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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152.06㎡아파트 개조기 마감재로 멋을 낸 집
획일적 아파트 레이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구조 변경이 망설여진다면 마감재로 눈을 돌려보자. 집 안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넓은 데다 미묘한 색과 질감의 차이로 무궁무진한 느낌을 낼 수 있기 때문. 그 좋은 예가 이 잠원동 아파트다.

거실과 부엌을 분리하기 위해 따로 가벽을 세우거나 중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재의 소재를 달리해 자연스럽게 분리했다. 거실에는 나무 마루를 헤링본 무늬로 시공했으며, 부엌에는 돌의 질감을 닮은 타일을 깔았다. 빈티지 6인용 테이블은 세덱에서 구입한 것.
1인 가구와 싱글족,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 셀프 인테리어로 이어지는 인테리어 트렌드에 덧붙여 최근 마감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집 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미묘한 색과 질감의 차이로 집 안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자신의 집을 사진으로 찍은 뒤 업로드하면 원하는 공간을 설정해 페인트, 벽지, 바닥, 인테리어 필름 등 마감재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나왔을 정도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잡지와 인터넷 서핑을 통해 레노베이션 사례와 선호하는 스타일을 공고히 다져온 이지혜 씨. “제가 워낙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선호하는 데다 가구도 큼직한 것만 눈에 띄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여덟 살, 여섯 살 아이가 있는 집임을 감안해 이전 집에서는 빈티지한 가구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죠. 그런데 빈티지한 나뭇결이 살아 있는 6인용 테이블과 컬러 발크로맷 선반을 구입하고 나니, 새집은 가구와 잘 어우러지도록 분위기를 맞추고 싶었어요.” 그는 이번에 이사한 집은 가구에 집을 맞춘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평소 타일 가게 윤현상재나 키엔호 등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인 만큼 집 안에 쓴 마감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1 전실에는 외출 시 편하게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고재 패널로 마감한 벤치를 설치했다.
2 헤링본 나무 마루와 흰 벽 사이로 눈에 띄는 벽. 전체를 구로 철판으로 마감한 뒤 딸아이가 그린 그림과 함께 꾸몄다. 

과감한 마감재는 작은 면부터 시작할 것
그는 같은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혀 옮기는 터라 기존 집과 똑같은 아파트 구조는 피하고 싶었지만, 레이아웃을 크게 변경하기보다 마감재를 과감하게 적용해 색다른 느낌을 연출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대로 빈티지 인더스트리얼풍 마감재를 집 안으로 들였다. 그가 사용한 것을 꼽자면 거친 질감의 고재와 차가운 느낌을 주는 메탈, 돌, 구로 철판, 타일 등이다. 하지만 자칫 상업 공간처럼 보이거나 유행을 타지 않도록 작은 코너 부분에 포인트로 멋을 냈다.

“대개 고재는 관리하기 까다로워 주거 공간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마감재예요.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이 되면 보일러로 집을 따뜻하게 데우고 온도차가 생기니 고재 패널이 틀어지거나 깨지기 일쑤지요.”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담당한 최혜리 실장은 몸에 직접 닿지 않으면서 고재 마감재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공간을 선정했다. 고재의 거친 나무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현관, 간이 파우더룸, 침실, 문 프레임 네 곳을 골랐다. 먼저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실 벤치를 고재로 마감했다. 신발장 문에 거울을 달고 전실 문은 금속과 유리 소재로 설치했는데, 여기에 고재가 더해져 한결 따뜻한 느낌이다. 전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편에 자리한 간이 파우더룸 또한 고재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공간. 아이 공부방과 화장실 사이의 좁은 통로에 짧게 가벽을 세우고, 욕실 하부장과 거울 프레임을 고재로 마감했다. 여기에 금속 수전과 돌 세면대를 매치하니 한결 세련된 스타일이 탄생했다. 침실에 사용한 고재 또한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침실에는 슈퍼 킹사이즈 침대와 싱글 침대를 붙여 가족실처럼 사용하는데, 침대 헤드 부분에 고재 패널을 배치했다. 마치 해외 집이나 호텔 인테리어에서나 볼 법한 빈티지한 티크 고재 패널은 키엔호에서 구입해 무광 오일 스테인을 바르고 사포질해 마감했다. 침실과 이어지는 욕실 사이에는 이지혜 씨가 화장을 하거나 노트북을 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을 꾸몄다. “침실과는 분리된 느낌을 주고 싶어 문은 떼어내고 고재 패널을 문 프레임에 따라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늑하고 따뜻한 ‘입구’를 연출할 수 있지요”라는 것이 최혜리 실장의 설명이다.

3 침실과 이어지는 욕실 사이 공간도 놓치지 않았다. 문 프레임을 따라 시공한 고재 패널.
4 확장한 베란다에는 일부러 기둥과 중문을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거실 책장은 세덱에서 구입한 것. 

다양한 질감을 믹스 매치하라
고재는 세월의 흐름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마감재인 만큼 어떤 소재와 매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최혜리 실장은 카페와 상업 공간에서 유행하는 소재를 서로 ‘상반’되게 배치해 스타일리시함을 살렸다.

먼저, 나무와 메탈 소재의 만남. 헤링본 무늬로 시공한 거실 마룻바닥에 메탈 소재의 문을 더했다. 이전 주인이 확장해 사용하던 베란다는 일부러 기둥을 세우고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중문을 달았다. 152.06㎡ 크기의 집이다 보니 거실이 넓기도 하거니와 베란다를 분리해 공간 활용도를 보다 높이고 싶은 것이 이지혜 씨의 바람이다. 중문은 현관과 전실 사이, 그리고 부엌 다용도실에도 설치했는데, 이 덕분에 흰 벽지로 마감한 거실 벽이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최혜리 실장은 “딸아이 방과 안방 사이에 벽 전체를 구로 철판으로 마감했습니다. 넓은 거실은 개방된 구조다 보니 독특한 마감재로 쉼표를 더한 셈이지요”라며 나무 마루 덕분에 차가움을 중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나무와 돌의 만남도 인상적이다. 다이닝룸은 돌의 질감을 연상케 하는 러프한 타일 바닥으로 마무리했는데, 거실 마루와 대조되어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마지막으로 빈티지한 나무 식탁 위에는 펜던트형 조명등 대신 알전구를 활용했다. 파이프로 지지대를 만든 뒤 알전구 아홉 개를 달았는데, 높낮이를 달리해 리듬감을 주었다.

1 가벽과 붙박이장으로 자질구레한 아이용품을 정리한 공부방. 붙박이장 문의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마커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2 장난감이 많은 아들 방은 2층 침대 아랫부분과 서랍장, 스트링 시스템으로 수납 문제를 해결했다. 레트로풍의 빨간색 서랍장은 덜튼 제품. 

수납을 해결해야 마감재가 돋보인다
물론 처음에는 거친 마감재를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첫 만남 때 ‘우리집에 아이들 책이 이렇게나 많다’며 아이 책장을 찍은 사진만 네다섯 컷 정도 갖고 오셨어요. 딸아이는 책을 많이 읽고, 둘째는 레고와 로봇 장난감을 좋아해 아이들 물건이 살림의 절반 넘게 차지했지요.” 최혜리 실장은 아이 있는 집이 대개 그렇듯 수납공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자칫 아이 물건과 빈티지한 마감재가 섞여 집 안 분위기가 어수선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 집의 빈티지한 마감재가 한층 돋보일 수 있도록 가벽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거실에 최대한 아이 물건이 나오지 않도록 아이 침실과 공부방의 수납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공부방에는 발코니를 확장한 후 가벽을 세웠는데, 피아노나 큰 장난감 등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방에 들어섰을 때 쾌적한 느낌이 난다. 또 벽에 붙박이장을 매립해 옷과 잡동사니를 수납했다. 붙박이장의 미닫이문 일부는 유리로 제작했는데, 아이들이 마커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한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딸아이 방 또한 마찬가지다. 침대 뒤쪽으로 가벽을 세워 화장대와 옷가지 등을 정리했다. 유난히 예쁜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가벽에 창문을 만들고, 지붕 모양의 차양을 달았더니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공간이 되었다. 이지혜 씨는 구조 변경 대신 과감한 마감재로 신선한 느낌을 연출했다며 인테리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취향을 곧잘 이해해주고 원하는 바가 비슷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난 덕에 디자인 콘셉트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공을 마무리하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1 헤드보드 대신 고재 패널로 마감한 침대. 메탈 소재 조명등을 달아 빈티지한 느낌을 살렸다.
2 욕실 앞 좁은 공간에도 가벽을 세워 간이 파우더룸을 완성했다. 

3 여자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가벽에 창문을 내고 지붕 모양 차양을 달았더니 기능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럽다.
4 선반과 책상의 기능을 동시에 담은 모듈형 시스템 스트링. 

디자이너가 선택한 마감재
고재 패널 키엔호(www.kienho.com)는 인도네시아 폐가옥에서 사용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티크 고재 패널을 판매하는 곳이다. 고재이기에 파손된 패널이 있을 수 있어 수량은 조금 넉넉하게 주문하는 것도 요령이다. 색감이나 톤은 랜덤 발송되니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입하면 더욱 세심하게 고를 수 있다.

구로 철판 열연 강판, 검은 철판이라고도 부르는 구로 철판은 구입할 때 코팅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코팅했느냐에 따라 습도를 차단해 구로 철판 특유의 느낌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공 시 온도 변화를 잘 따져야 한다. 동일테크(02-6092-9981), 리스퀘어산업(070-4060-4982)에서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원목 마루 청림 브랜드의 티크목 원목 마루를 시공했다. 일반적으로 마루는 브랜드보다 원산지나 샘플 등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 헤링본 모양으로 시공할 때는 대개 원목 마루를 사용한다. 원목의 자연스러움과 패턴의 고급스러움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헤링본 형태로 시공할 수 있는 강마루 제품 ‘구정마루 프라하’가 출시되기도 했다.

타일 타일은 윤현상재(02-540-0145)와 한성도기(02-540-2878)에서 구입한 국산 제품과 수입 제품을 적절히 섞어 시공했다. 최근 나무, 돌 등 자연 소재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데코 타일뿐 아니라 기하학무늬나 눈에 띄는 패턴 타일이 주거 공간에서도 인기다. 대개 욕실이나 현관, 주방에 활용하는데 벽면의 경우 줄눈은 생략하기도 한다.


디자인과 시공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02-588-9216, marmel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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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김동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