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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다가구주택 우리만의 '진짜' 신혼집을 짓다
여러 채의 신혼집 디자인과 시공으로 뜻하지 않게 ‘예행연습’을 해온 817디자인 스페이스의 임규범 실장. 그간 쌓인 내공과 마음에 품고 있던 자신의 신혼집에 대한 꿈을 담아 망원동에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부모님과 살던 집은 헐고 그 자리에 건축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까지 817디자인스페이스가 전담해 진행한 1호 건축 프로젝트.

1 신발장과 벽을 구로 철판으로 마감해 독특한 질감이 돋보이는 현관. 안쪽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붙였는데, 매달 부부가 여행한 곳을 기록한다.
2 일자형 집의 왼편에는 소파 대신 빈백을 두어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낮에는 창문 너머 햇살과 망원동 풍경을 감상하다가, 저녁이 되면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감상한다. 

작년 10월 결혼식을 올린 임규범 실장은 신혼집을 마련하기에 앞서 기로에 섰다. 2002년부터 살던 부모님 집이 낡아 깨끗한 집으로 옮겨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인원이 늘어난 회사 사무실 또한 재정비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내 심호경 씨와 함께 지낼 신혼집도 꾸며야 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것저것 합리적으로 따져보니 건축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까지 전담해 건물을 한 채 새로 짓는 것이 가장 명쾌한 해결책이었다.

대지 면적이 132.23㎡(40평)에 용적률이 약 198%인 이 건물의 1층은 아내가 운영할 카페 겸 식물 숍으로, 2층은 817디자인스페이스의 사무실로, 3층은 또 다른 신혼부부에게 임대한 상태. 여기에 4층은 방이 두 개인 부모님 댁, 5층은 56.19㎡(17평) 크기의 신혼집으로 그야말로 ‘알차게’ 구성했다.

1 식탁 옆 2층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 아래쪽은 모두 수납장을 설계했는데, 낮은 칸에는 작은 잡동사니를 넣고, 가장 위쪽 칸에는 길이가 긴 바지와 원피스 등을 걸어두었다. 
2 저녁마다 빔 프로젝터를 쏘아 부부만의 로맨틱한 영화를 즐기는 공간. 
3 부부의 활동 반경을 고려해 침대 바로 옆에 스위치를 설치했다. 누워서도 불을 켜고 끌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부부의 하루를 녹여낸 다이닝 공간
임 실장 부부의 신혼집은 유난히 길고 좁은 데다 따로 방을 구성하지 않은 원룸이면서 복층 형태다. “집이 좁으면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4층 부모님 댁처럼 56.19㎡(17평) 공간을 용도에 따라 드레스룸, 침실, 부엌 등으로 분할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굳이 일반 집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친구들을 집에 부르거나 손님을 초대하기 좋아하는 임 실장 부부는 ‘다이닝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부엌과 다이닝룸의 구조가 관건이었어요. 싱크대를 일자로 둘까 기역 자로 둘까? 만일 기역 자로 둔다면 하나의 오브제처럼 디자인해서 집에 포인트를 줄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임 실장은 고민한 끝에 평소 관심 있게 본 소재인 구로 철판으로 마감한 일자형 수납장을 떠올렸다. 주방부터 거실까지 이어지는 열일곱 칸의 멀티 수납장을 짜 넣으면 양옆 공간은 조금 줄어들더라도, 탁 트인 개방형 다이닝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 수납장은 안쪽을 합판으로 제작하고, 상판과 겉면은 구로 철판으로 마감했다. 아내 심호경 씨는 “저는 인테리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어요. 주방 살림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공간 정도만 요구했죠. 남편이 그동안의 경험과 기대치를 살려 해보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습니다”라며 벽면 깊이에 맞게 구입한 소형 냉장고 또한 남편이 직접 고른 혼수라고 했다.

4 침대와 조명등으로만 꾸민 아늑한 침실. 뒤쪽으로 보이는 흰 벽은 작은 창고로, 자질구레한 용품을 보관한다. 이곳저곳 수납공간을 알차게 구성한 것이 이 집의 포인트다. 
5 드레스룸 안쪽에는 벽 한 면을 전신 거울로 마감해 기능적 면과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꾀했다. 

블랙&화이트를 전체 콘셉트로 하되, 그 속에서도 다양한 질감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어 고른 것이 구로 철판. 물론 불편함도 있다. 대개 구로 철판은 위에 코팅을 하듯 투명한 도료를 한 겹 칠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칠이 벗겨지기 마련이다. 직접 구로 철판을 선택한 임 실장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광택제를 바른다. “아내가 가끔 하자 보수 신청을 해요.(웃음) 개수대나 작업대와 같이 물이 직접 닿는 부분은 더 자주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죠”라는 것이 임 실장의 설명이다. 침대를 놓은 13.22㎡(4평)의 위층과 멀티 수납장 사이로 묵직한 통원목 식탁을 두어 다이닝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2.4m 길이의 호두나무 상판에 제작한 다리를 붙여 만든 이 식탁은 부부가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낮에는 차를 마시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고, 한가할 때에는 책도 읽을 뿐 아니라 저녁에는 와인도 즐긴다. 특히 4m 층고 덕에 쾌적한 느낌을 주는 데다 벽면에 경사지게 창문을 내 해가 잘 든다. 다이닝 공간을 이 집의 거실처럼, 작업실처럼, 서재처럼 사용하는 셈이다.

1 창문은 부부의 시선을 고려해 공사 과정에서 각도와 높이를 다시 조절할 만큼 임규범 실장이 신경 쓴 부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피겨를 진열해놓은 창틀 너머로 각양각색의 지붕이 보인다. 
2 부부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다이닝 공간. 때로는 거실처럼, 작업실처럼, 서재처럼 200% 활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납공간
식탁 뒤쪽으로는 냉장고와 소형 가전, 주방용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긴 벽면을 따라 장을 짜 넣었다. 손잡이를 따로 달지 않아 흰색으로 도장한 벽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터치형 문이다. 장 뒤쪽으로는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지대 삼아 알찬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안쪽 삼면의 한 부분을 전신 거울로 마감해 기능적 면과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꾀했다. 계단 아랫부분 또한 놓치지 않았다. 구로 철판으로 마감한 하부장을 연출한 것. 가장 위쪽 칸부터 길이가 긴 순서대로 원피스, 바지, 생활용품 등을 수납했는데 역시 터치형 문을 달아 매끈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위층은 천장 높이가 다소 낮지만 그래서인지 더 아늑하다. 특히 침실에 앉아 있노라면 경사진 창을 통해 햇살이 내리쬐고 바깥 풍경이 어스름하게 보이는데, 매일 아침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했다. 침대 옆쪽으로도 창고 역할을 하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여행용 캐리어, 두루마리 휴지, 가습기 등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살림살이를 정리해놓았다.

1 구로 철판으로 짠 긴 일자형 장 안쪽은 생활용품으로 가득하다. 개수대와 작업대에 가까운 곳엔 그릇과 주방용품을, 먼 곳엔 욕실용품이나 청소 도구 등을 수납했다. 
2 2층 침실 때문에 천고가 낮아진 욕실. 내부는 작은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해 집의 다른 부분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한편 욕실은 바닥과 벽, 천장을 모두 하얀색 모자이크 타일로 연출했다. 침실 아래쪽이라 여느 일반 집에 비해 천장이 낮기 때문에 사면에 같은 타일을 시공해 시선을 분산시키고,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한 것. 샤워 부스 맞은편은 조그맣게 세탁기와 보일러실을 설계하는 등 요목조목 빠짐없이 공간을 계획했다. 저녁마다 TV 대신 설치한 빔 프로젝터로 영화 감상을 즐기곤 한다는 임규범ㆍ심호경 부부. “여느 집 거실보다 부족한 점 없는 ‘우리’만의 거실을 만들었고, 여느 집 주방보다 더 많은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멋진 주방을 만들었습니다. 의견 차이 없이 마음을 합하여 지은 집이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또 편히 쉴 수 있는 ‘우리’ 부부만의 공간이지요. ‘진짜’ 신혼집이란 이런 집을 이르는 것이 아닐까요?” 

문의 817디자인스페이스(02-712-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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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