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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콘크리트 하우스 자연스러운 콘크리트의 매력
‘환경친화적’ 콘크리트 건축물은 어떤 모습일까? 인구밀도가 높은 도쿄 한가운데 자리한 이 집은 회색 콘크리트로 안팎을 둘러싸고, 100% 재활용 가능한 신소재를 사용했으며, 구조적으로도 자연 풍경과 빛을 집 안 가득 품고 있다.

1층에 만든 다다미방은 일본 전통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공간. 부부는 이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눈다. 공간을 정방형으로 만들었으며, 문을 닫으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1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2층 주방. 주방 조리대와 작업대를 일자로 배치하고 앞쪽 선반에 바 형태의 테이블을 두었다. 테이블 벤치에는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2 부엌 바로 옆에는 집 안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나선형 계단이 자리한다. 층계가 서로 이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벽에 시공되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홋카이도 물의 교회, 나오시마 현대미술관 등으로 1995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노출 콘크리트의 매력은 부각되기 시작 했다. 노출 콘크리트가 주목받으면서 이 소재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카페나 호텔 같은 상업 공간에는 물론이고 집 외관과 내부까지 점령한 것.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를 잘 살리면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으며, 원목 가구나 빈티지 철제 소품과 매치하면 세련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공법이 까다로우며 단열과 환경호르몬 문제, 관리 등의 이유로 주거 공간에 노출 콘크리트를 적용하는 것에는 이견이 많다.

그런데 작년 가을, 이러한 문제점과 걱정을 잠재운 집이 일본 도쿄 한가운데에 우뚝 들어섰다. 일본 건축사 사무소 아틀리에 데쿠토Atelier TEKUTO가 지은 이 집은 화학자 출신으로 건축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신혼부부 건축주가 요구한 “노출 콘크리트로 안과 밖을 장식한 집”을 그대로 실현한 공간이다. 아틀리에 데쿠토는 이들의 요구를 반영해 ‘각’ 잡힌 모양의 노출 콘크리트 집을 완성했다. 그들이 집을 설계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자재 조사였다. 그 후 이 집은 2년 반이 지나서야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건축가, 신소재 개발자가 되다
이 집에 사용한 콘크리트는 일본 남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산재인 시라스shirasu를 섞은 것으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다. 내구성이 좋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도가 높아지는데, 그것은 시라스가 포졸란 반응(pozzolanic reaction)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포졸란 반응이란 어떤 물질이 단독으로 물과 만났을 때에는 경화하는 성질이 없지만, 석회와 수중에서는 반응해 경화하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화산재나 산성 백토, 규조토, 플라이애시 등이 많이 보이는 성질을 말한다. 또 시라스는 입자가 딱딱하고 밀도가 높아 콘크리트가 중성화되지 않는데다, 내부의 습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해주고 탈취 기능이 있는 입자(세포에 가까울 만큼 작다)를 함유해 환경적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재료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시라스 콘크리트에 대해 아틀리에 데쿠토 유미 고리Yumi Gori 는 “친환경 재료인 시라스 콘크리트는 아틀리에 데쿠토에서 개발한 소재입니다. 도쿄 대학교, 시라스 제조업체와 공동 개발했으며 콘크리트 공장과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집은 전 세계적으로 시라스 콘크리트를 사용해 완성한 첫 번째 건축물이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집을 시공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이야기했다. 시라스가 일본 공업 표준화법인 지스JIS(Japanese Industrial Standards)보다 작고 가벼우며, 모래보다 수분을 많이 함유한 것 등 건축 기준법에 맞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1년 이상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 재료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결국 이 건축물에 대한 장관 승인을 받았다. “콘크리트 자체가 단단하기 때문에 집 전체 분위기도 날카로운 인상입니다. 하지만 시라스 콘크리트의 탈취 효과 덕분에 개인적으로 ‘냄새 없는 새 집’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아틀리에 데쿠토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기에 이 집은 저희의 마스터피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는 것이 유미 고리의 소감이다.

3 1층에서부터 5m나 되는 천고와 비스듬히 설계한 큰 창이 시선을 분산해주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 3층 침실. 4 지하에는 부부의 취미 생활인 음악 감상,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오디오룸을 만들었다. 소리를 즐기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 5 욕실 또한 이 집의 주재료인 시라스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천장 위로 창을 내 자연스러운 빛이 고스란히 들어오도록 디자인해 건축주 부부의 만족도가 높은 공간이다.
작지만 쾌적한 집
대지 면적 66㎡(약 20평)라는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위로 쌓아 올려야 했다. 건축가는 도쿄라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을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높은 건축물에서 거주자가 자연의 광활함을 느끼고, 하늘과 맞닿을 수 있도록 ‘각’을 활용했다. 콘크리트 건물의 코너 부분을 깎아 삼각형 모양으로 창문을 낸 것. 바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재미있는 점은 집의 전체 부피로 따져보았을 때는 이러한 요소가 실내 공간을 좁게 만든 셈이지만, 역설적으로 실내를 더욱 쾌적하고 널찍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집은 총 4층으로 이루어졌지만, 밖에서는 그 층간을 쉽사리 구분할 수 없다. 나선형 계단이 집 중앙에 자리하는데, 층계가 서로 이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벽에 시공되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계단은 건축 공간에서 유일하게 입체적 조형물인 만큼 건축가의 디자인 능력이 마음껏 발휘된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철제 핸드레일을 잡고 콘크리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벽사이에 기하학 형태의 창문을 간간이 배치해 낮 동안 집 안 전체에 빛이 고루 들어오도록 했다. 내부를 콘크리트로 마감했지만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집의 모서리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이다.

1 주방, 다이닝룸, 거실, 욕실 등 기능적 공간을 한데 배치해 완성한 2층 공간. 주방 옆으로 거실장과 TV를 설치해 거실을 연출했다. 2 건축가는 이 집의 대지 면적이 좁은 만큼 건물을 위로 높게 쌓아 올린 뒤 건물의 각마다 창을 내 외부 풍광을 끌어들였다.
부부는 지하에 취미 공간의 일환으로 오디오룸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볼륨을 높여 음악을 즐기거나 영화 감상을 하곤 한다. 1층에는 일본 전통 느낌을 살린 다다미방과 갤러리를 두고, 2층에는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 욕실 등 기능적 공간을 한데 몰았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2층. 주방 조리대와 작업대 앞에 테이블과 벤치를 두었는데, 테이블이 놓인 벽에 선반을 만들어 그릇과 컵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용품은 벤치 아래에 수납할 수 있다. “콤팩트하고 기능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주방”이라는 아내의 극찬만으로도 부부의 만족도를 짐작할 만하다. 3층에는 침실과 여분의 방을 만들었다.

이렇듯 필요한 공간은 다 들어갔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는 것이 이 집의 핵심! 건축가는 5m나 되는 천고와 비스듬히 설계한 큰 창이 시선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이 집에 들어서면 마치 내가 콘크리트 안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게다가 거실의 천고가 높으니,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지요. 특히 욕실에 있을 때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채광이 그야말로 완벽합니다”라며 자신이 원하던 콘크리트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내의 소감은 단 한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남편이 드디어 집 청소를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디자인과 시공 아틀리에 데쿠토Atelier TEKUTO(www.teku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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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제레미 소테이라트Jeremie Souteyrat, 도시히로 소바지마Toshihiro Sobajima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