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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아파트 개조기 쌍둥이 딸을 위해 공간을 재배치하다
불필요한 공간은 트고 넓은 방에는 가벽을 세운 덕분에 오래된 아파트는 효율적인 구조로 거듭났다. 시공 전과 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이 아파트는 새삼 리모델링 효과를 절감하게 한다.

안방을 아이 침실과 놀이 공간으로 개조했다. 아이 방이지만 마감은 모노톤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소품의 색으로만 화사하게 꾸몄다.
집의 구성원이 늘어나면 가구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아이가 생기면 인테리어에까지 변화가 따른다. 아이가 사용할 침대와 아이용품을 보관할 수납장은 물론, 아이의 낮은 시선을 고려해 공간을 한층 넓고 쾌적하게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선승민ㆍ안선아 부부는 쌍둥이 딸 리안ㆍ리원을 낳은 후 집의 공간과 방의 개수가 가족 구성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잠원동 일대에 자리한 아파트들이 그렇듯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구조이기 때문에 공간이 불필요할 정도로 잘게 나뉘어, 125㎡(38평)인 실제 평수와 달리 82㎡(25평)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엌과 아이 방 모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하물며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손보고 다듬는데, 20년 된 아파트의 리모델링은 주저할 것이 없었다. 집의 마감을 다시 하고 가구와 소품을 감각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넘어 집의 구조부터 재배치해야 하는 큰 공사인 데다 공사 기간까지 빠듯했지만, 아무리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라도 일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쉽게 결과에 도달하는 법. 어린 두 딸에게 독립 공간을 선물하고자 구조 변경을 감행한 공사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멋지게 완성됐다.

주방 가구는 모두 그레이 계열로 통일했다. 대신 공간이 차가워 보이지 않도록 바닥과 문은 따뜻한 원목 소재로 매치했다. 
차분하지만 감성 살린 아이 방
리모델링을 계획하며 부부는 두 딸을 위한 침실과 놀이방을 만드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리고 쌍둥이가 사용할 침대 두 개를 한방에 나란히 두길 원했는데, 그러려면 제일 넓은 안방을 택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방이 좁아서 침대 두 개를 들여놓을 만한 공간은 안방뿐이었어요. 다행히 저희가 맞벌이 부부다 보니 넓은 부부 침실이 필요치 않았지요.”

먼저 부부의 생각을 적극 반영해 안방은 베란다를 확장한 뒤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가벽을 세워 침실과 놀이방을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때 가벽은 박공지붕 모양으로 디자인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보통 아이 방을 꾸밀 때 대놓고 아이스럽게 꾸미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마감재나 가구에 화려한 색감과 패턴을 더하곤 하는데, 이 경우 아이가 쓰는 장난감과 책 등이 섞이면 복잡해지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오히려 베이스는 차분한 색으로 쓰고 가벽을 박공지붕 모양으로 연출했어요.

거실에 TV와 소품을 수납할 수 있는 월플렉스를 짜 넣었더니 문을 닫으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아이의 감성을 더할 포인트는 작은 소품이나 패브릭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아이 방에 컬러를 과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김은정 디자이너의 조언. 침대 뒤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옷장을 매입해 아이 옷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게 했고, 놀이방에는 작은 아이용품을 넣을 수 있는 긴 수납장과 선반을 설치했다.


공간 활용을 위한 세심한 배려
이 집의 가장 큰 골칫덩이는 주방. 조리대와 작업대만 겨우 들인 주방 옆으로 창고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작은 방과 다용도실까지 딸려 있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어중간하게 놓인 식탁도 제자리를 찾아야 했다. 작은 방과 다용도실은 모두 허물고 공간의 라인을 정리했다. 그리고 조리대, 작업대는 물론이고 주방 수납 가구까지 짜 넣었다. 식탁은 가운데에 두고, 뒤쪽에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전자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숨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문을 닫으면 마치 벽처럼 보이도록 했다.

조명등을 설치하고 작은 물건을 올려두는 선반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헤드보드를 제작했다. 2 거실 월플렉스의 문을 열면 깔끔하게 디자인한 내부 공간에 TV와 소품이 정리되어 있다 . 
“주방 인테리어는 넓게 보이는 것이 관건인 만큼 심플한 콘셉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이너와 충분히 이야기한 뒤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등, 수납 가구 모두 차콜 그레이 계열로 통일했지요. 대신 모노 컬러가 주는 차가운 느낌을 줄이기 위해 뒤쪽 슬라이딩 도어는 원목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부부는 모노 컬러의 주방 가구에 원목 특유의 따스함이 더해진 세련된 분위기가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집을 디자인할 때에 다양한 색보다 최소한의 색을 쓰는 디자이너의 스타일대로 어떤 색을 쓸지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다.

거실은 요즘 작은 집에 많이 쓰이는 월플렉스wallplex(벽면을 활용한 수납공간)를 짜 넣었다. TV를 중심으로 양옆에 칸막이를 더한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쓰임에 맞게 가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작은 공간에 월 플렉스를 짜 넣을 때에는 되도록 디자인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놓치기 쉬운 부분은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모습인데, 이 또한 단순한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 좋지요. 공간 활용을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다면 문을 열었을 때 공간이 더욱 좁아 보이지 않도록 간격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딸의 놀이방. 작은 아이용품과 장난감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도록 선반과 서랍장을 배치했다. 
월플렉스를 설치할 때에는 문으로 가리는 공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팁이다. 회색과 흰색을 베이스로 사용한 거실과 이어지는 침실, 서재 또한 심플하게 연출했다. 침실은 본디 서재로 쓰던 방에 침대 하나만 들여 완성했는데, 창살을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루버셔터를 주문ㆍ제작해 빛의 방향과 농도를 조절할 수 있게끔 했다.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까지 생각한 디자이너의 세 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공간이 좁아 작은 선반과 조명등은 침대 헤드보드를 제작해 설치했다. 선승민ㆍ안선아 부부는 “바쁜 업무 탓에 저와 남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으니, 쌍둥이 딸들에게만큼은 자신만의 공간을 선물 하고 싶었어요. 엄마와 아빠가 자기들을 위해 꾸민 이 공간에서 둘이 함께 책도 읽고 놀고, 잠들면서 자랄 수 있도록 말이에요”라며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선승민•안선아 부부와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이란성쌍둥이 리안•리원.
디자이너 김은정이 조언한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한 첫 단추
1 스크랩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집을 원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잡지, 광고, 단행본 등에서 공간이나 인테리어 이미지, 기사를 스크랩해볼 것.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거실, 부엌, 아이 방, 서재 등 공간별로 나눠 지속적으로 스크랩하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2 연인을 만나듯 신중하게 디자이너를 선택할 것 사실상 취향이라는 것은 기준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커뮤니케이션이 엇나갈 경우, 나의 취향이 아닌 디자이너의 취향이 묻어나는 집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이전에 작업한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살펴보며 자신과 취향이 맞는지,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디자이너 김은정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0612kim

 디자인과 시공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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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