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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카페보다 재미있다! 컨테이너를 품은 아파트
호기심 많고 모험심이 강한 지안이는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키즈 카페보다 근사한 놀이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요소를 차곡차곡 담은 컨테이너 룸은 놀이 공간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장난감투성이던 거실, 침실, 서재를 온전히 부부의 공간으로 되돌려주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부부의 취향을 담은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는 집이다.

철제 미닫이문을 통해 서재와 아이 방이 연결되는 구조가 독특하다. 컨테이너를 올린 복층 구조물은 아이의 훌륭한 놀이터. 벽에 건 그림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정민의 작품, 조명등 일체형 책상은 크래프트 브로의 작품이다.
”하나, 둘, 셋~토퍼 고!” 짧은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오르고 미끄럼틀을 내려오길 수차례, 노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장난기가 한창인 다섯 살 남자아이다. 키즈 카페를 방불케 하는 이곳은 지안이가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나가는 자신의 방. 컨테이너를 올린 복층 구조물 안에는 레고와 장난감이 가득하고, 미끄럼틀과 타잔처럼 매달릴 수 있는 밧줄 그네, 꼬마 탐험가를 위한 암벽등반 놀이 기구도 있다. 다섯 살 된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이윤희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은 아이의 시선에 맞춰 이 방을 꾸몄다. 아이가 마음껏 놀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들인 공간이다.


복도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파우더룸을 개조해 꾸민 작은 서재. 가구 대신 무지주 선반을 달아 책상과 책장으로 활용했다. 책상 코너에 놓인 유리 화병은 최원정 작가 작품으로 디자인 갤러리 지익스비션에서 구입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컨테이너 룸
“예전 집에서는 장난감이 방마다 흩어져 있어서 우리 부부가 아이 집에 얹혀산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어요. 집 전체가 놀이방 같았거든요. 지안이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서 분리된 우리 부부만의 공간도 분명 필요했어요”. 윤희 씨는 컨테이너 룸을 만들게 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컨테이너 룸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사용한 지 10년도 더 된 천장형 에어컨을 교체하기 위해 천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높은 천장고가 드러났고, 특히 지안이의 방은 공기정화기나 배관, 전선 등 복잡한 요소가 없었기에 얼마든지 천장을 터서 올릴 수 있는 상태였다. “복층으로 꾸며도 될 높이네요”라는 현장 소장의 말 한마디에 이길연 디자이너는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아이 방을 새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벙커 침대는 아이가 조금만 자라도 유치해 보일 수 있기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컨테이너 룸을 완성한 것. 디자이너는 방의 규모와 동선을 고려해 복층형 컨테이너를 제작하고 계단과 미끄럼틀도 설치했다. 가까이서 보면 위트 있는 장식 요소도 눈에 띈다. 계단 하부 서랍장의 볼트와 너트 손잡이는 mmmg에서 구입했고, 곳곳에서 눈에 띄는 타이포 스티커는 지안이의 영어 이름과 생년월일을 활용해 직접 제작했다. 컨테이너 뒤편에 레고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과 정리 정돈을 위한 수납공간을 꾸며놓으니 아이가 장난감을 거실이나 복도로 갖고 나오는 일도 없다.

진정한 인테리어는 변화를 너그럽게 수용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 이곳 역시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지안이가 좀 더 자라면 미끄럼틀을 뗄 수도 있고, 컨테이너 외벽을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칠해 한결 차분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 복층 구조물은 2층 침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위아래 공간 한편을 싱글 매트리스 크기에 맞춘 것이 포인트. 한편, 동화책이 삐뚤빼뚤 꽂힌 미닫이문을 열면 윤희 씨의 서재와 연결된다. 낮에는 문을 열어두어 지안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고, 밤에 아이가 잠들면 문을 닫고 육아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온 전히 그녀 자신으로 돌아온다. 아이 방과 달리 서재 풍경은 담백하다. 벽에 건 심플한 책장은 일본의 조소 작가 마키시 나미의 셸브 에디션Shelve Edition 이고, 조명 일체형 책상은 신현호ㆍ이상민 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스튜디오 크래프트 브로의 작품. 특히 책상은 언젠가 태어날 둘째에게 방을 내줘야 할 때를 대비해 침실로 옮길 수 있도록 아담한 사이즈로 골랐는데, 간단한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 유용하다. 상반된 두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고, 가족의 일상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데에는 공간을 연결하고 분리하는 이 미닫이문의 역할이 크다.

1 주방과 거실을 합친 LDK 구조로 공간을 꾸미고, 모던한 가구와 포인트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오른편 벽에 건 오브제는 갑빠오의 작품으로 작가가 직접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2 김희원 작가의 ‘블랙 미러’를 설치해 갤러리처럼 꾸민 욕실. 3 컨테이너로 올라가는 계단 하부에 서랍장을 구성하고 볼트와 너트 모양 손잡이를 달아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4 함께 요리하는 지안이와 윤희 씨. 집에서 베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아일랜드 가구를 제작했다. 5 침대 위에는 세계적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의 ‘Watching Suzanne’을 걸어 아름다운 공간으로 완성했다.

“최고급 자재와 디자인 가구, 작품을 한 번에 구입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지금’에 최선을 다하다
이사 오기 전, 윤희 씨네는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살았다. 산과 마주 보는 구조가 마음에 들어서 또다시 이 집을 택한 것이다. 아쉬운 공간이 있다면 복도였다. 일반 아파트처럼 현관으로 들어오면 거실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시선을 가로막는 복도가 길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희 씨는 지금 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복도를 꼽는다.

“처음에는 공간만 많이 차지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복도가 자꾸 거슬렸어요. 최대한 면적을 줄이고 싶었죠. 하지만 디자이너는 오히려 복도를 살려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하더군요. 아이 방과 서재로 향하는 짧은 복도를 없애고 메인 복도의 라인에 맞춰 미닫이문을 설치하니 갤러리의 회랑 같은 긴 복도가 완성됐죠.현관에 들어서면 깔끔한 복도가 맞아주니 더욱 단정한 기분이 드네요”. 복도의 벽면을 채운 원목 패널은 윤현상재에서 구입했다. 통원목의 내추럴한 멋을 살리기 위해 패널은 최대한 재단 없이 그대로 사용했는데, 긴 것은 4m가 넘는다. 엘리베이터에 실을 수 없어서 16층까지 계단으로 운반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아무 기능도 없는 마감재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10년 이상을 살 우리 집이니까 마감재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고 생각했죠. 원목 패널이나 대리석,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 소재 위주로 골랐어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최고급 자재와 디자인 가구, 작품을 한 번에 구입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윤희 씨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했다. 1순위는 좋은 자재 구입하기. 바탕이 근사하면 어떤 가구를 놓아도 멋스럽게 소화하기 때문이다.

1 모던한 분위기의 주방. 테이블 위 펜던트 조명등은 덴마크 디자인 그룹 아누아의 작품으로 덴스크에서 구입했다. 2 아이 방에서 바라본 서재.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벽면에 거는 책장과 이동하기 손쉬운 크기의 책상을 설치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윤희 씨의 취향이 담겨 있다. 3 현관에 아이 키에 맞춰 세면대를 설치했다. 

그다음으로는 가구를 구입하는 일. 물론 프리츠 한센의 로RO™ 체어나 이스태블리시드 앤 선즈의 스택Stack 서랍장, 피트헤인이크의 벤치 등은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입했으니 예외지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가구를 고르기 위해 윤희 씨와 디자이너가 함께 시장조사를 다니며 제품을 눈여겨봤다가 할인 기간에 구입한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후에는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인덕션은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등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꼈다. 마지막은 작품으로 집에 표정 더하기. 모던하게 꾸민 침실에는 줄리안 오피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고, 현관 입구와 복도에는 허명욱 작가가 옻칠 기법으로 완성한 아톰이 의기양양하게 서 있다. 지안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제 키만 한 아톰 앞으로 달려가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고, 반갑다고 뽀뽀를 하기도 한다. 윤희 씨의 손을 잡고 함께 갤러리에 다녀온 날이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이가 뭘 알겠어. 크면 다 잊어버릴 텐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오산이다. 거실 코너 공간과 욕실 문에 수줍게 걸려 있는 갑빠오의 작품은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작가가 직접 밑그림을 그려줬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 이처럼 공간과 가구, 작품이 삼박자를 이룬 완벽한 공간은 그야말로 부부가 꿈꿔온 드림 하우스다.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같은 구조의 아파트는 윤희 씨네 일상 풍경을 완벽히 바꿔놓았다. 넓은 아일랜드가 있는 부엌에서 온 가족이 함께 베이킹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가 제 방에서 노는 동안 부부는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즐기는 작은 사치가 허용된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 실제로 실현되는 곳. 아이가 즐거우면 부모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디자인과 시공 디자인파트너 길-연(02-6217-0513, www.길연.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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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