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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당수동 140㎡ 아파트 아파트에 들인 프랑스 시골집
시골집 레노베이션으로 유명해진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오미숙. 얼마 전 그가 새 집을 장만했다. 남의 집만 만져온 그에게 오로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공간이 생긴 것. 20여 년간 모으고 모은 소장품을 마음껏 펼친 기회이기도 했다. 프렌치 감성이 듬뿍 담긴 그의 집을 찾았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녹음이 우거진 칠보산이 보인다. 그가 거실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은 이유는 이런 바깥 풍경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자고로 집은 그래야 하는 공간이다.
창문 밖 가까이 수목이 우거진 산세가 겹겹이 이어진다. 시야를 흐트러뜨리는 건물 하나 없이 녹음이 펼쳐진다. 문을 열면 바람 결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도심 가까이 주거 지역에 이렇듯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누구라도 넋을 놓고 바라 볼 만큼 아름다운 풍경. 돈으로 살 수 없는 한 점의 작품이다. 아마도 이 집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있으리라. 집주인도 여기에 마음을 빼앗겨 이사를 결심했을 것이다.


1 현관과 거실로 통하는 복도 사이 중간 문. 이태원 고가구점에서 구입한 스테인드글라스를 8년 만에 꺼내 사용했다. 
2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이하는 오래된 가구와 소품. 첫인상에서 이 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프랑스 감성을 담은 아파트
집주인 오미숙은 작년 10월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라는 책을 낸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책을 출간하고 여러 방송과 잡지에 소개되면서 곧 5쇄를 인쇄한다는 이 책은 인테리어 분야 서적에서 이른바 대박이 난 베스트셀러다. 그는 충남 서천에 작은 시골집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과정을 상세히 담아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예상치 못하게 책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그는 지난 5월, 짬짬이 시간을 내 수원에 있는 집을 손보았다.

두 아들과 함께 살 ‘내 집’. 세 식구가 오붓하게 지낼 집이자 일을 의뢰한 고객에게 보여줄 포트폴리오나 마찬가지기에 어떤 집보다 정성을 들였다. 사실 기자는 서천 시골집같이 고즈넉한 주택을 기대했지만, 그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두 아들을 위해 시골로 완전히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거실에서 보이는 듬직한 칠보산의 다양한 풍광이 이 가족에게 큰 위안을 안겨준다.

시골에 살지는 않아도 그는 이 집에서 시골집 정서를 느끼고 싶었다. 평소 서양의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스타일을 좋아해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아파트를 프랑스 시골 마을의 주택처럼 만들기로 했다. 집과 사무실을 구석구석 뒤져 보니 가구, 소품, 문손잡이까지 새 집에 쓸 만한 게 꽤 많았다. 이 집에서 가장 시선이 가는 곳은 단연 주방이다. 아파트를 마당이 있는 주택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주방에 특히 신경을 썼다.

1 둘째 아이 방. 블루 컬러를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을 배려해 디자인했다. 
2 주방에는 상부장을 없애고 꼭 필요한 식기만 꺼내놓았다. 앤티크 조명등으로 집 안 곳곳에 포인트를 주었다. 
3 주방과 다이닝룸 바닥에 패턴 타일을 깔고 거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가 가장 신경 써서 디자인한 공간. 

나무 바닥 대신 패턴 타일을 깔고 세탁실과 주방을 연결하는 새시 안팎으로 가벽을 세운 뒤 파란색 여닫이문을 달았다. 그 덕에 파란 문을 열면 마치 넓은 뜰이 펼쳐질 것같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싱크대 위에 있던 상부장을 없애고 핸디코 트로 벽을 마감해 거친 질감을 살렸다. 주방과 거실을 막고 있던 ‘ㄷ’ 자 조리대를 ‘ㄱ’ 자로 만들어 공간도 한층 시원해졌다. 공을 들인 만큼 주방은 그가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공간이다.

두 아들의 방은 흔히 ‘남자 방’이라면 떠올리는 것과 달리 말끔하다.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는 큰아들 방에는 컴퓨터와 도면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긴 책상 두 개를 붙여놓았다. 또 본래 있던 발코니의 화단 안 흙을 없애고 목재 패널로 막아 수납공간으로 만들었다. 작은 공간이라도 그냥 버려두는 일이 없다. 작은아들 방은 블랙과 블루 컬러를 좋아하는 아이 취향에 맞춰 벽지를 골랐고, 쓰던 철제 침대와 그에 어울릴 만한 빈티지 가구를 매치했다. 집 안 전체의 스타일이 느껴지지만, 두 아들의 방만큼은 아이들 성격과 취향을 세심히 배려했다.

1 발품을 팔고 거금을 들여 구입한 진공관 전축.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발길을 옮기는 곳이다. 
2 안방은 혼자 쓰는 공간이기에 집주인의 취향을 가장 잘 반영했다. 책상은 주물 다리에 고재 문짝을 얹어 만들었다. 
3 안방에 딸린 베란다. 직접 리폼한 앤티크 의자와 붉은색 조명등으로 삭막한 베란다를 로맨틱하게 연출했다. 
4 신혼 때부터 쓰던 가구를 블루 그레이로 칠해 리폼했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들조차 새로 산 것으로 여겨 매우 뿌듯하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DIY
어릴 때부터 바느질이나 가구 리폼 같이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일을 좋아한 그는 우연히 잡지에 자신의 DIY 노하우를 소개했다. 그런 인연을 계기로 계속해서 잡지의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주변 사람이 부탁하면 돈과 관련 없이 어디든 달려갔다. 그저 취미로 시작한 일인데 친구 집, 아는 사람의 집, 모르는 사람의 가게까지 알 음알음으로 작업하면서 그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함을 얻었다. 그렇게 다진 이력 때문일까. 집 안에 놓은 가구나 소품이 예사롭지 않다. 주물 다리에 고재 문짝을 얹어 만든 책상, 새로 페인트칠을 한 의자와 서랍장 등 모든 가구가 그의 손을 한 번씩 거쳐갔다.새로 산 가구보다 가지고 있던 가구를 최대한 재활용한 것이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다른 집보다 가구나 조명등, 소품이 많은 편이다. 다행히 큰 집으로 이사한 덕에 몇 년간 창고에 처박아둔 소장품이 제 몫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현관과 거실 복도 사이에 있는 중간 문에 사용한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8년 전에 우연히 이태원 고가구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오랫 동안 보관만 하다가 이번에 빛을 발했다. 복도 옆에 놓은 콘솔과 그릇장은 신혼 때부터 쓴 가구를 페인트칠해 재활용했다. 그릇장 안에는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놋그릇이나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오래된 그릇이 가득하다. 남이 준 가구, 일하다가 구입한 조명등,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같이 특별한 날마다 자신에게 선물한 소품 등 하나하나 사연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집 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덧붙일 이야기가 많다.

1 일반적으로 텔레비전을 놓는 공간에 그릇장을 놓았다. 
2 그릇장에는 친정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놋그릇이 가득하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거실에 있는 진공관 전축을 켜고 음악을 듣는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지만 가끔이라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과감히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구입한 진공관 전축. 단골 앤티크 숍에 턴테이블과 라디오가 동시에 되는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겨우 구한 것이다. 꽤 비싼 금액을 지불했지만 그보다 더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집 안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은 것도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베란다 창문을 향해 자리 잡은 테이블 공간. 그는 이곳에 앉아 창문 밖 풍경을 보며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디자인을 구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해가 질 무렵에는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와인 한잔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창문 앞에 테이블만 놓았을 뿐인데, 바깥 풍경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에게 많은 행복을 느끼게 한다. 큰 산을 개인 정원처럼 품에 안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그가 이 집에서 맞이한 첫 계절이 끝을 보이고 있다. 곧 다가올 가을과 겨울이 새삼 기다려진다.


디자인 애플스타일(031-296-0528, applesty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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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