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2015년 09월 나를 잊은 시간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연구에 몰두하면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지요. 만년의 그가 난로 곁에 있으려니 더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참다못해 하인을 불러 난로의 타는 불을 꺼내버리라고 했답니다.

“선생님, 그렇게 더우면 어째서 의자를 뒤로 물리지 않으십니까?”

“아, 그렇군! 그런 방법도 있었군.”

언젠가 겨울에 여러 명이 유럽을 여행했습니다. 런던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걸리는 다른 도시를 가려는 날, 아침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좌석에 앉고 보니 두어 칸 앞쪽에 우리 일행 중 한 여자 친구만 떨어져 앉게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우리 중에 가장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가 외국인과 같이 앉게 된 것이 살짝 걱정되었습니다.

비행기는 출발이 지연되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앞에 앉은 그녀는 옆자리의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둘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머리가 가까워졌고, 뒤에 앉은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쟤들 봐라?” 하는 눈빛으로 모두 감시팀이 되었으며, 속으로는 ‘이상하다, 영어… 어떻게 저렇게 오래…?’ 하고 생각했습니다. 두 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휙 우리를 돌아다보면서 물었습니다.

“다 왔어?”

와, 비행기는 그때까지 뜨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녀의 소통 능력에 경이로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보다 같은 공간에 앉아 있었지만, 비행기가 떴는지 안 떴는지도 모를 만큼 온전히 몰두한 그녀의 두 시간과 하릴없이 극도록 지루해하던 우리의 두 시간은 달랐습니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것이 평등하려야 평등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지만, 그 시간을 사용하는 감정에 따라 똑같지가 않으니까요. 가장 먼 곳을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재밌는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게 바로 시간에 대한 훌륭한 대답입니다.인생에서 나를 잊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데, 한편으로 그때가 가장 기억나는 시간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고통은 물론 희망마저도 생각하지 않는, 바보가 되는 행복한 마비 상태! 이런 시간을 자주 겪은 사람일수록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겼을 것이며, 재미있는 인생을 보낸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행복이가득한집>을 통해 무언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페이지를 넘기는 여러분이 잠깐이라도 자신을 잊는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추신 :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그녀, 그 뒤에 그 외국 남자를 만났느냐고요? 그녀는 그 비행기에서 내린 뒤로도 전과 같이 우리 뒤를 따라다녔지만, 전에 없던 자부심으로 훨씬 이마가 넓게 보인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