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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건강 주택 기능과 아름다움의 경계에 집을 짓다
아파트, 타운 하우스, 주상 복합, 단독주택을 거치며 다양한 주거 공간을 경험한 건축주는 셋째 아이를 가지며 ‘건강한’ 집을 직접 짓기로 결심했다. 고단열・고기밀 주택으로 난방 에너지 사용량은 줄이고, 천연 자재를 고르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게다가 기능과 미를 동시에 잡기 위해 건축가와 시공사도 직접 섭외했다.

마당과 주방으로 꾸민 널찍한 1층 공간. 아이들은 좌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공부를 하거나 간식을 먹는다. 
엄마 손이 많이 가는 여덟 살, 여섯 살, 세 살 아이를 둔 건축주 권우성・박소연 부부는 목조 주택이던 이전 집에서의 좋은 기억이 계기가 되어 집을 짓게 되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던 세 아이의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 터라 목조 주택의 효과를 피부로 절감했다. “건강한 주택에 살아야겠다고 깨달은 후 공부를 시작했어요. 목조 주택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 마감재와 자재 하나하나까지 모두 천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더라고요. 대개 집을 지을 때는 으레 친환경 페인트나 마루 등을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친환경과 천연은 엄연히 다르거든요.” 부부는 ‘건강 주택’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굳혔다. 발품을 팔아 자재를 보러 다니며 친환경 건축자재 전문 업체와 사단법인 한국패시브건축협회(www.phiko.kr)에 시공사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남편과 달리, 처음에는 사실 건강 주택보다는 예쁜 집에 눈이 갔어요. 막상 내 집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실용성이나 기능도 중요하지만 미적 부분을 포기하기 어렵더라고요”라는 아내 박소연 씨는 기능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다며 건축가와 시공사를 직접 섭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1 창문에 외부 차양을 달아 에너지 절감 효과를 꾀했다. 내부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2 아내는 집 안 화장실을 모두 각기 다른 콘셉트로 데커레이션했다. 빈티지 타일과 앤티크 거울로 꾸민 1층 화장실. 

경험을 토대로 지은 집
건축주 부부와 만난 시공사는 풍산우드홈. 패시브하우스건축 협회에서 1백75번째로 인가한 곳으로, ‘패시브하우스’로 인정한 주택 50채 중 15채를 지은, 최다 실적을 보유한 시공사다. 풍산 우드홈 김창근 대표는 “20년 가까이 집을 지었지만, 판교 내에서도 다른 집과는 비교가 될 만큼 구조가 독특한 집입니다. 본디 철근 콘크리트로 설계한 집을 목구조로 바꾸었는데, 면적이 넓은 1층과 경사 지붕, 평지붕을 혼합한 형태이기에 일반 목구조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었지요”라며 경량 목재와 중 목재, 철골 부재를 더한 독특한 집 구조를 설명했다.

총 287.6㎡(87평), 3층 높이의 이 집은 1층에 거실 대신 주방을 배치했다. 대형 식탁과 좌식 공간을 마련해 마치 카페처럼 주방을 오픈한 것. 덕분에 아이가 따로 유아용 의자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줄이고,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판교 동네의 특성도 고려한 부분이다. 주방 맞은편에는 6m 높이의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 마당을 훤히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마당과 연결된 덱은 건축주의 경험을 십분 반영해 나무 대신 대리석을 깔고 처마를 길게 뺐다. 궂은 날씨에 덱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3, 4 중정을 두니 집 안 구석구석까지 햇볕이 잘 들고, 환기도 잘된다. 중정과 맞닿은 가족실에 화목 난로를 설치해 아늑한 느낌이 든다. 
한편 하루의 70~80%를 보내는 1층에서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나면 가족은 모두 2층으로 올라간다. 벽난로와 중정이 있는 2층은 가족실 콘셉트로 구성했는데, 다른 층에 비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모두 중정과 외부 차양 장치(EVB) 덕분이다. “집 안에 중정을 들이면 채광과 환기가 잘되고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내부 공간을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지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중정을 계획하며 동선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중정을 가운데 두고 왼편에는 벽난로가 있는 가족실을, 오른편에는 욕실과 드레스룸을 배치했지요. 여름에는 중정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한 후 바로 샤워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 집의 설계를 맡은 노드플랜 이형진 소장의 설명. 집 안에 중정을 들이면 냉난방비가 많이 나올 수 있기에 로이 유리(Low-Eglass: 유리 표면에 금속산화물을 얇게 코팅해 열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 3중 시스템 창호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3층 다락방과 이어지는 가족실 창문에는 외부 차양을 설치했다. 외부 차양은 말 그대로 창문 밖에 설치하는 블라인드를 일컫는 말.

풍산우드홈의 김창근 대표는 “내부 차양이 약 25%의 열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에 비해 외부 차양은 약 75%를 차단하는 효과를 냅니다. 실내로 태양 복사열이 유입되기 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여름 냉방비를 절약하는 데 효과적입니다”라며 이 집에 적용한 친환경 저에너지 요소를 언급했다.

1, 2 중정과 나란히 배치한 욕실과 드레스룸. 모든 욕실의 천장에는 히노키를 사용해 천연 삼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건강 주택을 뒷받침하는 기술
세 아이의 건강을 고려한 이 집은 친환경, 에너지 절약 요소를 적용한 ‘건강 주택’이다. 패시브건축협회의 인증을 받지는 않더라도 구조적으로 패시브하우스의 개념과 기능을 차용하고자 건축주는 설계사와 시공사를 직접 섭외한 것도 모자라 독일에서 설계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국내에 올바른 패시브하우스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활동 중인 건축가 홍도영에게 별도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먼저 일반 단독주택에 비해 단열은 두 배, 기밀은 여섯 배로 늘린 고단열・고기밀 주택으로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했다. 이것의 실현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열 회수 환기장치. 이 장치는 외부의 열과 공기를 차단하는 고단열・고기밀 주택에 신선한 외부 공기를 공급 한다. 단순한 환기 기능을 넘어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을 때 실내 공기에 포함된 열에너지를 함께 교환・전달해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고 이산화탄소량도 자동으로 조절 해주는 것. 이 때문에 패시브하우스는 물론, 최근에는 아파트나 사무실에까지 장착하는 추세다. 한편 남향 지붕에는 3KW/h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한 달에 약 300~400KW의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사용하도록 했다. 또 독일에서 수입한 원목 바닥재, 천연 건축자재인 규조토와 아우로 천연 페인트, 욕실에 시공한 히노키 등 마감재는 물론, 제작 가구의 자재까지 모두 ‘천연’ 제품을 사용했다.

3 천연 자재에 관심이 많은 건축주는 집 안 방문은 자작나무, 2층 바닥에는 독일에서 수입한 참나무 마루를 시공했다. 벽에는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규조토와 아우로 천연 페인트를 사용했다. 4 아이들이 책을 읽는 3층 다락방 지붕에는 창문을 넓게 내 채광을 높였다. 
입주 전에는 에너지 계산 프로그램인 PHPP(Passive House Planning Package)를 통해 이 집이 실제로 얼마나 난방비 절감에 효과적인지, 습기와 곰팡이로부터 안전한지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설계사와 시공사 모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세심하게 마무리했다. 아내 박소연 씨는 입주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새 집 냄새는커녕 오랜 시간을 함께한 장소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집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건축가는 집 전체의 구조적 안정감과 디테일을 포함한 미적 요소에, 시공사는 단열이나 기밀 등의 기능적 요소에 집중하다 보니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만족스러운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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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박찬우 | 디자인 노드플랜(02-578-4556) | 시공 풍산우드홈(031-798-3898)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