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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품은 하품집 노는 게 제일 좋아!
도서관 부럽지 않은 2층 아지트에서 책을 읽을까, 구름이 바라다보이는 그물에 누워 하늘을 감상할까, 마음대로 어질러도 혼날 일 없는 다락에서 블록 쌓기를 할까, 아빠의 비밀 공간 AV룸에서 영화를 볼까? 매일매일이 즐거운 소울&재이의 집으로 초대한다.

 내부 중정을 가운데에 두고 지붕에 큰 천창을 만들어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게 설계한 하늘을 품은 집, 하품집. 2층에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바 스툴과 테이블을 설치해 카페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오른쪽 아이들을 위해 2층에 만든 미니 도서관.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기 좋다. 천장에는 그물을 삼중으로 엮어 키즈 카페보다 더 즐거운 아이들의 놀이터를 완성했다.


“아이들이 더 많이 놀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마음껏 어지르며 놀고, 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아요. 놀이를 위한 공간이 많으니 우리 집 아이들은 부자죠.”

소울이와 재이의 행복한 고민은 ‘오늘은 집에서 무얼 하고 놀까’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고, 하나를 알면 둘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아홉 살, 다섯 살 자매. 그런 자매의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어 집 구조를 모두 아이에게 맞췄다는 것이 유재백ㆍ최미건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는 아이들 성장기에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젊은 나이에 과감히 투자해 단독주택을 지었다.

 딸이 둘이다 보니, 아내는 아이들이 거울 앞에 오래 머무는 나이가 되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생각에 두 개의 세면대를 설치한 욕실을 만들었다. 
우리 가족만을 위한 ‘설계’를 원해요
집의 중심부까지 깊숙이 하늘을 품었다 해서 이름 지은 ‘하품집’. 유타건축사사무소 김창균 소장은 설계에만 1년을 투자할 만큼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1층 바닥부터 지붕까지 전 층의 가운데 부분을 뚫어 내부 중정을 만들고, 지붕에 커다란 천창을 내 집 안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치 집 한가운데에 투명한 원기둥이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 덕분에 빛도 잘 들고 탁 트인 개방감도 일품이다.

미니 도서관에는 아이들 방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도 있다. 
“처음에는 일반 구조의 단독주택을 구상했어요. 그런데 설계가 끝날 즈음, 마음속에 의문이 일었어요. 내가 꿈꾸던 집이 과연 이런 모습일까? 아파트를 탈출해 큰 맘 먹고 단독주택을 구상했는데 아파트 두 채를 아래위로 붙인 듯한 모습이었거든요. 이 집이 우리 가족에게 최선인 걸까?” 아내 최미건 씨는 첫 설계를 뒤집는 바람에 설계에만 1년이 걸렸다며 웃었다. 그가 원하는 점은 확실했다. “아이들과 모여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있었으면” “장을 보고 집에 들어섰을 때 식재료를 바로 올려둘 수 있는 조리대가 나왔으면” “가족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은 해가 뜨는 동쪽이었으면” “욕실은 건식이었으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의 동선은 효율적이었으면” 등등 소소하지만 가족들의 삶이 정확하게 반영된 요청이었다.

 미니 도서관의 천장에는 그물을 엮고, 해먹 의자를 설치해 아이들은 놀이처럼 독서를 즐긴다. 
“이러한 요구 사항을 그대로 반영해 158.67㎡(약 48 평) 크기의 2층짜리(다락까지 포함해 3층) 단독주택을 여섯 개 층으로 잘게 쪼개었습니다. 내부 중정을 중심으로 스킵플로어 구조를 채택해 입체적으로 완성했지요. 여섯 개 층으로 나눈 공간은 다시 내부 중정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핵심입니다.” 건축가 김창균 소장의 설명이다.

스킵플로어 구조 때문에 두 개 층으로 나뉜 1층 부엌과 다이닝룸. 1층의 바닥 부분에는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아이들이 더 많이 놀길 원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펼쳐지는데, 반 층 내려가면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는 거실과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방음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AV룸이 있다. 계단을 따라 반 층 오르면 창문 앞에 바스툴과 테이블을 설치해 카페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한 후 아내가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밤에는 가족들이 나란히 앉아 창밖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식사를 하는 다이닝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줘 사뭇 독특하다. 또다시 반 층을 오르면 아이들을 위한 미니 도서관, 일명 북마운틴이 펼쳐진다. 벽면에 책장을 설치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동화 전집, 과학 전집 등을 거뜬히 수납할 수 있는 데다 책으로 둘러싸인 분위기 때문인지 책을 읽고 싶을 땐 자연스레 이곳을 찾는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책장 중간에 만든 비밀 통로. 양쪽으로 비밀 통로를 만들어 아이들이 재미있게 자신의 방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약 14평 면적의 다락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전용 놀이 공간이다. 블록 쌓기와 종이접기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 
부부의 재치 있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미니 도서관의 천장에는 그물을 설치해 놀이공원이나 키즈 카페를 연상시킨다. 소울이는 계단을 올라가 그물에 누워 책을 읽곤 하는데, 그물 바로 위에 창문을 비스듬하게 설계해 구름 위에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생 재이는 그물보다 그물에 걸어 설치한 해먹 의자를 더 좋아한다. 그네를 타듯 대롱대롱 매달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언니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미니 도서관과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박공 모양의 지붕 아래 다락이 드러난다. 47.60㎡(약 14평) 크기의 다락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 놀이동산이 따로 없다. 한쪽은 블록 쌓기를 위한 전용 공간이며, 반대쪽은 종이접기와 그림 그리기를 위한 공간이다. 집 안에 각기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소유한 아이들의 표정이란!

미니 도서관, 북마운틴의 천장에 설치한 그물. 이곳에 누우면 지붕에 만든 천창을 통해 하늘을 바로 바라볼 수 있다. 
집 앞마당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캠핑을 즐긴다. 주방 놀이 가구를 두어 소꿉 장난도 하고, 그네도 설치해 놀이터 부럽지 않다. 
“아이들이 더 많이 놀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마음껏 어지르고 놀고, 저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아도 돼 좋아요. 예전에 아파트에 살때는 아이들이 거실에서 놀았어요. 그러다 보니 블록 쌓기가 끝나면 블록을 치워야 종이접기를 하고, 종이접기가 끝나면 놀던 것을 치워야 다른 놀이를 할 수 있었어요. 공간이 한정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블록 쌓기는 블록 쌓기 공간에서, 종이접기는 종이접기 공간에서 하죠. 놀이를 위한 전용 공간이 많으니 우리 집 아이들은 부자죠.”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예전보다 학교가 멀어졌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다. 집 안 곳곳에 배치한 유쾌한 공간 덕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건축가도 즐거웠고, 이 집에 살고 있는 아이뿐 아니라 부부도 즐겁고, 이 집을 방문하는 이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하품집. “고정된 생각 없이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최적의 해답을 얻기 위해 작은 실험과 모험을 한다”는 김 소장의 이야기처럼 “건축이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개성 있는 얼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품은 집에서 서로를 품으며 산다는 소울&재이네 가족. 


김창균 소장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09년 유타건축사사무소(www.utaa.co.kr)를 개소했다. 초기에는 공공 프로젝트 리모델링 작업을 주로 진행했으며 ,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겸임 교수이자 서울시 공공 건축가다. 2011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프로젝트마다 각기 다른 조건 내에서 솔직하고 명쾌하게 공간을 구성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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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