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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의 파리 아파트 늘, 여행 같은 삶
공간을 압도하는 자이언트 앵글포이즈 조명등, 벽에 리듬감 있게 배열한 푸른 화병, 타일을 콜라주하고 밧줄을 감아 마치 하나의 설치 작품을 보는 듯한 사이드 테이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탈리아 여성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의 파리 아파트를 소개한다.

자연과 사람, 문화와 디자인, 동서양의 조화가 느껴지는 파올라 나보네의 파리 아파트. 탁 트인 구조, 환한 채광과 감각적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강렬하면서도 차분한 톤앤매너를 완성했다.


리넨 하나 씌웠을 뿐인데 멋스러운 소파, 평범한 하얀 접시지만 어딘지 실루엣이 남다르고, 분명 가죽 소파인데 패브릭처럼 섬세한 손바느질 디테일이 살아 있다. 뭔가 다르다 싶으면 늘 한 사람, 그의 솜씨다. 과거와 현재, 디자인과 문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탁월한 능력으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전시 기획,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파올라 나보네. 제르바소니의 아트 디렉터이자 메이드 인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의 러브콜 영순위 디자이너로 2016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누구보다 일정이 바빴을 그에게 공간 취재를 요청했다. “밀라노, 파리, 그리스, 뉴욕… 내가 있는 곳이 곧 나의 집이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가방을 내려놓는다면 나는 파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매력적인 파리 아파트 사진이 도착했다.

1 모로코 타일과 터키 블루 컬러의 소품을 더해 청량감이 느껴지는 욕실. 그리스 집을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휴식 공간이다. 2 낡은 의자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작품으로 변신한다. 빈티지 의자 프레임에 아크릴 시트, 털실 장식을 달아 훌륭한 아트워크 완성. 3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물고기! 소파 쿠션 위에 물고기 형태의 트레이를 둔 센스가 돋보인다. 4 동양적 감성을 담은 빈티지 가구에 중국 도자와 그림을 매치했다. 

편안함은 ‘자연’ 속에 있다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에 감동을 받았다면 그건 분명 취향에서 비롯한 것이다. 취향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명확성과 지속성에 관한 문제다. 그리고 분명한 취향으로 공간을 채워나갈 때 우리는 그 공간에서 감각 이상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정감 가는 타자기 폰트, 물고기 아이콘 등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파올라 나보네. 스스로를 ‘에스닉 노매드’로 정의하며 글로벌 리빙 브랜드의 무대를 마음껏 누리는 그의 공간은 역시 특유의 파워풀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 집은 따뜻하고 인간적이에요. 탁 트인 느낌을 반영하면서도 각각의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죠. 거실에서는 개인적으로는 마음껏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친구를 초대하거나 클라이언트를 맞이하기도 해요. 밀라노 아파트가 일하는 집이라면, 그리스는 온전한 휴식, 파리 아파트는 둘을 절충한 ‘집’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죠. 무엇보다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스튜디오형 아파트는 탁 트인 거실과 다이닝룸, 두 개의 침실과 부엌으로 이루어졌다. 과거를 존중하고, 심플한 것에서 답을 찾는 그는 굳이 손을 많이 대지 않고 가구와 오브제, 아트워크를 공간 곳곳에 배치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가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채광. 커다란 창과 집 전체를 마감한 화이트 벽은 빛을 담뿍 받아들이면서 다시 공간으로 부드럽게 반사해 전체적으로 환하고 따스한 감도를 자아낸다. 화이트를 베이스로 했지만, 공간 곳곳에 포인트로 활용한 다채로운 색감 또한 관전 포인트다. 메인 침실과 욕실의 터키 블루 컬러와 게스트 침실의 강렬한 레드&블루 컬러, 내추럴한 나무 톤과 어울리는 뉴트럴 그린까지…. 모던과 내추럴, 동서양의 조화가 빚어낸 이국적 기품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행복이가득한집>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그리스에 있는 집을 상상합니다. 단순하고 불완전하고, 쉽고, 빛으로 가득하고, 늘 친구들이 북적이며 열린 바다를 마주하는… 상상만으로도 완벽한 ‘행복’ 이 충전되지요.” 


1 벽돌과 고재와 금속 기둥 등 오래된 아파트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다. 부식한 듯한 금속판을 수납장 문짝으로 사용했다. 2 평소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는 그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주방을 자랑스러워한다. 3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게스트 침실. 동양적 감성의 그림과 사이드 테이블, 인디고블루로 염색한 블랭킷과 침장을 매치했다. 
가구, 생활 방식을 제안하다
건축을 전공하고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디자인했으니 공간에서 어떤 가구를 사용할지 궁금하게 마련.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구는 하얀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소파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이 제품은 실제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권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제품을 통해 트렌드를 말하기보다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소파는 우리가 입는 옷처럼 쉽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어요. 새로운 원단, 다채로운 쿠션, 블랭킷 등으로 얼마든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죠.”

리넨 셔츠처럼 감각적인 소파 앞에는 같은 모양의 사이드 테이블을 조르르 배치했다. 타일을 콜라주처럼 장식하거나 패브릭으로 패치워크하고, 밧줄로 엮는 등 공간에 오브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용도에 따라 함께 또 따로 쓸 수 있어 유용하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주방. 실제 요리하길 즐기는 그는 작지만 완벽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널찍한 대리석 개수대로 멋을 더한 주방이 아주 만족스럽다. 봉에 걸려 있는 조리 도구는 실제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꺼내 쓰기도 편하고 장식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다.

1 하얀 천으로 커버링한 소파는 파올라 나보네의 시그너처 아이템. 2 벽돌 디테일 고재 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가구를 매치하고 뉴트럴 그린 컬러로 도장한 아웃도어용 철제 의자로 컬러 포인트를 줬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 내추럴과 산업적인 것이 만났을 때 생기는 독특한 시너지가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한편 그는 20년간 홍콩에 살았을 정도로 아시아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도자를 비롯해 공간 곳곳에 있는 아시안 소품은 여행 같은 삶을 추구하는 노매딕 라이프의 증거물이다. 이 밖에도 모로코 타일, 인도 날염 블랭킷, 남프랑스의 유리 오브제까지 세계 곳곳에 있던 오래된 사물들은 파올라의 공간에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 모두 제각각의 톤앤매너를 지녔지만 핸드메이드라는 공통적 키워드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특징.

“항상 손으로 만든 제품에 매료되지요. 무엇보다 일정하지 않은 불완전한 느낌이 좋아요. 지구 반대편에서 온 물건이라도 늘 곁에 있었던 것 같은 편안함, ‘제르바소니’ 역시 그런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해요. 고재와 금속, 라탄과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 매치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유니크한 조화를 이루죠.”

자연과 사람의 조화, 문화와 디자인의 조화, 동서양이 조화까지 담은 파올라 나보네의 파리 아파트. 모름지기 집이란 주인인 우리의 삶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쓸 수 있는 것만 고려하기보다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테리어에 반영해보라. 집을 통해 나를 표현해나가기 시작하면 그게 또다시 삶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돌아올 테니.



interview 제르바소니 아트 디렉터 파올라 나보네
안에서도, 밖에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담는 법!
파올라 나보네는 1998년부터 20여 년간 제르바소니의 아트 디렉터를 맡아 고스트, 인아웃, 누볼라 등 제르바소 니를 대표하는 가구&소품을 선보였다. 올해 선보인 넥 스트 컬렉션은 알루미늄, 황동, 라탄 등 이질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믹스 매치한 것이 포인트. 일반 주거 공간에도 부담 없이 사용하도록 화이트, 그레이, 블랙 등 모노 컬러의 베이식 라인도 함께 구성했다. 아웃도어 가구의 강세가 돋보인 2016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금속, 라탄, 코르크 등 다양한 소재 매치로 차별화를 꾀한 제르바소니의 수장, 파올라 나보네와 나눈 일문일답.

1 제르바소니 넥스트 컬렉션. 가슬가슬한 질감이 느껴지는 넥스트 12 소파와 141 스틸 테이블의 믹스 매치가 멋스럽다. 2 벤딩의 디테일과 코르크 등 첨단 소재로 업그레이드한 인아웃 시리즈 102, 856과 코르크. 이름처럼 안에서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3 밀라노 토르노나에 있는 파올라 나보네 스튜디오. 이번 페어 기간 동안 메르시&세락스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4 박스터의 가장 유명한 체스터 문 소파도 파올라 나보네 작품이다. 5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편안한 분위기와 긍정적 에너지로 소통하고 싶다는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 6 바로비에르&타소의 장외 전시. 7 제르바소니의 2016 컬렉션 넥스트 27 의자와 새 둥지 형태의 스핀 조명등 . 
제르바소니 아트 디렉터로 당신이 하는 일은?
매 시즌 컬렉션의 테마를 정하고 제품을 개발한다. 이탈리아의 다른 브랜드가 다소 무겁고 큰 가구 위주로 소개한다면, 제르바소니 컬렉션은 무척 유동적이다. 소파, 커피 테이블, 의자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작은 집부터 대저택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크기와 모듈로 출시한다.

제르바소니의 고유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모든 제품에 관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아함이다. 나무, 도자, 천연섬유, 시멘트 등 자연 소재를 기본으로 알루미늄, 래미네이트, PVC 등을 결합해 수공예적 정서를 담으면서도 현대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제르바소니는 전통적으로 등나무를 생산한 업체답게 천연섬유를 재료화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요즘 아웃도어 라이프가 중요한 키워드다. 대표 제품을 추천한다면?
고스트 소파와 버드 테이블. 아웃도어 가구가 부담스럽다면 새 둥지 모양으로 길게 늘어뜨린 라탄 조명등, 1인 체어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웃도어는 물론 인도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코르크 소파와 스툴도 추천한다.

유리 브랜드 바로비에르&타소Barovier&Taso의 장외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컬러’가 주제였다. 전통 몽골 천막을 사용해 공간을 만들고 레드ㆍ블루ㆍ브라운 등 자연에서 온 컬러를 테마로 공간을 꾸몄는데, 컬러마다 다른 에너지가 느껴지길 원했다. 또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우리 스튜디오에서 메르시&세락스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세락스에서 출시한 피시&피시를 비롯해 식기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에는 태국 야무 리조트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호텔을 비롯한 공간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가?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만 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야무 리조트의 디자인 포인트는 현지의 전통 소재와 수공예 방식,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 방, 복도, 라운지, 수영장, 레스토랑 등 태국이라는 생태적 환경을 살리고 돌과 도자기, 벽돌 등 주변의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했다. 한국에서도 제르바소니 론칭과 함께 한국적 콘셉트와 디테일을 접목한 공간 프로젝트를 전개할 계획이다. 단순한 가구보다는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취재 협조 제르바소니 코리아(02-515-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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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엔리코 콘티Enrico Conti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