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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감독 전상진 한옥을 직접 고쳐 삽니다
1936년에 지은 69㎡(21평) 한옥을 손수 고쳐 사는 전상진 씨. 그는 직업이 무려 세 개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영상 감독이자,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며, 한옥 컨설턴트.

영상 감독 전상진
한옥을 직접 고쳐 삽니다


첫 시작은 성북동의 오래된 한옥이었다. 영상을 전공한 선후배와 함께 작업실 겸 숙소로 택한 월세 60만 원짜리 집. 주변 시세에 비해 무척 저렴하던 그곳은 겨울이 오자악몽의 현장으로 변했다. “한옥의 외형을 한 판잣집이었어요. 보일러를 쉴 새 없이 틀었는데도 입김이 나왔으니까요.” 고생은 꽤나 했지만 그때를 계기로 한옥에 관심이 생겼다. 손수 꾸며 내놓은 북촌 한옥 스테이 ‘서울의 하루’는 유독 예약이 빠르게 마감됐지만 동시에 딜레마가 찾아왔다. “당시 부모님 집과 작업실을 전전했는데, 돌아보니 저를 위한 공간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또다시 한옥을 찾기 시작했어요.” 여러 주거 형태 중에서 그가 또 한옥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에 들어섰을 때 만든 사람의 의도와 취향이 잘 묻어나는 곳을 좋아해요. 근데 한옥은 같은 집이 정말 하나도 없거든요. 지역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재료나 구조도 다 다르죠. 아파트에서도 20년을 살았는데 한옥은 아파트와는 달리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렬하게 드는 것 같아요.”

칸칸이 구획하던 내부 창호를 뜯어낸 뒤 10인용 테이블을 놓았다. 전상진 씨는 되려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삼청동에서 여든 살이 넘은 ‘ㄷ’ 자 한옥을 마주했다. 작지만 한가운데 마당이 있어 하루 종일 볕이 잘 드는 집. 첫 번째 한옥을 함께 고친 목수와 반장님께 다시 연락을 했다. 두 번째 한옥까지 직접 고치고 나니 노하우도 생겼다. “한옥 건축에 대해 A부터 Z는 아니어도 J 정도까진 온 것 같아요. 한옥 시공 사례도 많이 찾아봤고, 현장에서 직접 노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축적된 것도 있고요. 협소한 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방을 칸칸이 구획하던 내부 창호를 뜯어낸 실내에 무려 10인용 테이블을 놓은 이유도, 바닥재로 줄눈이 없는 마이크로 토핑을 선택한 것도, 창살 대신 통유리창을 선택한 것도 모두 그 때문. 그의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 한옥은 아파트 못지않게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상진 씨는 요즘 한옥살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실질적 조언과 도움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한옥에 대한 애정이 커졌어요. 경제적 관점에서는 이 땅에 빌라를 짓고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 한옥 특유의 감성은 절대 지닐 수 없을 거예요. 고요한 중정에 앉아서 햇살과 비, 눈, 바람을 오롯이 느낄 수 있거든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만든 사람의 의도와 취향이 잘 묻어나는 곳을 좋아해요. 근데 한옥은 같은 집이 정말 하나도 없거든요. 지역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재료나 구조도 다 다르죠.” _전상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락을 만들어 침실로 꾸몄다. 다락 아래에는 소파를 배치해 아늑함을 더했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 기존 한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주방 겸 거실에서 바라본 중정 담벼락.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모던하게 꾸민 주방 모습. 가구는 이케아 제품.

현관 왼쪽에 자리한 욕실. 건식으로 꾸미되 샤워 부스를 설치했다.

현관에서 바라본 마당 전경.

먼저 살아본 이의 조언
한옥살이를 계획 중이라면…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한옥은 절대 일반 아파트처럼 쉽게 구할 수가 없어요.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고 각 지역을 돌아다녀야만 숨어 있는 좋은 한옥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옥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국가에서는 각 자치단체별로 전통 한옥을 보존하기 위한 한옥 수선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영해요. 공사 비용의 절반 이상을 보조해주니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시공 현장에 자주 찾아가세요.
시공 오차라는 게 꼭 생기더라고요.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제 경우엔 시공 오차를 자투리 공간으로 많이 활용했어요.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단열입니다.
나무창호는 단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죠. 환기창을 제외하고 3중 유리 픽스창을 시공하면 단열 효과가 뛰어납니다.

직접 고생하는 수고로움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업체에 의뢰하는 대신 직접 집 전체에 친환경 스테인과 도장을 해서 약 4백만 원의 비용을 절약했습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해보세요.
저는 침실을 잠만 자는 공간이라 생각해 다락에 꾸몄지만, 누군가에겐 1층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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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지 기자|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