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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놀랍게도 동양의 가장 오래되고 깊은 고전인 <논어>에는 즐거울 낙樂 자와 기쁠 열悅 자가 많이 나온다. 공자님이 추구한 인간상은 군자君子요 그의 덕성은 인仁이지만 우리에게 권하는 삶은 기쁘고 즐거운 삶인 것이다. 우선 이러한 내력은 <논어>의 처음 부분에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 나오는 기쁠 열(說=悅)이 그것이고 ‘먼 데서 벗이 스스로 찾아오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의 즐거울 낙이 그것이다. 합치면 ‘열락悅樂’이 된다. 인간에게 기뻐하고 즐거운 마음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살아가는 원동력이기에 그러하다. 기뻐하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행복이란 것도 이 즐겁고 기쁜 마음이 불러오는 구체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사람들이 불안하다, 소외되었다, 우울하다, 살아가는 데 지쳤다… 그러는 것도 실은 즐겁고 기쁜 마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기뻐하고 즐거워할 일이다. 마음의 노력과 마음의 방향을 그쪽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즐겁고 기쁜 마음이 된단 말인가? 긍정적 마음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좋게 보고 반듯하게 보아야 한다.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부정적이고 삐딱한 마음으로 보면 세상만사가 삐딱하고 어둡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마음먹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가난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궁핍한 마음이 아니라 작은 것, 오래된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말한다.  

 

이러한 마음을 나의 일이나 나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말고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 타인을 대하거나 바라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좋게 말해주고 좋게 대해주는 것 또한 시급하다. 타인의 기쁨이나 즐거움을 망치고 방해하는 일은 될수록 삼가는 것이 좋겠다. 가능하면 밝은 면, 좋은 면을 보아주고 말해주려고 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유아원에 다니던 때의 이야기다. “어진아, 어진아. 유아원에서 누가 제일 좋아?” “황 선생님.” “왜 좋아?” “잘해주니까.” 그렇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잘해주면 좋아하는 것이다. 남에게 잘해준다는 것! 이것은 매우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이나 친지에게 잘해준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익숙한 사이고 편한 관계이기 때문에 소홀히 대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잘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동 하나,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상대방의 기쁨과 즐거움이 결국은 나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내 편에서 잘해주고 곱게 대해주면 흘러가는 흰 구름도 좋아할 것이고, 바람도 좋아할 것이고, 숲속 길의 나무나 새들까지도 좋아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이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특별하지도 않다. 우리 생활 터전의 작은 것들 속에 숨어 있다. 그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될 때 우리가 소원하는 행복이란 것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이야말로 성현의 가르침이요, 살아 있는 우리가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삶의 명제인 것이다.  

 

‘풀꽃’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조심하고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다시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으로 돌아온다는 자명한 진리에 새삼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습니다.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시작으로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총 39권의 시집과 <풀꽃과 놀다> 등 산문집 10여 권을 냈습니다. 최근엔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 수록된 시가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글 나태주 | 담당 정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