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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메타버스 시대의 행복

‘Mind Mover’, 제가 생각하는 저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찾는 연구자입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즐거운 경험이나 재미는 크게 스무 가지로 나뉩니다. 매혹, 도전, 경쟁, 완성, 통제, 발견, 에로티시즘, 탐험, 자기표현, 판타지, 동료 의식, 양육, 휴식, 가학, 감각, 시뮬레이션, 전복, 고난, 공감, 전율입니다.  

 

일상생활과 소통에서 이런 재미를 느끼게 유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기업에 전파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최근에는 현실을 초월한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더 확장된 경험과 재미를 찾는 기업과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게임, 가상현실, 음식 배달 앱, 원격 회의 등이 넓은 의미로 보면 모두 메타버스입니다. 우리는 이미 현실과 메타버스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서 나열한 스무 가지 재미를 메타버스에서 충분히 느끼면 우리 삶은 행복해질까요? 스무 가지 중 하나인 양육은 다른 존재를 돌보고 성장시키며 경험하는 즐거운 감정입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양육의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아바타(메타버스에서 나를 상징하는 존재)가 반려동물을 키우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실험을 해보면 사용자는 메타버스 속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양육의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자녀나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느끼는 양육의 감정과 메타버스에서 경험하는 양육의 감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감정의 깊이와 폭이 비슷할지라도, 그 경험에 담긴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즐거움과 행복을 다르게 봅니다. 즐거움의 감정을 넘어 자기 존재의 의미가 담긴 무언가를 행하면서 인간은 행복해진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입니다.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존재를 돌보는 것, 현실에서 실존하는 누군가를 돌보는 것, 둘 중에서 내 존재의 의미가 담긴 것이 무엇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스무 가지 즐거움을 누리고 그 즐거움이 내 존재의 의미에 닿는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가 나열한 스무 가지 재미 중 여러분 삶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미 누리고 있는 재미이지만 여러분 존재의 의미에 닿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 공간이 현실이건 메타버스이건 여러분이 진정으로 바라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 즐거움이 여러분 존재의 의미와 어우러지기를 기원합니다.    

 

말하자면, 메타버스가 뜨는 이유는 현실에서 부족한 행복의 조건이 그 세상에선 충족되기 때문일 겁니다. 디지털 지구를 처음 국내 대중에게 알린 김상균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메타버스 시대에 ‘행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답은 적확하고, 명쾌합니다. 풀어 쓰자면 “행복하고 싶다면, 너 자신을 알라” 정도겠지요. 메타버스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인지과학, 교육공학, 로보틱스와 산업공학을 공부하고 게임 세상을 탐험 중인 인지 과학자입니다. 공공 기관, 기업, 방송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기억 거래소> <교육, 게임처럼 즐겨라> 등의 책을 펴냈습니다.  

 


글 김상균(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담당 최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