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2022년 01월 페르소나

사람은 살면서 여러 얼굴을 지닐 수 있어야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예컨대 동생을 만났을 때와, 스승님을 만나뵐 때 자기 얼굴 표정을 생각해보세요. 연인을 만날 때와, 생전 처음 소개받는 사람을 만날 때의 상황도 그려보세요. 정말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와 얼굴 표정이 달라지지요? ‘나의 여러 모습’입니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인격을 덧씌우는 것을 페르소나라고 하잖아요.

 

이 단어는 가면이라는 뜻을 지닌 옛 그리스어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는 가면처럼 인간은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사람은 여러 가지 가면을 자주 바꾸어 쓸 수 있을 때 충만해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낯선 풍경을 보았을 때 감정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겠지요. 그때는 자주 드러내지 않던 표정이 얼굴에 드리우지요. 반가움, 기대, 의심, 흥분, 호기심….

 

그리스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스토리 아세요? 올림포스 최고의 가수 오르페우스 때문에 음악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한 내용이어서 많이들 아실 거예요. 그가 아름다운 에우리디케와 결혼을 합니다. 그들이 신혼 시절 산에 놀러 갔다가 그만 에우리디케가 저승 안내자 뱀을 밟아 죽게 만듭니다. 그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 아내로 인해 상심에 빠진 오르페우스의 슬픈 음악과 노래에 산천초목도 슬퍼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찾기 위해 지옥으로 가는 길에 그의 노래에 취한 인색한 뱃사공도 뱃삯을 받지 않고 태워줍니다. 그는 저승의 신 하데스와 담판을 벌인 끝에 그녀를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도록 허락을 받습니다. 다만 하데스가 내건 조건은 딱 하나,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에우리디케는 죽게 됩니다. 그 한 가지 조건은 그들이 지옥을 탈출할 때까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앞서가는 오르페우스와 뒤따르는 에우리디케는 통곡의 강, 망각의 강을 건너 긴 지옥에서 거의 벗어납니다. 이제 몇 발짝만 더 가면 지옥 탈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에우리디케가 잘 따라오는지 궁금하던 오르페우스가 그만 뒤돌아보고 맙니다. 그 순간 그녀는 검은 재가 되어 사라져버리죠. 대충 이런 스토리인데, 저는 어이없어했죠. 뒤를 돌아보지 말랬는데 뒤를 보았더니 소금 기둥이 되었다는 어떤 이야기처럼 말도 안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야 이 스토리가 이해되는 걸 보면 저도 참으로 늦되는 사람인가 봅니다.

 

이 긴 서사는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본다는 것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 믿음이라는 묵직한 단어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이 1백 냥이면 눈이 90냥이라고 한 것도 본다는 것의 깊은 의미 때문이었나 봅니다. 이거 제가 문득 깨우친 건데요, 이래서 우리가 집에만 있으니 지루하고 짜증이 나는가보다 하고 말입니다. 동의하지 않으세요? 우리는 코로나19로 너무나 같은 풍경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어디론가 팍 떠나고 싶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러할 때 <행복이 가득한 집>이 도와드릴 거라고는 사진 몇 장 보여드리고, 몇 줄이라도 좋은 글 읽게 해드리는 것뿐입니다. 한 쪽 한 쪽 넘기면서 많은 사람 만나시고요, 상상 보태서 많은 걸 보시기 바랍니다.

 

머릿속에서라도 여러 가지 가면이 만들어지면 앉아서 성공한 것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영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