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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 아일랜드 김윤성∙강성원 부부 소통하라, 아이처럼, 단순하게
온갖 새로운 SNS가 등장하고 어떤 콘텐츠든 빠른 시간에 소비되어 사라지는 이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핵심과 본질이 존재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단순한 캐릭터로 아이는 물론 어른도 공감하는 소통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김윤성・강성원 부부. ‘잠보 아일랜드’에는 수많은 ‘어른 아이’가 소통하고 있다.

중정을 가운데 두고 워크숍 스튜디오, 전시 공간, 라운지로 구성한 용인 잠보 아일랜드 스튜디오. 디자인 회사 노크 네버랜드(www.kondesign.kr)에서 개발한 ‘잠보 아일랜드’의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신비로운 섬 잠보 아일랜드. 영국의 유명한 사냥개 아지는 번개를 맞은 뒤 노란 강아지로 변했고, 다른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이 다른 동물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아지는 파랑새에게 사과하는 방법을 배워 동물들과 화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지를 엄마로 여기는 아기 오리가 나타납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지는 아기오리가 귀찮고 버거워 다른 오리 무리가 있는 호숫가로 데려다주기로 결심하지요. 하지만 아기 오리는 선천적으로 엉덩이가 작게 태어나 물에 뜰수 없었고, 다른 오리와도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아지는 아기 오리에게 빨간 튜브를 끼워주지만 오리들은 그 모습이 낯선지 함께 놀지 않았어요.

‘잠보 아일랜드’는 캐릭터 디자인 회사 노크 오브 디자인Knock of Neverland, 이하 노크 네버랜드)에서 만든 대표 캐릭터로 게임, 동화책,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그중 아지와 오리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아지가 달라졌어요> <투게더together>는 텍스트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잠보 아일랜드를 통해 아이와 어른, 어른과 어른 등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윤성 대표. 삼성전자 UX/ UI 디자이너를 거쳐 전문 디자인 회사 노크 네버랜드를 설립한 그가 콘텐츠 채널을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이 아닌 그림책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매출의 80~90%가 대기업 외주 일로 한정된 때라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었어요. 2015년부터는 경기의 영향을 받아 일감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남은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고민했고, 콘텐츠 개발로 방향을 잡았어요. 애니메이션에 비해 그림책은 외려 어른도 포용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가 콘텐츠 사업부를 맡으면서 제게 그림책을 구상할 여유가 생겼지요. 그림책이 계기가 되어 가나아트센터 어린이 미술관과 캐릭터 전시를 했고, 착즙기 브랜드 휴롬의 ‘휴휴’와 ‘휴니콘’ 캐릭터를 개발했어요. 재정적으로는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오히려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아지와 오리 캐릭터로 구성한 그림책 시리즈. 폴 킴이라는 필명으로 김윤성 대표가 직접 스토리를 구상한다. 그림책은 반응이 좋아 홍콩에서도 출간했다.

샘플을 만들어보는 워크숍 스튜디오. 가족 단위 손님이 즐길 수 있는 워크숍 콘텐츠가 보강되면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노출 벽돌로 마감한 공간은 대형 테이블 등을 원목으로 제작해 온기를 불어넣고, 아웃도어 가구와 식물, 캐릭터 포스터로 포인트를 줘 경쾌하다.


천장 보와 계단이 입체적 구조를 완성하는 주거 공간. 계단에서 1층 주방을 내려다본 모습.

여유가 없을 때 김 대표가 진행한 일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집 짓기다. 결혼 전부터 막연히 전원생활을 꿈꿔왔고, 또 본격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다 보니 스튜디오와 전시 공간이 필요했다. 직원(동료)들이 이왕이면 좋은 공간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행복하게하고, 아이디어를 샘솟게 한다는 공간의 당연한 본질을 이야기하는 집. 아지와 오리가 사는 잠보 아일랜드의 현실 버전은 그렇게 탄생했다.

USM 수납장, 피겨 등 가구와 소품 모두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모은건데, 취향과 맥락이 일관되다 보니 불협화음 없이 잘 어우러진다. 
공간의 본질 찾기
용인 수지의 한가로운 전원주택 단지에 자리한 ‘잠보 아일랜드’.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캐릭터 덕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지하 스튜디오와 지상 2층의 주거 공간으로 구성했다. 설계는 바우건축이 맡았다. “대부분의 초보 건축주처럼 ‘건축가에게 맡겼으니 알아서 잘해주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어떤 공간을 원하느냐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도 한참을 머뭇거렸으니까요.” 김 대표는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되짚어봤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TV를 켜고 소파에 누워 있다가 소파에 앉아서 밥 먹고, 다시 눕는 단조로운 생활이 떠올랐다. 쉬는 날은 대부분의 가장이 그렇듯 집에만 있으면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밖에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고, 그렇게 집과는 점점 멀어졌다. 집과 친해질 수 있는 해법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잠은 침대에서, 밥은 식탁에서, 즉 공간의 본질을 찾으면 된다. “무엇보다 생활을 분리하는 것이 급선무였죠. 지하에 자연광이 들도록 중정을 만들면서 사선으로 꺾인 주거 공간 1층에 주방을 배치했어요. 신기하게도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는 것만으로도 생활 영역이 달라지더라고요. 우선 밥 먹을 때 TV를 켜지 않으니 식사와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사선 구조, 계단 등 직선 라인이 많은 1층 주방은 라운드 테이블을 두어 딱딱한 느낌을 상쇄했다. 스트링 수납장에 주방 관련 소품을 장식했다. 
아내 강성원 씨는 이사한 후 부지런해진 것이 가장 큰 차이라 말한다. 1층과 2층, 지하까지 부지런히 오가니 운동량도 자연히 늘어났다. 아파트에 살 때는 오디오가 디스플레이용이었던 반면, 여기서는 연일 제 기능을 발휘하니 뿌듯하다. 위치로 보면 같은데 지하 스튜디오에 있을 때와 2층 거실에 있을 때 마음가짐이 다른 것도 부부에겐 새로운 변화다. 지하 스튜디오는 카페처럼 꾸민 라운지 공간과 중정, 중정을 사이에 두고 워크숍 스튜디오와 전시실로 구성했다. “처음에는 사무실 일부를 옮길까도 생각했어요. 건물을 짓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세팅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래픽 작업이 많다 보니 PC만으로 공간이 꽉 차더라고요. 정자동 사무실에 비해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뭔가 일반 오피스와는 다른 정서가 있어야 하는데 여유 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 스튜디오로 용도를 바꿨죠. 스튜디오는 팀 회의를 할 때, 외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용해요. 노크 네버랜드의 2017년 시무식도 진행했고요.” 워크숍 스튜디오에는 잠보 아일랜드 캐릭터로 만든 캐릭터 상품과 그림책 등이 전시되어 있다.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기 전에 직원들이 직접 샘플을 제작해보기도 하는 공간으로, 한쪽에 재봉틀과 3D 프린터 등이 있다. “잠보 아일랜드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이 공간의 테마도 ‘소통’이에요. 중정을 통해 라운지까지 모두 연결되는 동선으로 소통을 표현했죠. 그리고 집을 지으면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설계를 맡은 바우건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세미나나 오픈 토크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소통하는 것이 이 공간의 또 다른 역할이니까요.”

거실을 중심으로 침실, 서재를 양쪽에 배치한 2층 주거공간. 침실과 서재 문은 투명 슬라이딩 도어로 시공, 긴 복도의 묘미를 살렸다. 

내면의 ‘아이’를 소환하라
주거 공간에 들어서면 온통 새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직선 라인을 강조한 구조에 꼭 필요한 가구만 배치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가구나 소품 모두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모은 건데, 취향과 맥락이 일관되다 보니 공간에 맞춰 새로 들여놓은 듯한 효과가 난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단어가 너무 많으면 힘들더라고요. 소구 포인트도 약해지고요. 지난해에는 하나로 압축하기 위한 ‘정리의 시간’을 보냈어요.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삶의 태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아파트에 살 때는 온 집 안이 꽉 차 있었거든요. 이사 준비할 때 뜯지도 않은 박스가 무수히 나오더라고요. 집을 지으면서 ‘정리와 비움’이라는 삶의 가치까지 고민했어요.”

이 집의 마스코트! 동심을 소환하는 마지스의 퍼피 오브제. 
예전에는 필요할 것 같아서 산 게 많았다면 지금은 필요할 것 같아도 우선 한 번, 두 번 참는다. 빼고 또 뺐을 때 ‘본질’이 남는 것처럼 그렇게 한두번 참으면 ‘왜 필요했지’ 싶은 물건도 많단다. 가장 인상적인 비움의 공간은 침실. 가운데 매트가 없었으면 그냥 빈방처럼 보이기도 하는 침실은 그야말로 침실의 본질, ‘쉼’에 집중했다. 침실 한편에는 USM 수납장을 한 단으로 낮게 배치해 좌식 공간을 완성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집에 있을 때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거실은 간결한 라인의 오슬로 소파를 두었다. 누울 수는 없지만 앉았을 때는 편안해야 한다는 소파의 본질에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다.

잠보 아일랜드 캐릭터를 만드는 노크 네버랜드 디자인 식구들. ‘아빠팀’을 비롯해 스튜디오에서 종종 팀별 회의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간결한 인테리어에 반해 소품 컬렉션이 상당하다. 서재 한쪽 장에는 수많은 캐릭터의 피겨가 전시되어 있고, 복도와 계단 그리고 코너 곳곳에는 컬러풀한 옷걸이, 강아지 오브제 등이 동심을 자극한다. 복도 끝에 있는 마지스의 파라다이스 트리 옷걸이는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 아이콘이다. “아이처럼 선입견 없는 순수한 감성에 매료됐다고 할까요? 제품을 보는 순간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은 것 같았죠.” 사람들은 보통 집을 꾸밀 때 미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곤 한다. 마음속에 살고 있는 피터팬을 외면한 채 재미와 놀이를 유도하는 요소를 인테리어에 들이려 하지 않는다. 유치하면 또 어떤가? 피겨나 인형, 장난감은 어른들에게도 분명 놀이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잠보 아일랜드의 패밀리 라인이 중요한 이유다.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거실. 오슬로 소파와 임스 소파 테이블, 판텔라 조명등 등 유선형 가구로 미니멀 인테리어에 부드러운 터치를 더했다.
“잠보 아일랜드는 잠보 아일랜드(성인)와 잠보 키즈 라인이 따로 있어요. 처음에는 유아를 타깃으로 하다 점점 대상이 넓어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두 라인을 분리하게 됐죠. 동화책도 어른이 볼 수 있잖아요. 캐릭터의 파급력을 보자면 청소년도 중요한 타깃이고요. 한 예로 그림책 <아지가 변했어요>를 감동적으로 봤다는 어른이 많아요. 그림책을 보는 순간 아이도, 어른도, 학생도, 회사원도… 주인공 아지가 되는 거죠. 가나아트센터 전시에서 한 50대 여성분이 그림책을 보고 울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림이긴 하지만 개개인의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는 이야기 또한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고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죠.”

캐릭터와 같이 ‘잠보 아일랜드’라고 이름붙인 집과 스튜디오. 설계는 바우건축(02-574-7011)에서 맡았다.

소통의 마법
반면 ‘잠보 키즈’만의 차별점은 아빠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콘텐츠라도 아빠의 세계관에는 엄마의 그것과는 다른 특유의 느슨함과 역동감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그래서 더 새롭고 특별하다. 잠보 키즈를 위한 ‘아빠팀’을 구성한 이유다. 사실 잠보 키즈를 진행하며 더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을 해야 하나, 이모티콘 사업에 뛰어들까 고민도 많았다. 아이가 없다 보니 아빠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무엇보다 순도 높은 캐릭터로 남고 싶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가나아트센터 그림책 전시를 통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잠보 아일랜드 캐릭터의 존재 이유, 본질을 깨달았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어떤 형태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을까”가 늘 고민이지만,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지속적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는 김윤성 대표. 그림책, 전시, 잠보 아일랜드 스튜디오까지 그의 모든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온통 하얀 공간에 주인공처럼 자리하는 파라다이스 옷걸이와 퍼피 오브제. 
아지는 다른 오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기 오리에게 튜브를 끼워줍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자신들과 다른 모습에 수군덕거리고, 결국 아지는 오리의 빨간 튜브를 노란색으로 칠해줍니다. 다른 오리들과 물에서 잘 노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아지. 단점을 하나하나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아지는 다시 아기 오리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갑갑한 튜브를 벗으니 아기 오리도 폴짝폴짝 잘 뛰어놉니다.

모습이 다른 친구와도 어울리고 상대방의 단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함께하는 것의 마법 같은 효과에 대해 무궁무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잠보 아일랜드. 요즘은 애니메이션, 앱,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를 활용하지만 수익을 우선으로 한 만큼 자극적인 콘텐츠도 많다. 잠보 아일랜드 캐릭터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하나같이 착하게 생겼다는 것. “디자인 일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평가였어요. 열심히 했지만 평가가 좋지 않으면 그 디자인은 소리 없이 사라져요. 항상 좋은 걸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캐릭터는 그렇지 않아요. 때로는 캐릭터 자체가 선입견을 없애주는 도구가 되기도 하죠.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함축해서 표현하기도 하고요.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쓰일 수 있다는 희망, 제가 꿈꾸는 잠보 아일랜드의 네버랜드죠!”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김윤성 대표의 용인 스튜디오 ‘잠보 아일랜드’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스튜디오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간단한 미술 소품을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일시 5월 12일(금) 오후 2시 인원 8명 참가비 1만 원(어린이 무료)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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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