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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광주 주택 다락多樂집
독특함을 목적으로 지은 것은 아니지만 이시운ㆍ정성태 부부의 집은 단독주택만의 특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에폭시로 마감한 천장, 그 아래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휴일을 만끽할 수 있는 다락, 다락과 야외 테라스를 이어주는 구름다리, 집의 내ㆍ외부를 3백60도 빙 둘러싼 계단과 마당까지. 유쾌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계한 덕에 이름처럼 즐거움이 넘친다.

“작은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큰 집에 대한 열망은 없습니다. 집이 좁아지더라도 마당이 넓었으면 좋겠고, 다락을 제외한 집의 면적은 50평을 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저와 남편 침실에서 함께 잘 가능성이 많아요. 훗날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방은 각자 쓰더라도 잠은 같이 자게 하려고 합니다. (중략) 제가 탕 속에 앉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공중목욕탕처럼 욕실은 타일 바닥으로 마감하고 어깨까지 잠기는 깊은 욕조를 설치했으면 합니다. 욕조는 안방 욕실에만 있어도 되고 샤워기는 아이들이 쓰는 화장실에 하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화장실이 꼭 두 개여야 할까 고민되기도 합니다.” 

남편을 따라 약 1년간 미국 생활을 하게 된 아내 이시운 씨는 떠나기 전 광주 남구에 땅을 구입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지어 살 계획이었다. 3개월 뒤 설계 사무소를 결정한 후에는 원하는 집의 스타일과 실내 공간 분할, 외부 공간과 예산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꼼꼼하게 적어 TRU 건축사사무소 조성익 소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6개월간의 설계, 6개월간의 시공 후 광주 다락집이 완성됐다. 

왼쪽 다락방에서 내려다본 2층 거실 모습. 박공지붕 모양의 천장을 에폭시로 마감하고, 2층 벽에 붉은 컬러를 칠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오른쪽 다락방 입구 또한 근사하게 꾸몄다. 아내의 취향을 담아 빈티지한 의자와 조명등, 멕시코에서 직구한 에스닉 카펫을 배치했다.
숨은 다락이 많은 집
작은 공간이 많으면 좋겠다는 아내 이시운 씨의 의견을 잘 녹여낸 이 집은 310.70㎡(약 94평) 땅에 152.78㎡(약 46평) 면적으로 지하 주차장을 포함해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장이 높은 2층에 만든 다락방 외에도 부부 침실 벽 뒤에 마련한 아내의 간이 서재, 1층 가족실에 마련한 아들의 장난감 다락,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마당, 부부가 오붓하게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는 옥상 테라스까지. 집 안 구석구석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락’이 많이 숨어 있다. 


이 집의 핵심은 1층에 거실, 주방, 다이닝룸이 없다는 것. 대개 1층에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을 마련하고 2층에 침실이나 서재 등 개인 공간을 배치하는데 이 집은 그러한 생각을 뒤집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는 거실을 거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요. 하지만 실제 동선을 생각해보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씻고, 그 후 거실에 모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1층에 부부 침실과 아들 방을 배치했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이층집에서는 훨씬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공간을 선택적으로 배치하니 층고를 확보하기에도 유리했다. 또 1층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가족실을 따로 만드니, 겨울에는 1층에만 난방을 하면 난방비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1층에는 가족실을 중심으로 왼편에 부부 침실, 오른편에 간이 부엌과 중학생인 큰아들 방을 배치했다. 부부 침실에는 침대와 마주 보는 벽 뒤로 아내의 개인 공간을 만들었는데, 작은 책상과 의자만 두었는데도 화장대 겸 서재 몫을 톡톡히 한다. 침실과 이어지는 욕실에는 아내의 바람대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를 넣었다. 가족실에는 지하 주차장 때문에 높낮이가 달라진 바닥면을 활용해 일곱 살 둘째 아들을 위한 장난감 다락방을 꾸몄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작은 공간에서 아들은 로봇을 조립하거나 책을 읽는다. 한편 큰아들 방에는 이층 침대를 배치했다. 이시운 씨가 조성익 소장에게 적어 보낸대로 형제가 함께 잘 수 있는 이층 침대를 제작한 것이다. 


1, 2 1층 가족실은 벽 한 면을 책장으로 마감했다. 마당으로 이어지는 창문 밖으로 햇살이 쏟아질 때면 가족들은 벤치에 눕거나 기대어 책을 읽곤 한다. 책장 맞은편에는 둘째 아들을 위해 장난감 다락방을 꾸몄다.
단독주택만의 특권 처음에는 예산을 잘 세우고 적절한 규모의 집을 계획 하지만, 설계나 시공을 하는 과정에서 ‘잘 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비용도 늘어나고 면적도 커지기 마련. 대부분이 겪는 시행착오지만 광주 다락집의 건축주는 마당을 넓게 쓰고 집은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규모로 짓는다는 처음 생각을 끝까지 잘 고수했다. 그래서 앞마당과 옆 마당뿐 아니라 뒤쪽에도 여백을 많이 두고 설계했다. 마당이 집을 한 바퀴 감싸고 돌아 누구나 이 집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성익 소장은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오면서 얻는 새로운 삶의 경험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당과 옥상 정원, 수직으로 공간을 오고 가는 계단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공간감을 느끼는 것은 단독주택만의 대단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의 여유와 여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계단이다 보니 저는 이 집의 계단 또한 집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집의 내부를 가로지르는 계단은 1층에서 2층, 3층 다락까지 이어지는데, 다락과 연결되는 복도를 통해 지붕 밖 테라스로 나갈 수도 있다. 지붕 테라스 반대쪽에 있는 주방 테라스에는 외부로 1층까지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을 설계했다. 

3 계단 아래는 간단하게 커피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간이 주방을 마련했다. 4 침실 한쪽 귀퉁이에 아내를 위한 서재를 만들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남다른 센스가 돋보인다. 5 두 아들 방의 침대는 제작한 것. 침대 위쪽으로 비밀 통로를 내 2층 작은 방과 이어지게 했다. 6 다락방과 2층 발코니를 잇는 구름다리. 천고가 높은 단독주택만의 특권을 잘 살린 부분이다

한편 1층보다 높이가 두 배 높은 2층에는 아내의 오랜 로망인 박공지붕 모양의 다락방을 만들었다. “다락방은 볕이 잘 들고 따뜻해요. 제가 그림과 사진을 좋아해 명화나 미술 서적을 읽거나 카메라를 손보기도 합니다. 친구들이나 손님을 초대하는 날이면 저녁 식사 후 다락에 모여 도란도란 어른들만의 2차를 즐기는 데도 안성맞춤이지요”라는 것이 부부의 소감이다. 다락방에는 지붕 옆 2층 옥상 테라스로 건너갈 수 있도록 구름다리를 만들었다. 조성익 소장은 “브리지는 기능적으로도 어떤 방이라 이름 지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작은 면적이지만,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을 때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인 만큼 재미있는 경험을 압축적으로 넣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삼각 지붕 아래 좌식 테이블과 리클라이너로 꾸민 다락방에서 부부는 각자의 취미 생활을 즐기며 힐링한다.
1 2층 부엌 쪽에서 바라본 거실. 박공지붕 천장과 아치형 프레임으로 이 집의 독특한 구조가 한눈에 느껴진다. 2 지붕과 몸체가 분리된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외관. 3 삼각 지붕 아래 야외 발코니를 만들었더니 부부의 오붓한 공간이 완성됐다.
집의 마감 또한 독특하다. 박공지붕 모양의 천장은 에폭시로 마감했다. 대개 벽지와 페인트로 마감하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던 부부는 상업 공간에서 흔히 적용하듯 천장을 노출하고 에폭시로 마감해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으로 꾸몄다.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반영하면서 비용도 많이 절약한 부분이다. 또 집에 재미있는 색을 적용했다. 1층 가족실에는 짙은 청록색을, 2층 부엌 벽면은 붉은색으로 칠한 것. 많은 면적을 할애해서 집에 색을 더하려고 하기보다는 화장실에 들어서 자마자 마주친 벽과 같이 시선이 머무르거나 주목할 수 있는 벽면에 색을 더해 악센트를 주었다.“맞벌이 부부이기에 여가 시간이 더 소중해요. 그래서 그동안은 아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다니곤 했어요.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주말마다 캠핑을 할 만큼 남부럽지 않게 다녔지요. 하지만 이 집에 온 뒤로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확연히 많아졌어요. 평일에는 대개 1층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2층 거실에서 식사를 하고, 다락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즐거운 집’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TRU 건축사사무소 조성익 소장
은 서울대학교와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서 도시 계획 자문을 맡고 있다. TRU 건축사 사무소(02-635-2227)를 운영하며 살림살이가 계속 추가돼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생활감 있는’ 집을 짓는다. 





손지연 기자 사진 김동오 디자인과 시공 TRU 건축사사무소(02-635-2227, www.tru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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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