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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월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행복이 가득한 집’

대학 시절 인테리어디자인 사업을 하던 누이 덕에 서가 한가득 <행복이 가득한 집>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우리 사회는 <행복>에 등장하는 멋진 집과 물건이 제시한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어른들은 데모하고 술 마시는 자녀가 불안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생경한 동경의 공간일 뿐이었다. 1990년대가 되면서 사회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2018년 드디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1958년 개띠 어른들이 국민소득 70달러 국가에서 태어나 환갑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노력으로 3만 달러 시대를 일궈낸 것이다. 현대 인류 1백 년사에 인구 3천만 명 이상 국가에서 유일하게 이뤄낸 기적이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창간한 1987년 이래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30여 년을 폭풍과 같은 혁명의 시대로 살아냈고 이제는 경제 규모 세계 11위, 개인의 행복을 생각해도 좋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대륙으로부터 새로운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 포노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인류를 의미한다. 우버Uber를 타고 에어비앤비AirBnB로 여행을 다니며 아마존Amazon으로 소비하는 등 거의 모든 일상의 필요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이들이 바로 포노족이다. 이 새로운 인류는 이미 세계 인구 40억 명을 차지한다. 이들과 기성세대는 삶의 표준이 다르고, 행복의 기준도 당연히 다르다. 1980년 이후 태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생인 Z 세대가 포노족의 주력 세대로, 이들은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며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이 새로운 인류의 등장이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행복이 가득한 집’을 정의하는 데 새로운 어려움을 가져온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야 어느 국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간극이 특별히 더 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아버지와 국민소득 70달러 시대에 태어난 아버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인 아들과 3만 달러 시대에 태어난 Z 세대의 손자가 함께 사는 가정을 상상해보라. 도대체 행복의 기준을 어디다 두어야 할까? 이것이 지금 행복은 드물고 혼란만 가득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스마트폰이라면 무조건 중독을 떠올리는 세대와 혁신으로 인지하는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가정이 ‘행복이 가득한 집’이 되려면 해답은 ‘배려’밖에 없다. 방향은 명확하다. 미래는 이미 정해졌으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서로 배려를 통해 새로운 포노족 문명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어른 세대는 애써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젊은 세대는 어른도 쉽게 쓸 수 있는 디지털 문명의 근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라나는 Z 세대를 새로운 지구 표준 문명의 인재로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 도전의 시작은 언제나 나부터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만들려면 먼저 행복으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 내 마음에 배려의 길을 내자. 그래야 행복이 가득한 집의 문이 열린다. 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해답은 사람에게 있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가 <행복이 가득한 집>이 창간한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행복을 되짚으며 새로운 시대, 우리 가정에 행복을 가득 채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 교수는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는 4차 산업 혁명 권위자입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위기보다는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혼란과 불안보다는 현명함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의 저서는 <포노 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습니다.

 

글 최재붕 | 담당 정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