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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아이디 박서지 씨의 프렌치 스타일 아파트 30평대 아파트가 앤티크 홈으로 변신할 수 있는 비결
영어에서 하우스house는 단순히 ‘가옥’ ‘주택’을 뜻한다. 반면 홈home은 ‘가족 생활의 장’으로 ‘내 집’을 의미한다. 미묘한 차이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하우스라면, 감각으로 완성되는 것이 홈이다. 당신의 집을 하우스가 아닌 홈으로 만들고 싶다면, 박서지 씨의 아파트를 눈여겨보라. 감각만 있다면 30평대의 중소형 아파트도 충분히 멋스러운 앤티크 ‘홈’이 될 수 있다.


확장한 베란다의 일부를 미니 서재로 활용하는 등 작은 공간을 두 배 넓게 쓰는 박서지 씨.


스무 살 즈음부터 16년을 타국에서 패셔니스트로 살아온 박서지 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인테리어와 끈끈한 인연을 시작했다. “저희 집 공사를 하려고 한성아이디에 연락을 했죠. 도면에 저의 몇 가지 아이디어를 그려서 회사에 찾아간 게 엊그제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는 심상치 않은 클라이언트였을 것이다. 디자인의 메카인 파리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으니 그 감각이 오롯이 머릿속에, 가슴속에 똬리를 틀고 조신하게 있었을 리 만무하다. 결국 한성아이디 사장의 귀에까지 이 독특한 클라이언트 이야기가 흘러 들어갔고 집이 완성되는 날 박서지 씨는 한성아이디 사장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전형적인 30평대 아파트 구조에 화려한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멋스러운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동서양의 다양한 앤티크 소품이 한몫했다. 기하학 패턴 러그는 앤티크 스타일의 화룡점정.

하나의 아이템을 한데 모아놓는 것, 이것이 바로 박서지 씨가 이야기하는 앤티크 세팅법이다.

공간, 작을수록 잘라 써라
올해로 지은 지 22년 된 면적 103㎡의 사당동 아파트. 마치 “평범한 중소형 아파트도 멋진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직접 보여주는 듯 그는 그곳에 산다.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대 부분 40, 50평대의 넓은 거실을 꿈꿔요. 20년 이상 된 오래된 아파트는 특히 거실이 작은 편이죠. 그래서 레노베이션을 할 때 확 트인 구조를 콘셉트로 잡아요. 40, 50평대처럼 넓어 보이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기능적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버려지는 면적이 많아요. 아이들이 어려서 집 안을 온통 뛰어다닐 수 있도록 넓게 하고자하는 게 아니라면, 공간에 구획을 나누는 쪽이 낫죠. 구획을 나누는 방법으로는 저희 집처럼 커튼을 활용해도 좋고, 움직이는 가벽을 만드는 방법이 있어요.” 그는 말 그대로 거실을 조각조각 잘라 쓰는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 쪽 베란다는 확장하되 양쪽벽은 그대로 두어 그 안쪽으로 생긴 자투리 공간을 아늑한 미니 서재로 꾸몄고, 그 앞으로는 작은 테이블을 두어 커튼을 치면 독립된 또 하나의 공간이 완성되도록 했다.

1 지금은 어느덧 대학생이 된 큰딸의 방. 책상은 박서지 씨가 직접 사이즈와 스타일을 정해 주문 제작한 것. 가구를 주문 제작하려면 그의 단골 목공 숍 유진공예(02-2277- 8462)를 기억할 것.
2 평소 외국 잡지를 보다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사진, 그림 등을 모아 멋스럽게 디스플레이해놓았다.

3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아이들을 위해 주방 옆에 매달아놓은 큰 칠판. 이 칠판의 출현 이후 두 아이에게 벽에 낙서 금지를 외치는 일이 줄었단다.
4 스틸, 나무, 가구, 패브릭 등 여러 가지 소재가 한데 뒤섞여 있는데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앤티크 하우스를 꾸미고 싶다고 굳이 가구를 모두 앤티크로 바꿀 필요는 없어요. 그러려면 기존의 가구를 버려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테니까요. 앤티크 소품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동고동락한 물건으로 꾸민
앤티크 스타일
일반적으로 앤티크 스타일은 아파트에서 구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앤티크 하우스를 꾸밀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앤티크 가구나 소품은 그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강해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인테리어라고. 집 안 곳곳에는 그와 20~30년을 동고동락해온 물건들을 놓아두어 프랑스 어느 뒷골목 벼룩시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이 방 책상도 심상치 않아보인다 했더니 예전에 거실 소파 테이블로 쓰던 것을 다리만 새로 제작해 붙이고, 상판은 페인트칠해서 만들었단다. 사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면 예쁜 가구, 소품을 수도 없이 보고 새로 사고 싶은 유혹에 빠질 법하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새것을 들여놓으려면 헌것을 버릴 수밖에 없을 터. 그는 집에 있던 물건은 피붙이 같아서 작은 것 하나도 버리는 법이 없다. 그리고 새것을 구입할 때는 항상 기존의 것과 잘 어우러지는지 먼저 생각한단다.

(오른쪽) 조형미가 멋스러운 잉고마우러 조명등은 신사동 모노라이팅(02-541-8481)에서 구입.

아이 방은 갤러리처럼, 박물관처럼
박서지 씨는 이렇듯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까닭에 다른 사람의 집을 레노베이션할 때도 기존 가구나 소품을 최대한 살린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이나 공작품 같은 미술 작품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아이 방에 데코 소품으로 활용할 정도. “파리에 살 때 다른 집에 가보면 어느 집이든 아이 방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작은 테이블과 침대 하나 정도 놓은 방에 아이들 소품이 얼마나 많은지. 한쪽 벽면에 아이가 그린 그림, 공작품, 인형, 스티커 등을 잔뜩 붙여 도배를 해놓는데 그게 무슨 예술 작품처럼 특별해 보이죠.” 그도 아이들이 한창 어릴 때에는 갈런드garland로 천장 혹은 벽에 아이들 작품을 매달아놓거나 구로 철판이나 화이트보드를 크게 제작해 아이의 작품으로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이렇듯 어려서부터 자기가 만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하나하나 컬렉션해주는 엄마를 둔 덕에 어느덧 그 아이도 엄마를 따라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나 보다.
 
박서지 씨가 취재팀을 위해 차린 브런치 테이블. 작은 러너를 겹치게 깔고 접시를 포개어놓는 등 세련된 테이블 세팅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매트리스만을 활용한 낮은 침대를 배치함으로써 공간이 확장돼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우리 집에 적용하기
무지 벽지로 페인팅 효과
최근 벽지 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바로 무지 벽지인데, 이는 광택이 없거나 아주 적어서 페인트 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앤티크 스타일의 집을 꾸밀 때에는 그레이 톤이 무난하게 잘 어울리므로 강추! 서울벽지(031-847-9119), 대우 아트피셔 쓰리텍(031-491-9716)의 무지 라인을 선호한다.

트렌드를 가장 먼저 알고 싶다면? 해외 디자인 사이트를 체크하라
눈팅하는 재미, 새로운 시장 정보를 알 수 있는 해외 디자인 사이트. 예쁜 가구로 연출한 이미지 사진이 즐비한 그곳에서 데커레이션 아이디어를 ‘득템’할 수 있다. 리빙 디자인 소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콘란숍(www.conranshop.co.uk)은 박서지 씨가 요즘 핫한 트렌드를 보고 싶을 때 즐겨 찾는 곳이다.

금세기 최고의 라이프스타일리스트 테렌스 콘란의 명성에 걸맞게 ‘모던, 심플, 유머’로 가득찬 제품이 즐비하다. 핀치디자인(www.pinchdesign.com)은 현재 영국에서 촉망받는 젊은 부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를 볼 수 있는 곳.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디자인이 적지 않은 운반비를 부담하고라도 구입하고 싶은 욕망을 마구 자극한다. 닐루파(www.nilufar.com)는 마치 한 점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조형미가 돋보이는 가구들을 ‘눈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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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여정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