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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실질적 레노베이션 즐거운 인생
취향이 확고한 집주인의 까다로운 집 짓기가 진행됐다. 허투루 채우는 게 아닌, 진심으로 고민하고 결정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생활 디자인’ 사례.

나한테 딱 맞는 옷처럼 자신만의 취향과 편리한 기능을 만족시키는 생활 공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정원까지 시니어를 위한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가득한 성북동 주택.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기분 좋은 시니어 라이프를 즐기는 박미선 씨 부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닌 오롯이 부부만을 위한 쉼터를 완성했다.
성북동 언덕길, 회색 벽돌로 마감한 3층 주택. 오랜 이민 생활을 마치고 7년 전 귀국한 박미선 씨 부부는 1년 전 이 집을 신축했다. 언덕의 좁고 길쭉한 땅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테라스, 중정, 선큰 등 개방감이 느껴지는 구조를 활용한 설계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이 집의 고유한 개성을 완성한 데는 안주인의 꼼꼼한 공간 구성과 기능을 우선한 인테리어가 일등 공신. 시니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실질적 인테리어 팁이 가득하다.

화강석으로 상판을 마감한 커다란 아일랜드는 이 집의 자존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방 가구는 무광 화이트를 선택하고 다이닝 체어는 투명한 루이고스트 하이 체어를 매치해 시선이 아일랜드에 집중되도록 했다. 
늘 입는 ‘평상복’ 같은 집을 짓다
은퇴 후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싶었다는 부부는 제주, 양평 등을 거치며 정착할 곳을 찾다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성북동의 고즈넉한 풍경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이 대형 평수고, 땅 역시 큰 평수뿐이라 인연이 닿는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정원이 있는 방배동 빌라에도 살아보고, 또 양평 전원주택에도 살아봤지만 어딘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어요. 성북동은 도심이면서도 시골 같았고, 자연이 가까우면서도 조금만 내려가면 식당, 시장, 대중 교통까지 도심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죠. 1~2년쯤 기다리니 90평 남짓한 좁고 길쭉한 땅이 나왔고, 땅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우리 생활에 딱 맞는 집을 지어보자 결심했지요.”

1 남편의 애장품들이 모여 있는 보물 창고. 가족사진, 여행의 추억이 깃든 오브제, 좋아하는 책과 CD, 카메라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두 면에 선반장을 짜 넣었다. 나란히 붙어 있는 화장실과 파티션처럼 문을 이동해 함께 쓸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2 주방에서 복도 너머로 거실과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빨간색 하트 콘 체어와 7m 높이의 긴 커튼이 확실한 포인트가 된다.

우리가 사는 집은 대부분 규격화된 건물이다. 옷으로 치면 기성복으로 일정한 규격과 형태에 각자의 삶을 적당히 끼워 맞춘다. 간혹 맞춤 양장처럼 완벽한 개인의 취향으로 무장한 집에 사는 이도 있다. 미국에서도 직접 집을 짓고 살았던 만큼 일찍이 주거의 중요성을 깨달은 부부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기성복도 맞춤복도 아닌, ‘평상복’ 같은 집이다.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아무 데서나 기댈 수 있고, 각자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는 집.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집의 규모나 방의 크기 같은 물리적 내용 외에도 그 집에서 자신이 가장 오래 머물 공간이 어디인지 생각해야 한다. 새로 집을 지을 때, 설계만큼 공간 구성과 실내 인테리어가 중요한 이유다.

“저희 부부는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것이 일상이에요. 남편은 요리를 하면서 이야기 나누길 즐기기 때문에 주방에 커다란 아일랜드를 설치하는 것은 필수였죠. 또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자그마한 중정이 있으면 바비큐 등 아웃도어 다이닝을 즐기기 편리해요. 중정과 테라스에는 관리하기 힘든 잔디 대신 타일로 마감하고 작은 화단을 설치했고요. 90평 남짓한 땅에 용적률이 40%밖에 안 되지만 집이 실제보다 커 보이는 이유는 바로 공간 곳곳을 비워주는 야외 공간 덕분이에요.” 용적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공간에 개방감을 주기 위해 중정, 테라스, 선큰 등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야외 공간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부부. 설계를 맡은 플라건축사사무소의 박현철 소장은 집의 각도를 약간 트는 기지를 발휘해 좁고 긴 부지의 시각적 단절감을 없앴다.

위층 부부 침실. 매트리스 옆면과 이불을 전체적으로 덮어주는 아사 레이스 커버를 준비해 늘 침실을 단정하게 정리하면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쳐도 당황할 일 없고, 청결한 잠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창문 밖으로 나뭇가지가 살짝 보이는 그림 옆에 실제 화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다른 ‘각’의 즐거움
집은 전면에서 바라봤을 때 2층, 3층, 옥상으로 구성. 전면에서는 1층이지만 지하로 규정되는 집 아래 유휴 공간은 상업 공간으로 임대할 수 있다. 2층, 즉 집의 1층에는 테라스, 거실, 중정, 주방 그리고 지하에서 연결되는 선큰 구조의 대나무 정원이 나란히 자리하고, 2층에는 침실과 욕실 등 개인 공간이 자리한다. 옥상에는 게스트룸과 자그마한 루프톱이 있다.

이 집의 자유분방함은 현관 입구부터 시작한다. 벽이 틀어져 있으니 계단도 비스듬하게, 현관문도 약간 틀어져 개성 있는 조형적 구조가 완성됐다. 단, 비스듬한 구조는 건축적으로 재미있는 긴장감을 만들어주지만 가구를 배치할 때는 다소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거실의 경우, 양쪽으로 정원이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벽은 단 하나. “벽에 커다란 작품을 걸고, 소파를 마주 보게 배치했어요. 거실 자체만 보면 넓은 공간이 아닌데, 양쪽이 모두 야외 공간이라 그런지 시각적으로 전혀 답답하지 않아요.”

좁고 긴 부지를 상징하는 쭉 뻗은 복도 라인과 높은 천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7m 높이의 계단실은 집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요소. 주방은 널찍한 아일랜드와 미니 주방, 저장고를 구성한 다용도실, 사용해보고 엄선한 가전 기기까지 디자인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크기가 1250×2400×930mm인 아일랜드는 화강석 상판으로 마감했다. 박미선 씨는 마음에 드는 상판을 찾기위해 경기도 일대 돌 공장을 열 군데도 더 돌아다녔단다. 주방 가구를 먼저 주문 제작한 후 현장에서 화강석 통판을 절단해 고정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만족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화려한 문양 덕분에 얼룩이 생겨도 티가 나지 않고 또 하얀 주방 가구 속에서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주방 다음으로 가장 힘준 공간은 욕실.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용도를 넘어 반신욕 등 힐링을 책임지는 공간인 만큼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창문도 달고 마감재나 도기, 수전 등도 신경 써서 골랐다.

1 아일랜드 조리대 맞은편으로 6인용 식탁을 두었다. 크리스털 샹들리에 조명등과 앤티크 프레임 거울이 공간에 화사함을 불어넣는다.
2 창문 너머로 대나무 정원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건식 욕실. 수전・거울 등의 디테일에 힘을 줬다. 

“집을 지을 때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생각해보면 집의 수명이 훨씬 길잖아요. 우리 이후의 삶, 집을 팔거나 임대할 것을 대비해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보편성을 지니는 것도 중요하죠. 변화하는 가족 구성에 따라 방의 개수를 굳이 늘리지 않고(게스트 룸을 포함해 방이 세 개다), 마감재는 최대한 견고하고 무난한 것을 고르되 색을 많이 쓰지 않은 이유예요.”

대신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구와 소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장식품과 미술 작품 등을 데커레이션해 개성을 더했다. 거실의 대형 작품은 뉴욕에 살 때 구입한 일본 작가의 회화로 벚꽃을 형상화한 듯한 잔잔한 패턴이 소파에 매치한 쿠션과 조화를 이루며 포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소파 쿠션은 제작한 것. 마음에 드는 빅 쿠션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 스카프 원단 두 장을 붙여 만들었단다.

커튼과 베딩 역시 전문 업체의 견적이 너무 높아 동대문 시장에서 직접 원단을 구입해 제작한 것. 7m 높이의 계단참에 설치한 커튼은 롤 원단으로, 거실의 리넨 커튼은 수입 리넨과 국산 속지를 매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1 폭이 좁고 길쭉한 부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쭉 뻗은 복도 라인과 위층, 중정까지 구조미가 돋보이는 이 집의 뷰 포인트. 나비를 표현한 오렌지색 회화 작품이 공간에 확실한 포인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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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과 거실 사이 중정. 벽돌집이지만 모던해 보이도록 벽돌의 울퉁불퉁한 면을 매끈하게 정리한 후 창문에 먹색 공틀을 설치했다. 

살림이 편리한 디자인
테라스와 중정, 대나무 선큰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1년 내내 푸르다는 것. 우리나라는 겨울이 추워 꽃과 일반 과실나무를 심으면 겨울에 황량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송학, 대나무, 아이비 등을 식재해 언제나 ‘그린’을 즐길 수 있다. 또 테라스 한편에 연못을 설치하니 매일 아침 물소리에 새소리까지 더해져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원의 수종과 연못은 남편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어요. 집을 짓다 보면 매 순간 선택하는 일의 연속인데, 이때 남자와 여자 역할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 남자가 큰 그림을 본다면 여자는 디테일을 챙기는 식으로요.”

조리대 상판을 벽면까지 연결해 붙이는 시공법, 냉장고와 조리대 사이의 간격과 쿡탑 위치, 보조 주방의 동선 등은 박미선 씨가 평소 살림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적용한 것. 행주나 걸레를 빨기 좋은 벽걸이형 미니 세탁기를 보조 주방에 설치하고 하부장 틈새 공간에 도마를 수납할 수 있는 서랍을 끼워 넣는 등 주방 곳곳에서 찾은 세심한 아이디어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부엌살림을 즐겁게 하기 위한 살림의 지혜다. “이제 저희는 뭔가를 새로 살 때가 아닌 정리할 때죠. 집을 짓고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몇 번이고 신중하게 생각했어요. 중정과 옥상 정원의 테이블은 집 짓고 남은 벽돌을 활용해 만든 거예요. 을지로에서 벽돌을 감싸는 박스를 짠 뒤 그 위에 돌 상판을 올려 간단히 완성했죠. 봄가을에는 중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길상사에서 저녁 6시가 되면 종을 치는데, 마치 알람처럼 종소리가 울리면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해요.”

정리 정돈도, 인테리어도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박미선 씨. 어쩌면 주부란 ‘집’이란 드라마를 제작, 총괄하는 프로듀셔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쌓여가며 얻은 지혜와 경험과 감각으로 반짝이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드는 프로듀서. 취향과 편리한 기능을 만족시키는 생활 공간,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정원 라이프까지… 시니어의 즐거운 인생을 담은 한 편의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됐다.

기분 좋은 생활을 위한 인테리어 팁

1 기능에 맞는 가전으로 살림을 간편하게 아일랜드 조리대의 쿡탑과 조리대에 빌트인으로 설치한 키친에이드의 바형 후드는 모두 직구로 구매한 것. 키친에이드 바형 후드는 순식간에 냄새를 빨아들여 냄새가 강한 음식이 많은 한국 식생활에 잘 맞는 제품이다. 오븐은 전자레인지 겸용 제품으로, 다용도실에는 간단한 빨래를 할 수 있는 미니 세탁기를 설치하는 등 가전제품은 모두 필요한 기능에 따라 선택했다. 빌트인 가전은 주방가구를 주문할 때부터 미리 계획해야 차후 설치하는 데 문제가 없다.

2 간단한 DIY로 필요한 가구 만들기 사실 야외 가구는 소모품이다. 옥상 정원과 중정에 둔 야외용 테이블은 집을 지을 때 남은 벽돌을 쌓아 겉면을 철판 프레임으로 감싸 만든 것. 테라스에 있는 플라스틱 암체어와 야외용 LED 조명등은 이케아 제품.



3 옷 고르듯 패브릭 스타일링 옷을 믹스 매치하듯 패브릭을 믹스 매치하면 공간이 훨씬 스타일리시해진다는 사실. 리넨, 실크 등 수입 원단은 동대문 시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7m 높이의 커튼은 롤 원단으로 제작할 수 있다. 단, 커튼을 제작할 때는 주름을 충분히 넣을 수 있도록 가로 사이즈보다 1.5배 넓은 크기로 원단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90×90cm 사이즈의 빅 쿠션을 제작할 때는 스카프 원단을 활용하면 좋다.

4 사계절 그린 라이프 넓은 정원이라도 겨울이 되면 삭막한 풍경을 자아내기 쉽다. 또 나이 들어서는 정원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 중정과 테라스에 잔디 대신 돌을 깔고 늘 푸른 소나무와 아이비, 대나무 등을 심어 도심 속 그린 라이프를 즐긴다는 부부. 테라스 한 편의 작은 연못은 자연의 소리까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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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