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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쉬버스터즈 대표 곽재원 유쾌한 쓰레기 사냥꾼의 집
‘쓰레기 잡는 사람들’이라는 독보적 콘셉트 아래 다회용 식기 대여 서비스로 일회용품 사용을 반대하는 트레쉬버스터즈.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동분서주하는 ‘저세상’ 유쾌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곽재원 대표의 개인적 삶이 궁금해졌다.


인왕산을 곁에 두어 초록빛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시간이 조용히 흐르는 행촌동의 오르막길에 ‘재원 산장’이 있다. 여럿이 모였다가도 혼자가 되고, 자주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하지만, 때로는 술에 얼큰하게 취하고, 하릴없이 누워 있다가도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곳. 곽재원 대표는 자기 삶의 방식에 맞춰 작은 방 세 개를 서재, 술방, 침실 용도로 구성했다. 그리고 집안 곳곳을 취향대로 빈틈없이 채웠다.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라도 그 모습 그대로 매력적이다. “오래된 집이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죠. 합판을 사 와서 직접 벽에 붙이고 페인트칠을 해 스스로 리모델링을 했어요. 거실 쪽 벽만 듬성듬성 칠한 건 어떤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에요.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마다 물어보길래 작품처럼 옆에 이름을 붙여주었죠. ‘페인트가 모자라서’.”

자유분방한 느낌의 소품들과 덩치 큰 식물이 곳곳에 놓인 거실 풍경. 페인트가 모자라서 다 채우지 못한 벽의 합판이 눈에 띈다.

혼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면 서재의 책상 앞에 앉는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기 제격이다.

재원 산장의 술방으로 들어가는 길.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요리를 곁들여 술 마시는 시간을 즐긴다.
트레쉬버스터즈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를 오마주해 재치 넘치는 콘셉트를 잡았다. 또 톡톡 튀는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의 용기를 개발해 미적 부분까지 신경 쓴다. 그들의 위트는 곽재원 대표의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새로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가지고 있는 물건도 거의 오래된 거고요. 그러다 보니 패션 스타일부터 사는 공간까지 저만의 느낌이 생기더라고요.” ‘다시 쓰고 다시 쓰는’ 노력이 이미 일상이 되었다. 최근에는 전기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금전적·시간적 여유를 얻고, 덤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 그의 얼굴이 담긴 그림과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긴 메모 그리고 매일 아침 꼼꼼한 머리 손질 대신 눌러쓰는 모자들
1인 가구가 배출하는 쓰레기에서 일회용 배달 용기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트레쉬버스터즈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백 개의 일회용 배달 용기를 당장 대체하기는 어려워 정기 배송 도시락업체부터 순차적으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곽재원 대표에게 집은 환기의 공간이다. 팀원들과 발로 뛰며 치열하게 사업을 이끌다가도 귀가하면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긴장을 풀고 쉰다. 그 시간 동안 사회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힘을 충전한다.


별것 아니지만 나만의 멋! 곽재원의 사물들


1 동남아 여행에서 사 온 각종 소품
여행을 좋아해요. 태국 끄라비에서 산 테이블 매트와 물건을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어요.



2 어쩌면 나보다 더 신경 쓰는 식물들
이전에는 화분이 60개 가 넘어서 제가 씻는 시간보다 식물 관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정도였어요.



3 멋도 놓치지 않은 트레쉬버스터즈 다회용기
환경적 가치를 지닌 다회용기라고 예쁘지 말라는 법 있나요? 한눈에 띄는 컬러로 트레쉬버스터즈만의 개성이 돋보이게 만들었어요.



4 동네에서 주워온 자개장
5년 전쯤 산책을 하다가 버려진 자개장을 발견해 가져왔어요. 지금은 LP 플레이어를 올려두고 매일 밤 음악을 들어요.



5 엄마에게서 나에게로 온 정종병
부모님의 신혼 시절 역사가 담긴 정종 데워 먹는 병을 이제는 제가 사용하고 있어요.

#고친집 #주택 #기타 #거실 #방/침실 #서재 #현관/복도 #기타 #셀프
글 박근영 기자|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