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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누군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하니?” 늘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은 있기는 한 걸까? 그렇다고 답하자니 어제 죽고 싶던 일이 걸리고, 아니라고 하자니 자신이 불쌍하고 초라해진다. ‘예스와 노’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데, 불현듯 9년 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강연이  떠오른다. 대표적 행복 연구가인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강연이다. 그는 ‘행복의 저력’에 관한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저는 평생 행복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토록 오래 행복을 연구했다니, 행복에 대해 알게 된 게 무어냐고? 참 난처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나도 안 한 내 여동생이 나보다 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마치 거울로 내 뒤통수를 보려는 일과 비슷하지 않은가? 뒤통수를 거울에 비추는 순간 눈은 거울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행복을 욕망하는 순간 행복은 내 삶과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니. 답할 수 없다면 질문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행복이 뭐니?” 그래 이 질문이 먼저여야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행복한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다. 최고의 카피라이터인 정철 작가는 <세바시>에서 행복의 정의를 그 반대말로 풀어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카피다. 불행은 모호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불만을 목록으로 적으라면 서너 장을 넘기는 건 일도 아니다. 추상을 구체로 끌어내리니 그 뜻은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반대말을 안다고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행복은 불만의 건너편에 여전히 뿌옇게 서 있다. 이쯤 되면 내가 가장 아끼는 행복에 관한 세바시 명언을 ‘깔 수밖에’ 없다. 강연자는 배우 권해효이다.  “행복은 근육과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진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근육을 써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행복을 써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에 관해 이보다 더 절묘한 비유가 있을까. 약이나 음식으로 근육을 키울 수 없다. 근육을 쓰고 또 쓰고, 계속 단련해야 근육을 만들 수 있다. 행복도 그러하다. 행복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삶의 봉우리이자, 동시에 그 봉우리로 가게 하는 근육이다. 힘들어야 힘이 생긴다. 이 또한 근육을 만드는 원리이다. 고난과 고생이 행복을 얻는 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 원리가 잘 설명한다.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이제 답할 수 있나? 그렇다고 답하겠다. 그래야 정말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숙제가 남는다. 말만 하는 것으로 행복을 ‘쓴다’고 할 수 없으니 행동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가 <세바시>에서 공짜로 밝힌 행복의 비법이다. 4백만 명 가까운 사람이 비법을 받아 갔다. 그 비법은 자신에게 꼭 맞는 수면 시간을 알아내고, 그 시간을 지켜 잠을 잘 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열 살짜리 소녀의 대답에서 찾았다. 딸에게 물었다. “희재는 언제 행복해?” “숙제 다 하고 TV 볼 때.” “숙제 안 하고 TV 보면 어떤데?” “TV 본 다음이 지옥이 되지.” “아….”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행복하려면 제때 할 일 다 하고, 제때 잘 자는 것이라고.   

 


구범준 PD가 ‘깔 수밖에 없던’ 행복 명언을 듣고 나니 <행복> 독자들 모시고 강연 한번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치솟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강연 콘텐츠 브랜드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대표로 세상의 좋은 강연을 죄다 모으고 나눠왔으니 그럴 만합니다. 구범준 PD는 CBS 라디오 PD로 입사해 시사교양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CBS TV의 편성 전략 기획도 담당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이장호 감독의 누군가를 만나다> <김창옥의 만사형통> 등 인기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2011년 5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기획·연출하면서 지금까지 3백여 차례 강연회와 총 1천4백여 편의 <세바시> 강연을 제작했습니다. 2017년 4월에 (주)세상을바꾸는시간15분을 설립, 이 회사의 대표PD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글 구범준 | 담당 최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