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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탑에 들인 미니멀 스튜디오 지붕 위의 방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있는 더 베잉코르프 백화점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스튜디오가 하나 있다. 1백50년 가까이 수많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였을 법한 종탑, 그 안에 비밀스럽게 들어앉은 스튜디오는 새로운 작업 풍경을 유도하는 미니멀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 위치한 더 베잉코르프 백화점의 건물 꼭대기에 있는 종탑. 최근 이곳에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심장부인 담Dam 광장에는 담 궁전을 포함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건축물이 모여 있다. 이 지역에 있는 더 베잉코르프De Bijenkorf 백화점은 1870년에 문을 연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단순히 물건을 파는 대신 문화와 예술, 디자인을 동시에 제안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팝업 전시와 매혹적 디스플레이를 통해 대중과 예술인을 연결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백화점의 헤드 크리에이티브 카롤리너 크라우얼스Caroline Krouwels는 백화점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종탑을 개조해 작가들을 위한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종탑 내부에 미니멀하게 지은 스튜디오 전경. 플라이우드를 사용해 거대한 리빙 캐비닛을 세웠다. 
“참 아이러니하죠. 백화점 건물 꼭대기에, 그것도 낡고 좁은 종탑에 누가 스튜디오를 지을 생각을 하겠어요? 그런데 이 스튜디오는 바로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아무도 모르는 외딴 공간에 건축물과 상반된 분위기의 스튜디오를 들인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판타지한 세계처럼요.” 디자인과 시공은 네덜란드의 유명 실내 건축 스튜디오인 i29가 맡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한 가지. 아티스트들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해달라는 것이다. i29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플라이우드 합판을 쌓아 올려 리빙 캐비닛을 만들고, 전면이 개방된 미니 부엌과 서재, 침실을 층층이 구성해 인형의 집처럼 꾸몄다. 모두 플라이우드만 사용해 제작했고, 단순하고 간결한 실내 건축을 추구하는 i29의 디자인 취향이 잘 담겨 있다.

스튜디오 안에서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암스테르담의 다양한 표정을 마주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사다리를 통해 각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스튜디오 이름은 ‘지붕 위의 방(Room on the roof)’. “계단을 오르내리며 미묘하게 변화하는 암스테르담의 뷰를 즐길 수 있어요. 침실과 서재, 주방에서 보면 각기 다른 전망이 펼쳐지죠. 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시각적 변화일 뿐 아니라 외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주지요.”

작업을 하다가도 휴식을 취하는 등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공간들로 구성한 리빙 캐비닛. 
리빙 캐비닛과 마주 보는 공간에는 화이트 일색의 반전 풍경이 펼쳐진다. 벽과 바닥, 조명등, 가구, 테이블과 망원경까지 온통 흰색으로, 공간과 사물이 한목소리로 간결함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하나의 공간에 두 개의 상반된 무드가 함께 있으니 각각의 개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선형 철제 계단은 마치 이 공간이 허상인 듯 동화적 풍경을 자아낸다. 좁디좁은 종탑 안에 이토록 액티브한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가에게는 특별한 인스피레이션을 제공할 터.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아티스트가 뿜어내는 또 다른 영감이 공간을 채워나간다.

반대편에는 새하얀 사물로만 꾸며 대조적 느낌을 더했다. 
스튜디오에 입주한 첫 번째 아티스트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디자이너 마르턴 바스Maarten Baas다. 의자를 불에 태운 뒤 투명 에폭시로 가공 처리한 모오이의 스모크Smoke 체어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그야말로 누구보다 이곳에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아니었을까? 카롤리너 크라우얼스는 아티스트들이 만든 작품은 물론, 창작의 시간도 전시 대상으로 보고 공식 홈페이지(www.roomontheroof.com)를 통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레이크스 미술관과 손잡고 공연과 시, 무용, 음악, 영화, 사진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국내외 아티스트를 초대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는 이 스튜디오는 날마다 아카이브가 쌓이는 작업실이자 전시장이다.

리빙 캐비닛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모습.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계단으로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캐비닛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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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사진 에바우트 하위버르스Ewout Huibers 디자인과 시공 i29(www.i29.nl)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