, 주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라 컬러 사용을 절제했다. 넓은 공간에 컬러를 잘못 선택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 거실 대부분은 화이트로 칠하되 한쪽 벽만 어두운 보라색 계열인 카포나타 컬러로 포인트를 줘 심심함을 덜었다. 식사를 하는 주방은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채도가 높은 색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한쪽 벽에만 옅은 노란색을 칠해 산뜻하게 탈바꿈했다.

페인트칠을 한 뒤에는 공간 크기나 벽 색상에 따라 알맞은 작품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정은진 실장은 집 안에 미술 작품을 걸면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작품에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고, 작품도 결국은 사람 손을 거쳐 완성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집 안에 걸어두면 작가와 같이 있지 않아도 서로 교감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술이 공간에 주는 남다른 오라가 있거든요.” 벽면 색깔과 작품을 매치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 “정답은 없어요. 옷을 입을 때 상·하의를 매치하는 것처럼 내 눈에 예쁜 게 가장 좋은 거니까요. 이것저것 계속 바꿔 걸어보면 어떤 색상과 작품이 어울리는지 찾을 수 있어요. 인물, 풍경, 작가 등 방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거는 것도 아이디어죠.” 정은진 실장도 작품을 걸었다 내렸다 몇 번 시도한 끝에 지금 위치를 찾았다고 한다.

4, 5 아이 방에는 도헌이가 좋아하는 마젠타 계열 컬러를 칠하고 방문이 있는 벽과 맞은편 벽을 파스텔 톤 블루로 칠해 분위기를 눌러주었다. 대신 이동기 작가와 유카리 니시Yukari Nishi 작가처럼 마젠타와 톤이 비슷한 작은 작품을 걸고, 침구와 벽면 색깔을 통일해 색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3 공간에 향기를 더하는 작품 매치
거실 복도 벽은 면적도 넓지만 칠해놓은 색상도 강렬해서 큰 작품을 배치했는데, 대신 이배 작가의 작품처럼 흑백 그림을 걸어 작품이 더욱 돋보이는 동시에 집이 입체적이고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카포나타 컬러를 칠한 거실 벽에는 이강욱의 ‘보이지 않은 공간’ 연작 다섯 점과 유영호의 ‘그리팅맨’을 걸었다. 짙은 컬러 덕에 조그마한 작품이 눈에 쏙 들어온다. 한편 아이 방이나 부부 침실처럼 작은 방은 작품이 크면 더 좁고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도헌이 방에는 벽과 색깔 톤이 비슷한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걸어공간에 작품이 자연스레 녹아들게 했다. 주방에는 원색 계열을 즐겨 사용하는 노세환작가의 작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노란 바나나와 빨간 사과 사진이 주방이라는 공간에 제격인 듯하다. 정은진 실장은 집에 작품을 거는 것은 마치 “옷을 차려입고 마지막에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작품 한 점이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개조 노트
사용한 제품
페인트 라즈베리 글래즈 2078-20, 카포나타 AF650, 콩코드 아이보리 HC-12, 시위드 2035-10, 페오니 2079-30, 스톤 할스 984는 모두 벤자민 무어(1577-3103)

공사 비용
페인트 1백20만 원
인건비 30만 원

디자인 및 시공 아트컨설팅&스페이스디자인(02-534-2033) 기획 주거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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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기자 |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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