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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부메랑하우스 사람은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곳에 쉴 곳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고요하고 평안한 일상을 꿈꾸는 건축주 박윤희ㆍ김옥길 부부도 마침내 부메랑처럼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해발 200m에 자리한 이 집은 부메랑처럼 자연을 향해 굽은 형태다. 또 주변에 잣나무가 많아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온다. 한편 지하수를 퍼 올리는 관정은 마당에 우물 형태로 만들어 집을 한결 정감 있게 만들어준다.

“노후를 준비하며 고향 언저리에 집 지을 땅을 알아보느라 근 10년을 헤맸어요. 경기도 광주가 원래는 참 예쁜 도시거든요. 시내에 흐르는 경안천은 팔당 수원지가 원천이니 물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태화산, 정광산, 마락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도 수려하죠. 상당히 청정한 도시였어요. 그런데 땅을 알아보며 광주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요즘은 난개발 때문에 참 안타까운 상황이더군요. 가는 곳마다 공장 지대에 고압선이 흐르고, 우사와 양계장으로 뒤덮여 도저히 집을 지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근처의 양평, 이천, 여주, 심지어 횡성과 원주까지 다녀보았는데도 마음에 꼭 드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해발 200m 고지에 자리한 이 땅을 마주했는데, 보는 순간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이 더 이상 땅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길로 계약하고 스튜디오더원 원계연 소장을 만나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태화산 자락을 감상할 수 있는 반외부 공간인 덱에서 건축주 김옥길 씨와 건축가 원계연 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건축주 김옥길 씨는 부메랑처럼 고향에 돌아와 태화산을 바라보는 부메랑 형태의 집을 지었다. 부부가 땅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풍경과 채광이 훌륭한 땅이라는 것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집은 독특하게도 입구가 ㄱ자 형태의 등허리에 자리한다. 이 때문에 마당에서 이웃집이나 마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등지는 형태라 집에 들어서면 해발 640m 고지의 태화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태화산과 정광산, 마락산이 빙 둘러 집을 보호막 처럼 감싸고 있으면서 가까이에는 키 큰 잣나무가 솟아 있는 형태다. 잣나무는 소나무 다음으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나무인데, 기압이 낮을 때면 물씬 풍기는 숲 냄새를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이런 게 바로 역세권보다 높게 친다는 숲세권의 위력이리라.

구들방으로 설계한 사랑채 아궁이 앞에 테이블 자리를 마련했다. 겨울에는 구들의 온기를 느끼며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도 있어 가족이 아끼는 공간이다. 

자연과 최대한 맞닿은 구조
“둘이 사니 20평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를 보러 올 자녀들과 손님을 생각하면 방 세 개짜리 이층집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설계 초기 건축주의 주문이었다. 집 짓기 과정 중 예민한 부분이 있다면 면적을 빼놓을 수 없을 터. “땅 위에 솟아오르는 건축물을 포함해 마당도, 집으로 가는 동네 골목길도, 멀리서 보이는 조망도, 햇빛과 빗물을 조절하는 처마 아래 반외부 공간도 집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면적과 관계없는 공간이라 여기지요.” 원 소장은 부메랑 하우스의 지붕이 덮고 있는 실제 면적이 약 70평이라고 했다. 그중 실내라 부를 만한 공간은 35평이며, 주생활이 이루어지는 본채는 건축주의 주문대로 24평이다. 그가 설명하는 면적이 의아했다.

 
집의 내ㆍ외부 모두 나무로 마감하고, 기성 가구 대신 제작 가구를 배치했는데 모두 원 소장이 직접 디자인했다. 그중 레드파인으로 마감한 실내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주방 가구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밀리 D&F (millidnf.blog.me)가 담당한 것. 우드슬랩 테이블은 아프리카 체리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입구와 처마, 덱 등 집을 이루는 요소면서 동시에 집이 아니기도 한 반외부 공간이 건축물의 절반인 셈. 본채, 사랑채, 창고를 부메랑 형태로 길게 늘어뜨리고 서로 맞닿는 벽이 없도록 떼어 구성하되, 이동할 때에는 비를 가릴 수 있도록 한 지붕 아래 이 모든 것을 담았다. 훌륭하리만치 내ㆍ외부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 퍽 조화롭다. ‘면적’의 논리로 따진다면 작은 집일지 몰라도, 자연과 맞닿은 반외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치를 생각한다면 70평 이상의 가치가 있는 구조다. 게다가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하루 종일 채광과 환기가 유리하며, 모든 창문이 자연을 품고 있어 벽마다 풍경화가 걸린 듯하다. 

태화산의 운치가 더해져 한결 멋스러운 덱. 

침실은 붙박이장을 제작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붙박이장 앞쪽은 아내의 파우더룸 겸 드레스룸으로, 뒤쪽은 침실로 쓰는데 평상형 침대까지 모두 나무로 제작해 실내 분위기를 통일했다. 
가족에 꼭 맞게 지은 개성 있는 집
재미있는 공간은 본채와 떨어진 사랑채, 가족이 구들방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곳. 실내는 입구를 사이에 두고 본채와 사랑채로 나뉘는데, 그중 사랑채는 외부와 들창 하나만 둔 열린 형태의 방이다. 특히 직접 불을 때는 구들방으로 설계했는데, 구들의 구조를 활용해 아이디어 넘치는 외부 공간도 마련했다. 구들 구조상 다섯 계단 정도 내려와 자리한 아궁이 앞쪽에 유리로 된 불 문을 설치해 외부용 벽난로처럼 사용하도록 한 것. 아궁이를 중심으로 테이블을 배치했는데, 전원주택의 낭만이 함축된 공간이다. “구들방은 불을 때면 방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예요. 금요일에 이곳에 내려와 두어 시간 불을 때면 월요일 아침 서울에 올라갈 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어요. 운치가 더할 나위 없죠.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조건으로만 보면 늦잠 자기 딱인데, 새벽만 되면 창 너머 새 지저귀는 소리에 게으름을 피우려야 피울 수가 없어요.”

2층 다락방은 남편의 취미 생활을 위한 서재로 꾸몄는데, 책상에 앉으면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김옥길 씨는 무척 더웠던 올여름에는 아궁이 앞 테이블 자리를 개울처럼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지하수를 퍼다 넣고 계곡처럼 발을 담그고 여름을 났는데, 물이 차고 좋아 발끝이 얼얼해질 정도였단다. 구들 덕에 자연스럽게 생긴 굴뚝 역시 이 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한편 지하수를 퍼 올리는 관정은 마당에 우물 형태로 만들었는데, 집을 한결 정감 있게 만들어준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편은 부엌과 침실 등으로 구성한 본채, 오른편은 구들방이라 불리는 사랑채가 자리한다. 
집 내부도 인상적이다. 기성 가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제작 가구의 비율을 높여 레드파인red pine으로 마감한 내부와 통일감을 이룬 것. 싱크대, 붙박이장, 평상형 침대, 욕실 가구까지 모두 짜넣었다. “요즘 많은 사람이 한곳에 정착해 살지 못해요. 그래서 집을 지을 때부터 이후에 팔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요. 그러다 보니 집도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보편적 범위 안에 들어야 하거든요.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지 않을뿐더러, 나중에 되팔 것을 생각하면 겁이 나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게 짓지 못하죠. 하지만 이 집은 분명해요. 고향 땅으로 돌아와 노후 생활을 보낼 집이잖아요. 부메랑을 닮은 독특한 구조부터 적삼목이며 레드파인으로 마감한 내ㆍ외부와 제작 가구까지, 건축주에게 딱 맞춘 집을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 소장의 설명에 “나에게는 집을 파는 것이 고향을 떠나라는 뜻”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건축주의 대답이 괜스레 뭉클해진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구조이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건축주의 삶에 꼭 맞춘 개성 있는 공간을 완성한 부메랑 하우스 덕에 ‘집’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된다.


원계연 소장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강원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한 후 건축포럼과 스튜디오 어싸일럼에서 실무를 수련했다. 현재는 강원도 원주에서 스튜디오더원(www.thewon.kr)을 운영하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린 건 축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의 스튜디오더원(www.thew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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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