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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파트, 취향으로 채색하기
캔버스같이 하얀 바탕에 부부의 취향이 녹아든 소품과 가구로 강약을 더한, 미술 비평가 신승오 씨와 작가 박지혜 씨 부부의 109m²(33평) 아파트.


미술 비평가 신승오 씨와 작가 박지혜 씨 부부의 서재 겸 다이닝룸은 이 집에서 가장 자주 머무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가구는 새로 구입한 것이지만 라탄 소재 암체어는 박지혜 씨가 영국에서 사용하던 것을 컬러만 다시 칠해 쓰고 있다.

1 욕실에서 바라본 침실.
2 규모가 큰 정사각형 수납장을 감안해 인테리어 초기 단계부터 빌트인 수납장을 구성한 미니멀한 주방.

전시 기획자이자 미술 비평가인 신승오 씨와 작가 박지혜 씨가 지난해 말 신혼집으로 결정한 곳은 돈암동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동네가 조용하고 풍경도 시원하며 햇볕이 잘 드는 곳이었지만 지은 지 워낙 오래된 터라 음침하고 낡은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구조는 손댈 수 없는 상태였지만 인테리어만은 대대적으로 레노베이션해야 했다. “처음에는 벽이나 마루 정도만 손대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니 주방이며 빌트인 수납장, 조명등도 새로 해야겠더라고요. 공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보니 지인인 옐로플라스틱 이고은 실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짜임새 있게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옐로플라스틱은 미술을 곁에 두고 사는 젊은 부부에게 더없이 적당한 파트너였다.

오래되고 낡은 마감재를 모던하게 바꾸는 것을 목표로 마루를 제외한 마감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페인트 느낌이 나는 텍스처의 흰색 벽지를 발랐고, 침실은 아늑함이 배가되는 나무를 포인트 월로 추가하되 역시 흰색으로 칠했다. 거실 빌트인 수납장의 상판과 주방 또한 흰색 타일로 마감했고 노출시킨 천장도 흰색으로 칠했다. “집은 하얗게 비워두고 싶었어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카페 같은 스타일은 아니길 바랐죠. 소품과 가구로 취향을 표현하고 싶어서 사야 할 가구나 가전을 미리 정한 후, 인테리어 마감이나 치수도 철저히 계산해 공사를 진행했어요. 아마 디자이너에게는 몹시 피곤한 클라이언트였을 거예요.”


‘ㄷ’자형 주방. 식탁 대신 넓은 테이블을 둔 서재를 다이닝룸으로 사용한다. 노출한 천장에서 드러난 파이프에 자연스럽게 걸어 연출한 알전구 조명이 돋보인다.

1 주방의 개수대 윗부분엔 상부장 대신 수납 선반만 달았다. 자주 사용하는 냄비와 그릇, 식재료 등을 올려두고 쓰기에 편리하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2 망입 유리를 파티션 삼아 세운 현관.

규모가 큰 철제 프레임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맞은편에 서랍장만 심플하게 배치한 침실. 침대 머리맡의 나무 패널 마감이 유일한 장식 요소다. 왼쪽에 보이는 문이 욕실 입구다.

베란다에 놓인 캣타워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반려묘, 친피. 베란다와 거실을 나눠주는 폴딩 도어는 방음과 보온 효과가 뛰어나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요소다. 타일로 상판을 마감한 거실 빌트인 수납장 위로 박지혜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놓여 있다.

1 침실과 거실에 각각 딸린 작은 욕실 두 개를 합쳐 넓은 하나의 욕실로 변경했다. 
2 주방에서 바라본 서재 모습.

취향이 깃든 소품으로 채색하기
결혼 전 미술을 공부하며 10년 가까이 런던에서 생활한 아내 박지혜 씨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의 레트로 빈티지 스타일을 선호한다. 주방에 놓인 스메그 냉장고나 베란다에 둔 로열 덜턴 수납장, 벽시계, 레트로 빈티지 스타일의 주방 가전 등이 그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욕실, 주방, 거실 수납 선반 등에 활용한 흰색 모자이크 타일도 빈티지한 무드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한 것. 침실에서 사용하는 규모가 큰 침대 역시 철제 프레임을 선택했지만 거친 느낌은 아니다.

이 집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곳이자 중요한 공간은 주방 옆에 자리한 서재다. 좁은 주방을 감안해 식탁을 따로 두지 않고 넓은 테이블을 둔 서재가 다이닝룸을 겸한다. 지인을 초대하길 즐기는 부부에겐 실제 크기보다 훨씬 넓게 쓰는 활용도 높은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예술 서적을 비롯한 다양한 책이 가득한 책장과 노출된 파이프에 자유롭게 걸어서 설치한 알전구 조명등도 이 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집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미니멀한 주방은 ‘ㄷ’자로 구획했다. 미리 구입할 가구와 가전을 감안해 수납장을 짰으며, 개수대가 있는 한쪽 벽은 상부장을 없애고 수납 선반을 설치했다. 자주 사용하는 소품과 주방 도구, 식재료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한 덕에 장식 효과와 공간이 넓어 보이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

드러낼 것은 확실히 드러내고 감출 것은 완벽하게 수납한 화이트 미니멀리즘 아파트는 최대한 비워내고도 그 안에 충분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다. 캔버스처럼 하얀 바탕에 작가인 집주인의 작품과 일관성 있는 소품, 개성 있는 가구들로 강약을 더한 신혼집은 이 집만의 독특한 리듬을 갖고 있다.

 그림 이미지 제공 문윤형(조형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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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용인 | 담당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