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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디자인 서울 김민정 대표 스토리가 있는 공감은 힘이 세다
스타일이란 어느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일 때 그 깊이를 더하는 법. 진정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커지고 가치가 올라간다. 결혼 전까지 살던 친정집을 개조해 사옥을 이전한 현우디자인 서울 김민정 대표. 고요하지만 비범하게 새 시작을 알린 ‘현우의 집’을 찾았다.

인테리어 컨설팅과 시공, 공간 코디네이션, 에르메스를 비롯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패브릭과 가구를 수입하는 현우디자인 서울의 김민정 대표. 논현동으로 사옥을 옮기고, 4월 초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도시는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문화재 보호 정책으로 건물 외관은 유지하며 내부만 보수하기 때문이다. 몇십 년, 몇백 년 전 건물이니 주차와 난방 모두 불편하고 집을 고치는 일 또한 녹록지 않지만 그들은 오래된 건축물의 불편함이 오히려 럭셔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논현동에 문을 연 현우디자인 서울 사옥은 ‘진정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30년 전에 지은 단아한 2층 벽돌 주택은 김민정 대표가 결혼 전까지 살던 친정집으로, 6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우디자인 서울 쇼룸과 사무 공간, 어머니의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밀라노에서 에르메스 텍스타일을 소개하는 한 아틀리에는 오래된 건물 구석구석에 원단과 커튼, 쿠션 등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데 보는 순간 내공이 느껴져요.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재료가 입혀져 무엇이든 편안하게 받아들이죠. 경제적 효용성만 따진다면 이층집을 부수고 높은 건물로 신축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겠지만, 저와 가족의 생각은 달랐어요. 특히 저는 ‘집’과 관련한 일을 하잖아요. 요즘은 단순히 집을 데커레이션 하는 것 이상의 담론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올해 서울리빙디자인 페어의 주제처럼 ‘현우의 집’에 누군가를 초대해 주거 문화를 공유하는 것, 바로 제가 ‘집’으로 돌아온 이유입니다.”


주방과 야외 덱을 연결하는 리셉션 공간. JNL의 소파와 사이드 보드, 에르메스 패브릭으로 제작한 커튼, 쿠션 등이 은근한 조화를 이룬다. 

미팅룸 한쪽 포인트 벽. 같은 패턴을 벽지와 패브릭으로 출시하는 에르메스 컬렉션을 실제 공간에 적용했을 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우의 집’에 초대합니다
오래된 주택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현우디자인 서울 쇼룸은 내부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했다. 한식 겹문을 떼어내고 천장의 박공지붕을 살리는 등 심플한 바탕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공간이 내뿜는 특별한 오라가 느껴지는데, 계단의 핸드 레일이나 벽난로, 문짝 등 오래된 주택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요소 덕분이다. 쇼룸은 반 층씩 오르는 스킵 플로어 구조다. 현관에서 반 층 오르면 거실, 거실에서 반 층 오르면 유리온실을 개조한 명상의 방이 나온다. 김민정 대표와 형제들이 사용했던 2층 공간은 사옥과 진입로를 분리해 어머니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관 오른편으로 들어서면 주방과 덱으로 통하는 리셉션과 미팅룸, 사무 공간이 펼쳐지는데 공간과 공간 사이의 문을 없애 레이어의 묘미가 느껴진다. 안쪽에 자리한 미팅룸은 원래 이 집의 안방이었다. 김 대표와 형제들이 도란도란 모여 놀던 안방은 지금도 손님이 오면 가장 편안하게 자리 잡는 곳이다.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을 중앙에 두고 쿠션과 원단을 수납할 수 있도록 맞은편에 슬라이딩 도어 장을 짜 넣었다. 주방과 거실 위치도 기존 그대로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이라 그런지 몸이 공간을 기억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풍수까지 하나하나 따져 정성껏 지어 동선에 전혀 불편함이 없지요. 가족들이 안방에 모였던 것처럼 자연스레 미팅룸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주방을 중심에 배치해 차나 다과를 내기 편하고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명상의 방’에서 쉬는데, 모두 이 집이 품고 있는 스토리죠.” 2층 명상의 방은 원래 작은 유리온실로 김 대표가 학부 시절 태피스트리 작업실로 사용했다. 가을이 되면 공원의 은행나무가 온통 노랗게 변해 전망이 아주 좋다. 창 너머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액자처럼 걸리는데, 이 또한 그림 같다. 김 대표는 공간 자체가 주는 호젓한 무드를 살려 한지, 소반, 인견으로 제작한 발 등 최소한의 요소로 꾸몄다. 벽과 천장 사이에 은은하게 간접 조명등을 넣어 불을 켜면 또 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중층 거실은 김민정 대표의 업무 공간이기도 하다. 거실 위쪽으로는 2층이 없는 메자닌 구조로 높은 천장이 특징. 벽에 원단을 길게 늘어뜨려 장식했다.

봄이 되면 현우디자인의 패브릭 아트워크와 쿠션 등이 펼쳐질 야외 덱. 안쪽의 파고라 앞에는 물 정원을 꾸밀 계획이다.
시간은 통하게 마련
무엇보다 공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우아한 패브릭 스타일링이다. 거실은 수작업의 묘미가 느껴지는 벨기에의 JNL 가구에 말총으로 짠 커튼, 에르메스 쿠션을 매치했다. 크리에이션 메타포의 말총 원단 커튼은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얇은 패브릭을 매치하면 말총의 질감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고급 주택과 호텔의 토털 데커레이션을 진행해온 김 대표는 인테리어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간 연출이라고 말한다. 보통 인테리어를 할 때 벽지나 패브릭을 가장 나중에 결정하는데, 그는 반대로 그 공간에 메인으로 사용할 패브릭을 정한 뒤 가구, 조명등, 바닥재 등을 결정한다. 컬러는 한 가지 톤으로 유지하되 소재를 다채롭게 섞는 것을 즐긴다. 뉴트럴 컬러를 주조색으로 선택하고 조금씩 다른 느낌의 패브릭을 함께 스타일링하는 것이 포인트다. “사실 베이식할수록 퀄리티가 중요해요. 보통은 눈에 띄지 않으니까 대충대충 하고, 눈에 보이는 가구나 조명등은 화려하고 값비싼 걸 고르지요. 하지만 가장 좋은 소재로 기본 바탕을 만들어야 꾸민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스타일링이 완성됩니다.” 공간을 구경하는 동안 눈에 띄는 물건이 여럿 있다. 현관에 드리운 발은 갑사와 노방 원단으로 만들었는데, 가마 앞에 늘어뜨려 안에 탄 귀인을 가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2층 명상의 방. 원래 유리온실이 있던 곳으로 한쪽 창을 막아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현우디자인 서울 쇼룸은 공간을 분리하는 문을 없앤 것이 특징. 사방 탁자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모시 발을 가벼운 가림막으로 활용한다. 

30년 전에 지은 집의 독특한 구조를 그대로 살린 쇼룸. 현관과 거실, 2층 공간이 중층으로 연결되어 입체적 동선을 만들어낸다. 사진은 거실에서 내려다본 현관의 모습. 나이젤 피커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벽지를 걸어 화사한 무드를 연출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부 장연순 교수의 ‘늘어난 시간’ 연작과 실력 있는 패브릭 디자이너 이은일의 아트워크도 돋보인다.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자개장은 살림을 줄이면서 둘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원단 샘플실에 두니 묵직하게 힘을 발휘한다. 천연 옻칠로 마감해 한복 천 등을 보관하기에도 좋다. 이 밖에 공간 곳곳에 있는 석상, 빈티지한 재봉틀 오브제, 질박한 도자 그릇 등은 김 대표의 취향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그러고 보니 현우의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익숙한 전통 소재로 모던한 조형미를 완성하는 독창성 때문이었다.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등 해외 명품 텍스타일로 완벽한 미감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가장 한국적 소재로 단아한 정서를 표현하는 등 ‘시간을 뛰어넘는 스타일’이 얼마나 우아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것에 끌리더라고요. 대학원 시절 해외 텍스타일 페어를 보러 갔을 때였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브랜드 콘셉트를 설명하는데 거의 소설책 수준이에요. 천 조각 하나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역사와 패턴의 스토리를 들으니 전통 공예나 파인 아트 작업만이 가치로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통 원단을 현대 공간에 맞는 미감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현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연구실로 쓰시던 선큰 구조의 지하 공간은 현우디자인 서울 사무 공간과 원단 작업실로 사용. 여러 가지 원단을 펼쳐놓고 매치해볼 수 있도록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을 두었다. 어머니가 쓰시던 자개장은 원단을 차곡차곡 수납하기 좋다.


다양한 미술 작품과 공예품, 모던한 가구와 고가구, 석상 등이 조화를 이루는 김민정 대표의 집.

갑사와 노방 원단으로 제작한 아트워크는 가마 앞에 드리우는 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현우디자인 서울 식구들.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부 후배와 제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천 겹의 위로
김민정 대표는 논현동으로 사옥을 옮기며 신사동에서 지낸 지난 20년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1996년 신사동에 숍을 열었어요. 대학원 다닐 때였으니 비즈니스는 전혀 몰랐고, 인테리어라고 하면 홈패션 정도로 여기던 때였죠. 꽃무늬가 최고 찬사를 받을 때 벨기에에서 무지 리넨을 수입했어요. 쇼윈도에 걸자마자 문의가 쇄도했고, 그때 처음 현우를 찾은 분들이 여전히 단골이에요.” 4월 초 오픈을 앞두고 고객에게 이사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서울리빙디자인 페어 전시에도 참여했다. 제목은 논현동 사옥의 주소인 ‘48-7’이다. 그러니까 현우의 집에 초대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전시 부스는 쇼룸과 마찬가지로 집처럼 편안하게 연출했다. 논현동 사옥의 레노베이션 전후 사진을 전시하고, 한식 겹문에서 모티프를 얻어 부스 외관을 한지로 마감했다. 조명등을 켜면 부스 전체가 호롱불처럼 따뜻한 등 박스로 변신! “현우玄友는 검은 집이라는 뜻이에요. 모든 색을 다 합치면 검은색이 되는 데, 결국 다 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천으로 감싸잖아요. 공간에도 패브릭의 따스한 위안이 필요합니다.” 몸에 걸친 취향 대신 집에 부려놓은 자신만의 취향이 대접받는 시대. 한편으로는 화려한 공간이 넘쳐나지만 집만큼은 여전히 일상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 우리의 DNA를 잊지 않고 기존 것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 더욱 깊은 멋이 우러나는 공간으로 완성된 현우디자인 서울. 새것이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현우의 집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현우디자인 서울의 논현동 사옥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민정 대표의 안목으로 고른 가구, 소품 등의 매칭법과 패브릭 데커레이션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일시 4월 28일(금) 오후 2시 인원 8명 장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3길 15 참가비 1만 원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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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