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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있는 102㎡아파트 도시와 전원, 그 경계에 살다
아파트의 편의성과 전원주택의 자연을 두루 갖춘 집은 없을까. 부천시 원미구 벚꽃마을에 사는 양경숙 씨의 집은 이런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는 매일 아침 정원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왼쪽 둘째 아들 홍지우 씨와 양경숙 씨는 정원이 생긴 이후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원이 지금처럼 가지런히 정돈될 수 있던 것은 아침저녁으로 바지런을 떤 남편 홍사호 씨 덕. 가족은 이곳에 이사 온 이후 아파트에서도 전원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1 정원으로 이어지는 베란다 문 바로 옆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이곳에서 창문 너머 보이는 정원을 감상한다.
2 콘솔 위에 올려놓은 그릇은 이태원 앤티크 벼룩시장이 열릴 때 돌아다니며 한 세트씩 구입한 것. 워낙 오래전부터 수집한 물건이 부부의 취향을 보여준다.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녹음이 눈앞에 한가득 펼쳐진다. 정원 한편에는 상추,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탐스럽게 자라고, 빨갛고 노란 꽃이 이곳저곳을 물들인다. 집주인 양경숙 씨는 이곳에 이사 와서야 전원생활이 아파트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작년 겨울 그가 이 집을 발견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1 할머니가 직접 새끼줄을 꼬아서 만든 바구니를 소중히 보관한다.
2 정원에 낮은 나무 문이 있어 정원 밖으로 출입할 수 있다. 

정성 들여 가꾼 나의 정원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무리 마당이 있는 전원생활이 부럽다해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경숙 씨도 20년 동안 아파트 20층에서 살았다. 어느 날 문득 한곳에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택으로 이사할까 고려해보았지만 역시 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남편과 함께 우연히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벚꽃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다. 도로와 떨어져 있어 비교적 한산한 아파트 단지. 4층짜리 건물 열여섯 동이 있는 이곳의 1층 세대에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고 했다. 베란다 밖으로 이어지는 야외 공간을 제집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점에 마음이 동한 부부는 주저 없이 이 집을 선택했다.

1층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돼 바깥출입이 쉽고, 대지 위에 발을 붙이고 사니 왠지 땅기운을 더 많이 받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베란다 밖에 개인 정원을 가꿀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물론 이런 생활도 적성에 맞아야 즐길 수 있는 법.

3 샤워는 침실 욕실에서 하고 사용하지 않는 거실 욕실은 건식으로 바꾸었다. 금색 샤워 수전은 데커레이션.
4 20년 정도 사용해 온 전기 오븐. 그는 어떤 물건이든 조심스레 사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반려동물만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게 식물인지라 신경 써서 정원을 가꾸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행히 부부는 워낙 식물을 좋아해 예전 집에서도 베란다 가득 화분을 두고 식물을 키웠다. 사실 이사 오기 전 이곳 정원은 수풀이 뒤엉켜 있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정원을 전혀 가꾸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바람에 꺾인 나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말 그대로 황폐했죠.” 정원을 새롭게 꾸밀 수 있었던 건 남편 홍사호 씨의 바지런함 덕이다. 한때 분재盆栽가 취미던 남편은 화분에 키워온 여러 나무를 정원에 멋스럽게 옮겨 심었다. 또 화훼 시장에서 각종 채소와 꽃 모종을 사 와 심고,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 전 정원에 나가 물을 주고 돌본다. 이런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완성한 정원은 마치 전문가가 디자인한 것처럼 조화롭고 질서 정연하다. 양경숙 씨 가족은 날이 선선할 때 이제 정원의 덱에 나가 과일도 먹고 차도 마시고 책도 읽는다. 아파트에서도 전원주택의 여유로움을 누린다는 게 가능해졌다.

5 침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앤티크 소품. 콘솔과 테이블 위 디스플레이를 이리저리 바꾸는 걸 즐긴다.
6 정원에 갖가지 식물을 심고 정성스레 가꾼다. 

수집품으로 완성한 인테리어
정원 외에도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양경숙 씨의 뚜렷한 취향이다. 앤티크 가구를 좋아해 오래전부터 하나 둘 사 모아온 그는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자신이 소장한 가구와 잘 어울리도록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블로그에서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을 알게 돼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했다.

박미진 실장이 그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는 사진 몇 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집에 놓인 콘솔과 침대, 테이블 사진을 찍어 박미진 실장에게 전송하고 이런 가구가 놓일 공간이란 걸 알려주었다. 헤링본 패턴 바닥, 클래식한 웨인스코팅(벽 하단부 사각 프레임 패널), 베란다 창문에 설치한 루버셔터 등은 그의 앤티크 가구를 돋보이게 해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였다. “특별히 주문한 건 없는데 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주셨어요. 특히 거실에 시공한 헤링본 패턴 바닥은 제가 가지고 있는 앤티크 콘솔이나 찬장이랑 정말 잘 어울려요.”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새로 산 가구는 식탁 세트뿐, 모든 가구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들이다. 찬장과 콘솔 위에 놓은 그릇들도 꾸준히 사 모은 수집품이다. 그는 손때 묻은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편이라 가구든 전자 제품이든 오래 사용한다.결혼할 당시에 구입해 이제는 찾기도 어려운 앤티크 침대와 20년 가까이 사용하는 전자 오븐, 시골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풍선기(바람으로 가벼운 종자는 날리고 무거운 종자만 채취하는 기계)와 아날로그 전화기 등 집 안 곳곳에 놓인 가구며 소품이 하나같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집을 구경하는 묘미다.

7 바람으로 좋은 종자를 골라낼 때 사용하는 풍선기는 시골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것. 재미난 소품이 된다.
8 5월에 이태원에서 열린 앤티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철제 유모차. 

그는 반듯하게 정돈한 정원처럼 집 안도 부지런히 꾸민다. 남편 홍사호 씨가 그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함께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주말마다 남편과 이태원 가구 거리에 나가 가구와 소품을 구경하는 게 취미 생활 중 하나다. “이태원에서 5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정도 앤티크 벼룩시장이 열려요. 얼마 전에 남편하고 다녀왔는데, 거기서 정원에 놓을 앤티크 유모차를 샀어요.” 이렇게 구입한 가구와 소품을 그냥 쌓아두지 않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인테리어를 바꿔보는 것 또한 그의 또 다른 취미 생활이다. 때때로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을 구입하면 그걸 이용해 새로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기도 한다. 인테리어 공사 후 남은 매립등과 타이머를 앤티크 도자기에 달아 밤늦게 퇴근할 때 깜깜한 집 안을 밝혀주는 스탠드 조명등을 제작했고, 무엇인지 몰라 보관해둔 철제 부품을 활용해 펜던트 촛대와 조명등을 만들어 달았다. 그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솜씨가 남다르다.

오늘도 남편은 정원을 가꾸고 아내는 집을 꾸민다. 이곳에서는 빡빡한 도시 아파트 생활을 느낄 수 없다. 가끔 옆집 정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덱에 앉아 있으면 길 가던 동네 주민과 눈도 마주친다. 20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 이 집에서 이제 반년을 지냈지만, 양경숙 씨 가족은 이곳 생활이 매우 흡족하다. 한번 손에 들어온 물건은 애지중지 사용하고, 한번 터를 잡은 집에 20년을 산 것처럼 그는 이곳에서도 예전과 똑같은 삶을 이어갈 것이다. 

디자인 디자인폴(032-325-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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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