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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맞는 집 하우스 레시피 문성광, 이계은 씨 가족의 오창 파노라마 하우스
지난겨울, 문훈발전소 문훈 소장이 재미있는 프로젝트 소식을 전해왔다. 네 명의 아이가 눈밭에 몸 도장을 찍으며 뛰노는 ‘행복이 가득한 집’. 이 짧고도 강렬한 메시지에 이끌려 찾은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의 파노라마 하우스는 교사 부부가 휴직을 감행하며 지은 집이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네 아이의 플레이 하우스.


현관문을 열면 노천 극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계단 형태의 서가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이 계단에서 숙제를 하기도,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한다. 왼쪽부터 아빠 문성광 씨, 둘째 소영이, 셋째 강민이, 첫째 나영이, 막내 강희 그리고 엄마 이계은 씨.

망사 스타킹을 입은 다세대 주택과 뿔난 황소처럼 생긴 펜션 ‘락있수다’를 만든 주인공, 튀지 않고는 못 사는 건축가 문훈 씨가 소개했기에 또 어떤 기상천외함이 담겨 있을까 내심 기대한 집, 충북 청원의 파노라마 하우스를 찾았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독특한 형태의 외관, 하지만 이 집의 진면목은 현관문을 여는 순간 펼쳐진다. 도서관 혹은 노천 극장인가! 2층으로 올라서는 나무 계단에 책이 가득 꽂혀 있다. 그리고 계단 사이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양팔 벌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들. 온종일 계단과 미끄럼틀을 오르락내리락 뛰노는 여섯 살 강민이는 지치기는커녕 손님의 방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왼쪽) 온종일 미끄럼틀에서 노는 아이들.
(오른쪽) 물고기 모양의 파노라마 하우스. 측면에서 보면 건물 부분부분의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어느 위치의 어떤 창에서나 다른 조망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심할 틈 없는 플레이 하우스
“결혼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 8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조용히 해”였지요.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또 내내 품어왔던 집짓기에 대한 로망을 현실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도 있어 3~4년 전부터 조금씩 터를 보러 다녔어요.” 아래층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 유년 시절 집을 떠올릴 때 추억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집을 꿈꾼 문성광, 이계은 씨 부부는 지난해 초 5년 동안 준비한 ‘집 짓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부부는 평소 집을 지어본 사람들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카페나 블로그 등 커뮤니티를 활용했는데 마침 땅콩 주택의 인기가 급부상했고, 땅콩 주택 카페를 통해 건축가 문훈 씨를 소개받았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욕망을 영감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모토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펼치는 문훈 씨의 작업이 마음에 들었다는 부부. 원하는 콘셉트는 분명했다. 아이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가족실을 두는 것. 가족실은 독서와 공부를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형태의 서가이길 바랐다. 문훈 씨는 편리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노천 극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계단 형태의 서가를 제안했다. 마침 수많은 책을 꽂아야 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꽂으니 공간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 노천 극장처럼 자유롭게 앉아 책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

건축노트
위치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 내 단독주택 필지
대지 면적 568.6㎡(172 평)
건축 면적 218.2㎡(66 평)
건축 구조 2층 목구조
외부 마감 스터코 플렉스, 스티로폼과 인슐레이션 이중 단열
실내 마감 바닥- 원목 마루, 벽-국산 무지 벽지, 계단- 글루램(낙엽송을 압착한 구조용 집성목)
난방 형태 LPG 가스(도시 가스로 전환할 수 있음)
설계 고려 사항 거실은 작고 주방은 크게, 주방 옆으로 장독대를 둘 수 있는 공간 필요, 도서관 형태의 가족실 원함, 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아이를 돌봐줄 할머니 방 필요
실내 평면 구성 침실, 가족실, 자녀 침실 2개, 게스트룸 1개, 화장실 2개, 다락방 마당 및 외부 공간 구성 게스트룸 앞 테라스, 주방과 연결된 미니 덱, 아이 방 침실과 연결된 작은 정원
공사 기간 2011년 8월 착공~ 2011년 11월 준공
시공 하우징 플러스
총비용 대지 구입비 3.3㎡에 70만 원, 시공비 3.3㎡ 당 4백50만 원


1 1층에 계단식 책장을 두기 위해 거실 겸 주방은 2층으로 올렸다. 매일 시끌벅적한 풍경을 자아내는 주방은 식탁 대신 좌식 테이블을 두어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2, 5 남자아이, 여자아이의 방을 나란히 배치하고 방 사이에 세면대와 샤워실을 구성했다.
3 계단 반대편 벽에 설치한 스크린은 가족만의 극장이 된다.

4, 6 복도 옆,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 칠판과 여섯 가족이 함께 쓰는 널찍한 책상을 마련했다.


네 아이의 꿈이 뭉게뭉게
1층 계단 옆에는 대형 칠판을 부착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할 수 있고, 계단 아랫부분에는 여섯 명의 가족이 한데 모여 공부할 수 있는 널찍한 책상을 놓았다. 책상 너머로 형제의 방과 자매의 방을 나란히 배치. 방과 방 사이에 화장실을 구성했는데, 세면대와 샤워기 모두 두 개씩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이가 많기 때문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방은 잠만 자고 숙제는 공부방에 모여 같이 하는 것이 좋죠. 책상을 같이 쓰니 모르는 게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가르쳐주니 과외 선생이 필요 없어요.” 처음에는 1층 아이들 방과 2층 안방이 멀어서 마음이 아팠다는 부부. 다행히 1층 아이들 방은 봉긋한 언덕이 파티션이 되어 길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언덕에 자그마한 나무를 심으면 아이들만의 전용 정원이 된다고. 아파트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단독주택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다음은 조망. 일부러 가장 높은 데 있는 터를 선택했을 정도로 전망을 중요하게 여긴 부부는 바깥 조망을 살릴 수 있는 집을 원했다. 문훈 씨는 거실과 주방, 가족실 등 주 생활 공간을 2층에 배치해 다른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충분한 전망과 채광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 크기와 모양이 다른 창 열 개를 전면에 만들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인연의 삼박자’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뒤 다양한 건축 자료를 모았어요. 빠듯한 예산, 난방비를 비롯한 관리비 또한 부담스러웠는데, 목조 주택이 그 해결책이었지요. 무엇보다 냉난방 효율성이 높으니까요. 지난 11월에 입주했는데 겨울 내내 보일러를 두 시간 이상 켠 적이 없어요. 그래도 하루 종일 온실처럼 따뜻한 태양열을 머금고 있답니다.” 문성광 씨는 설계할 때 계산기를 두드리며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목조 주택은 콘크리트 골조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친환경 목조 주택을 설계하는 전문 건축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문훈 소장 역시 목조 주택 설계는 처음 맡은 것으로, 현장 시공팀은 건축주 부부가 직접 수소문해 선정했다. 다행히 인근 청주 지역에서 목조 주택을 십수 년 지어온 회사를 찾아 시공을 의뢰했다. 폭은 좁지만 가로는 20m가 넘는 구조라 중간 중간에 힘을 받을 수 있는 보강재가 필요했는데, 이를 공간 곳곳의 내력벽으로 완벽하게 해결한 노하우가 돋보인다. 계단을 활용한 서가, 미끄럼틀, 열 개가 넘는 창문, 살짝 각이 틀어진 물고기 형태 등 건축가의 지극히 창의적인 설계 도면을 재미있어하며 불평 없이 차곡차곡 완성해 준 시공팀이 있었기에 석달간의 집 짓기가 성공리에 이뤄질 수 있었다고. 이처럼 집 짓기는 무엇보다 건축주, 건축가, 시공팀의 인연이 중요하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과 잘 맞는 건축가와 현장 소장을 만나 차질 없이 시공한다면 충분히 즐겁게 집을 지을 수 있다.

20세기 대표 건축가 필립 존슨은 “건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서 그 건축 속에 몸을 두는 것”이라 말했다. 문성광 씨는 집을 지으면서 아예 휴직계를 냈다. 그리고 시공 기간 내내 매일 아침 7시에 현장으로 출근 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집 짓는 과정 하나하나 모두 머릿속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처럼 절 대적인 시간을 쏟아붓기는 힘든 것이 현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다. 특히 단독주택은 짓는 것부터 생활하는 것까지 늘 세심한 관심과 노동력이 수반되어야 하니, 기꺼이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건축가에게 묻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집의 규모도 자꾸 커지고 비용도 추가되게 마련이다. 예산에 딱 맞는 집을 지으려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돈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빠른 포기’, 즉 선택과 집중이다. 문성광 씨는 효율적인 냉난방을 위해 창호만 성능 좋은 것을 고르고 바닥재와 벽지는 저렴한 것을 사용했다. 보통 목조 주택의 70~80%가 외장재로 스터코 플렉스를 사용한다. 밖에서 보았을 때 따뜻한 느낌을 주고, 외단열을 할 수 있기 때문. 스터코플렉스는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이 집은 비싼 미국산이 아닌 국산을 사용했다. 그 대신 현관 앞 진입로는 좁은 면적이지만 값비싼 현무암을 깔아 포인트를 주었다.

다락방을 추가하면 시공비가 올라가지 않나?
물론 비용이 추가되지만 다락방을 시공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다. 경사진 지붕은 목구조가 좋은데 이때 지붕면과 천장 사이에 통기층을 두면 단열 효과가 있다. 또 용적률을 계산할 때 박공지붕 아래는 일정 높이를 넘지 않으면 서비스 공간으로 분류된다. 즉 박공지붕을 완만한 경사로 길게 빼면 용적률 제한 없이 특별한 공간 하나를 더 만들 수 있다는 것. 단, 지역에 따라 다락방이 불법인 경우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선택할 것.

건축가 문훈 씨는…
점집 같은 빨간 사무실 ‘문훈발전소’ 대표. 화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호주에서 10대를 보낸 그는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을 그리다 직접 집을 짓게 되었다. 인하대 건축과, MIT 건축대학원 졸업 후 묵동 다세대 주택, 전주동물원, 홍대 상상사진관, 땅콩 주택 롤리팝 하우스 등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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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과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