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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강용상 부부 그렇게 다시 온 통영의 봄날
재생과 보존이라는 가치 아래 남쪽 작은 도시 통영을 좀더 풍요롭고 조화롭게 만드는 정은영・강용상 부부. 부부는 그랬다. 콕 집어 “이런 삶을 사세요” 라고 일러주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고 살아온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삶도 꽤 괜찮다’는 울림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생긴다. 스토리를 담는 ‘책’으로 소통하고, 삶을 담는 ‘집’으로 정을 나누는 이들의 희망찬 새해맞이.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와 동네 건축가로 활동하는 강용상 대표. 남해의봄날은 지역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새로운 대안을 책으로 소통하는 출판사다.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기획하면서 통영의 전통 장인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을 직면하고, 지역의 예술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네 건축가와 의기투합해 ‘봄날의집(www.namhaebomnal.com/guesthouse)’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기획, 오픈했다.
마감이 끝난 어느 주말, 여느 때처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를 돌려 보고 있었다. 재방송 돌려 보기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머에 쉽게 동참할 수가 없었다. TV 너머 웃음소리가 그저 소음으로 들리고 마음속에서 윙윙, 자꾸 어떤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번 달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밀린 잠을 실컷 자고 아무 생각 없이 리모컨만 돌리는 이 시간이 꿀맛 같다. 그런데 과연 나는 행복한가, 이것이 정답일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었다. 집을 레노베이션하는 것만큼 삶에도 레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것. 사람들이 집을 레노베이션하는 이유는 대부분 집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노베이션을 통해 집이 기능적이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잘 나타내주는 맞춤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 레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과 의무로 꽉 들어찬 ‘미생’의 삶 대신 내가 주체가 되는 ‘완생’의 삶이 필요하다. 작더라도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그 열쇠는 각자의 설계에 달려 있다.

1 30년 된 이층집을 레노베이션해 1층은 남해의봄날과 동네 건축가 강용상 대표의 사무실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한다. 천장을 뜯어내니 꽤 높은 박공 구조가 나와 메자닌 형식의 다락방을 만들어 게스트룸으로 활용한다. 
2 박경리 선생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3 봄날의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인의 생활용품을 파는 아트 숍 겸 책방. 남해의봄날 심볼을 문양으로 장식한 거울, 지역 장인의 누비 이불과 방석, 통영 여행서 등 통영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이다. 

통영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봄날 
스토리텔링 전문 회사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가 서울의 대기업을 버리고 통영에서 ‘인생 레노베이션’을 감행한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월간지 기자, 대기업 프로모션 기획팀 등에서 일하다 2003년 말에 콘텐츠 기획 전문 회사를 창업하고 안정 궤도에 올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했다는 그는 6년간의 과로로 그야말로 몸이 방전된 상태였다. 보다 못한 남편이 서울을 떠나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쉬자고 했다. 파트너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받은 1년의 휴가. 서울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 통영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1년을 쉬다 보니 ‘다시 서울에서, 굳이 또 그렇게 속도전을 해야 할까?’ 하는 회의가 들었단다. 이제 겨우 서울 독을 뺐는데, 다시 복잡하고 분주하며 숨 막히는 서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서울 사업을 정리하고 통영에 눌러앉기로 결심하자,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 걱정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청사진이 더욱 명확하게 그려졌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서비스가 통영에는 없는 것이 많았어요. 반면 통영12공방 등 문화 콘텐츠는 어느 지역보다 풍성했죠. 구슬을 꿰는 사람이 되자 마음먹었어요. 통영에 자리 잡은 지 1년 반이 지나고 우리 부부는 각자의 능력을 살려 저는 작은 출판사 겸 로컬 스토리텔링 전문 회사 ‘남해의 봄날’을, 건축을 전공한 남편은 NGO를 돕는 콘텐츠 개발과 친환경 생태 건축 전문 회사를 시작했죠.” 첫 번째 프로젝트로 남편 강용상 대표와 공동으로 통영 거북선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물을 짓기 전부터 호텔의 콘셉트를 잡고 공간을 기획하고,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은 정은영 대표의 몫. 건축과 인테리어는 강용상 대표가 맡는 식이다. 고 정기용 선생 밑에서 흙 건축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편은 마치 통영에서 살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그간 농촌 마을 컨설팅과 가구 디자인 그리고 해비타트 집 짓기와 집 고치기 등 친환경 건축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일들을 해온 터였다. 어쩌면 그에게는 통영이라는 지역이 꿈이나 가능성을 펼치기에 더 알맞은 토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가 확신이 된 순간, 부부는 아예 터를 잡고 살 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닷가 바로 앞 아파트를 고집하던 서울 부부가 통영에 뿌리내리기 위해 찾은 산 아래 조용한 마을 봉수골. 30년 된 주택 두 채는 남해의봄날 사옥으로, 부부의 안온한 보금 자리로, 또 통영의 문화 알리미로 재탄생 했다. 

1 고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선생 등 통영에서 나고 자란 문학인을 기리는 작가의 방. 방문에 텍스트를 문양처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창의 크기를 줄이면서 남는 공간은 벽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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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의봄날이 통영 명품 누비 수 공방과 협업해 디자인, 제작한 색실 누비 방석. 게스트 하우스 장인의 방 침구도 누비이불이다. 본지 287쪽 스토리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 
3 우선 30년 전 주택의 나무 골조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한다. 테이블 위 그림은 통영을 상징하는 섬을 옻칠로 표현한 것으로, 부부가 통영에 와서 처음 구입한 작품이다. 
4 봄날의집 거실 옆 화가의 부엌. 고 전혁림 선생이 작업한 타일로 벽을 장식했다. 

삶과 예술을 나누는 공간, 봄날의집 
부부가 봉수골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이웃’이었다. 바로 옆집에는 전혁림미술관이 자리하고, 20~30년 이상 거주한 터줏대감들은 젊은 부부를 응원해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었다. 

“우선 서울의 작은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이층 주택을 구입했어요. 1층은 남해의봄날 사옥으로, 2층은 살림집으로 쓰기로 하고 설계를 시작했죠.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최소한으로 손보며 진행한 레노베이션이 결과적으로는 재생 프로젝트가 된 셈이에요.” 레노베이션하면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공간을 살뜰히 챙긴 것도 특징이다. 집과 사무실을 분리하면서 내부 계단 자리에는 화장실을 두었고, 보일러실로 올라가는 입구를 주거 공간으로 들어서는 외부 계단으로 활용했다. 2층 천장을 뜯어내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드러나 다락방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얼마 전 완공한 두 번째 레노베이션 ‘봄날의집’을 위한 예행연습이 되었다. “동네 입구에 역시 30년을 훌쩍 넘긴 폐가가 한 채 있었어요. 밤이 되면 으슥하기도 하고, 또 관리를 안 하는 집이라 동네 할머니들의 골칫거리였죠. 처음에는 그저 남의 일이었는데, 동네에 뿌리내리고 살다 보니 우리 일이 되더라고요. 뭔가 책임감에 이끌려 덜컥 계약부터 하고, 그 집에 어떤 콘텐츠를 녹여 넣을 수 있을까 고민했죠.” 

오래전, 봉수골의 많은 집을 설계한 건축가가 실제 살던 이 집은 원래 동네에서 예쁜 집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남해의봄날 사옥 역시 같은 건축가가 지은 집이라는 것. 30여 년 전 이 지역의 건축가가 지은 집을 30년 후 후배 건축가가 레노베이션하는 ‘운명적인 운명’ 같은 일이다. 

“통영에서는 일찍이 문학, 미술, 음악, 전통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찬란한 문화 예술이 꽃피었잖아요. 봄날의집은 통영에서 나고 자라 아름다운 자연이 준 영감으로 꽃피운 예술가들의 삶과 그 작품을 직접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기획했어요.” 강용상 대표가 공간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맡고 전혁림미술관을 비롯해 이웃한 장인까지 많은 예술가가 함께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한 봄날의집은 크게 작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화가의 방으로 구성했다. 

작가의 방은 통영의 문학가 고 박경리 선생을 테마로 한 텍스트 디자인이 특징이다. ‘문학의 바다에 빠지다’는 의미로 통영 바다와 섬 모양으로 디자인한 침대 헤드보드가 인상적. 1층 복도 안쪽에 있는 화가의 방은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한 통영 누비이불과 소품을 갖추고 있다. 2층은 장인의 다락방으로 옛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삐거덕거리는 문도 그대로 뒀다. 조성연 장인의 목화솜 이불과 방석, 두석장인 김극천 선생의 경대와 송방웅 장인의 나전 찻상을 두어 정갈하게 꾸몄다. “얼마 전 출간한 <가업을 잇는 청년들>의 주인공들을 취재하면서 두석장을 인터뷰했어요. 아들이 5대째 가업을 잇는데, 평일에는 치킨집에서 일하고 주문이 있을 때만 작업을 해요. 손기술이라 물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기술이 향상되어 장인이 되는데, 주문이 많지 않을뿐더러 생계를 생각해 다른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죠. ‘장인의 방’은 보다 많은 사람이 써보고, 경험하고 우리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방이에요.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장인과 협업해 1층 동네 상점에서 작품을 판매할 계획이고요.” 

1 게스트하우스 2층 장인의 다락방. 조선시대 명품 공예 브랜드 통영 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을 생활 속에서 직접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정갈하게 꾸몄다. 
2 ‘문학의 바다에 빠지다’라는 글귀가 재밌다. 침대는 강용상 대표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천연 올리브 코팅으로 마감했다. 

동네 건축가와 동네 출판사 그리고 이웃 예술가 
노란 입구가 눈에 띄는 동네 상점은 한마디로 통영을 주제로 한 편집매장이다. 통영을 찍은 사진, 통영 장인이 만든 생활용품, 통영에서 나고 자란 문학가들이 쓴 소설, 통영 여행서 그리고 남해의봄날 편집자들이 엄선한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판매한다. 동네 상점 책 코너의 특징은 신간과 베스트셀러 서적이 없다는 것.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자본력이 없으면 금방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현실에서 굳이 동네 상점에서까지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판매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오래 검증된 책을 선정하되, ‘저자들이 꼽는 내 인생의 책’ ‘통영 문화 인사가 추천하는 책’ 등 지역사회에서 책 읽기 캠페인을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본다고 작품을 사진 않잖아요. 장인의 작품이라는 게 지갑 을 선뜻 열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에요. 그런 한계점을 고민하던 중 괴산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을 알게 됐어요. 그 서점에서 저희 책이 한 번에 50권이 판매된 거예요. 비결을 여쭈니 집 전체를 도서관처럼 꾸미고 게스트 하우스를 같이 운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고, 또 머물며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삶에 공감하고 동화된다고요. 문화는 직접 살로 부대끼면서 자기 것으로 소유해봐야 구매 욕구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어요. 게스트 하우스와 상점이 결합된 봄날의집은 그렇게 탄생했죠.” 

실제 얼마 전 게스트 하우스를 체험한 지인은 누비이불과 두석장의 소품을 주문했다. 그리고 지인의 세 아이는 강용상 대표의 공간 설명을 “우아!” 감탄을 연발하며 재밌게 들었는데, 통영의 문화 예술을 동네 사람 특유의 살아 있는 입담으로 누구보다 친근하게 전했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지역 비즈니스는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로컬라이징, 마을 공동체 만들기 등의 지역 프로젝트들을 활발하게 진행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방문자 입장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삶의 자리가 다른 사람이 와서 지식만으로 세우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계획을 직접 이주해 살면서 주민으로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얘기 아닌가. 모든 시간과 계절을 겪으며 축적한 생활 밀착형 생각으로 접근하는 콘텐츠. 

지역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지역 문제를 피상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이 아닌, 그 안에 들어가 살면서 주민으로서 해결하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봄날의집을 오픈하면서 동네 분들과 파티를 했어요. 전통 동네 잔치처럼 삼겹살에 막걸리를 나눠 먹었는데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감동적인 건, 모두 선물을 하나씩 가지고 오신 거예요. 생강차, 몇 년간 정성껏 키운 화분, 어묵탕 한 냄비…. 깊은 시골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그런 마을 문화가 살아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저희 동 
네 할머님들은 모두 정원을 예쁘게 가꾸세요. 지역의 캐릭터를 봤을 때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고요. 김밥집 아주머니가 알고 보니 야생화 전문가고요. 꽃과 예술의 거리, 뭐 그런 쪽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꽃길을 만들고 싶은데 구현할 방법을 모르는 할머니들을 대신해 동네 건축가가 꽃길을 만들어줄 수 있고요.” 

3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한 누비이불과 쿠션 등으로 컬러 포인트를 준 화가의 방. 
4 남해의봄날 편집팀과 강용상 대표. 

봉수골, 스스로 살다
건축이라는 일의 특성상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지 않고는 그 시장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자신을 동네 건축가라 칭하는 강용상 대표는 틈새시장을 찾았다.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하지 않는 소소한 프로젝트, 예를 들어 동네 분식점이나 문방구 공사를 하면서 경제적 인테리어, 보통의 건축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는 것. “제가 폐가를 고친다고 했을 때 어르신들 이 부수고 다시 짓지, 하시더라고요. 나무도 무조건 다 베야 한다고 조언하셨고요. 하지만 막상 이렇게 고쳐 옛날 집의 운치와 흔적을 살렸더니 내심 좋아하세요.” 기존 건축사사무소에서는 흔쾌히 진행할 수 없던 ‘재생’ 프로젝트가 강용상 대표에게는 이웃을 잇는 끈끈한 정이자 새로운 가능성이 된 셈이다. 

“저희에게 많이 묻는 질문이 전문직이니까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하지만 이곳 통영은 전문직의 기반이 전혀 없는 곳이었어요. 서울에서 출판업을 하면 훨씬 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죠. 반대급부로 좋은 점은 물론 있어요. 서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제 눈에는 보이고, 새로운 책의 아이디어와 소스를 찾는 일도 수월하고요.” 정은영 대표는 마케팅이나 인프라가 없으니 몸은 고생하지만, 생활에 여유가 생겨 생각이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전문직이냐, 아니냐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얼마 전 경남예술문화진흥원의 지역 콘텐츠를 의뢰받아 ‘장인 지도’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장인이 만드는 물건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어디가 산지이고, 어디서 작업하는지 각각의 히스토리를 찾아서 길로 연결해 코스를 개발한 것. 전통과 지역 관광을 연결하려면 이처럼 장인과 문화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문화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을 왜곡하는 일도 많아요. 장인의 소임은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일진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리디자인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외국의 앤티크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좋아하잖아요. 전통 제품 그대로의 가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판매하는 제품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은영 대표는 이렇게 지역의 덕을 보면서 살게 될 줄 모르던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한다. 지역 비즈니스는 지역의 정서와 역사,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다가가지 않고는 제대로 콘텐츠를 이해할 수도, 이야기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 또 마을은 만드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 역시 겉으로 보이는 허상이 아니라 내면의 본질,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의 목표를 다시금 방향 전환하게 된 것도 지역의 삶이 준 여유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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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