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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호 몇 페이지에 나온 기사의 사진에서 본 건데요,그거 어디서 사면 되나요?”“네? 잠깐만요. 네, 제가 그 페이지를 펼쳤는데 어떤 걸 말씀하시나요?”“오른쪽 사진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소품인데요.”“아, 네. 이걸 말씀하시는 거군요.”“그거 어디서 얼마에 파는지 알려줄 수 없나요?”“글쎄요….”“그것 좀 그분 댁에 물어봐서라도 알려줄 수 없나요? 어디서 샀는지…. 꼭 좀 알려주세요.”“아, 네. ...
    2009.03
  • “아, 이 양반 팔십둘에 돌아가셨네.”“누가 돌아가셨어요?”“측천무후.”“에잉? 누구?”잠시 그가 누구인지 생각하다가 거의 화를 내면서 되묻는 우리 어머니.“그 양반이 우리 친척이나 되우? 나한테까지 부고장 돌릴 일 있수?”최근 눈도 어두워지면서 더욱 향학열(?)에 불타는 아버지께서는 역사 소설을 읽어주는 테이프를 구하셔서 틈만 나면 리시버를 귀에 꽂고 들으십니다. 그러다가 측천무후가 돌아가셨다는 대목에서 리...
    2009.02
  •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
    2009.01
  • 보내주신 책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소박한 정원>이라는 책을 옆에 두고 조금씩 읽으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정원 때문에 생각났는가 봅니다. 1987년 10월 15일 폭풍우가 영국 남부를 덮쳐서 무려 1억 5천만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큰 재해를 겪었답니다. 그 처참한 현장은 재앙 그 자체여서 연일, 그리고 오랫동안 앞다투어 보도되었다고 합니다.이로써 여러 가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2008.12
  • 남서풍에 향기가 실려 오고, 귀뚜라미 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바뀌는 이맘때는 늘 아름다웠다.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의 흰 자작나무 위로 흰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광경은 숨 막힐 만치 아름답다.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중이 글귀를 날려 보낸 사람한테 일단 잠깐 감사, 그리고 나중에 시간 나면 보아야지 하고 옆으로 미뤄두었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시를 보...
    2008.11
  • “이게 뭐야?”“그러기에 들어오지 말라니까….”친구는 머쓱하게 제가 앉을 자리를 만들면서 도리어 왜 왔느냐고 핀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아직 짐을 못 풀었어… 아마 마음의 짐이 안 풀렸는지도 모르지….”씁쓸하게 고개를 돌리는 그녀는 남편과 거의 헤어질 것 같은 상황을 맞고 있었습니다.이렇게 따로 나오기 전의 그녀와 집은 남다른 눈썰미, 손맛, 거기에 깔끔함까지 갖추어 친구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자문까지 ...
    2008.10
  • “으메, 이거 무신 맛이여. 오줌 맛만도 못한 걸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가 있데그려. 물장사, 물장사라 카드니 이럴 때 쓰는 말인겨.” 고속도로 휴게실에는 쏟아놓은 승객들로 왁자지껄한데 어느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무얼 가지고 그러는 걸까, 뒤돌아보니 이온 음료 캔을 한 모금 뱉어내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제 손에도 같은 캔이 들려 있었으니 “몇 번 마셔보세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다니까요. 나중에는 ...
    2008.09
  • 한겨울의 산속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눈이 쌓여 있는데, 새끼 곰 한 마리가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든 듯 둔한 몸으로 커다란 바위 아래서 비척비척 기어 나왔습니다. 시절로 볼 때, 곰은 한창 동면을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는 왜 깨어난 것일까요? 카메라가 새끼 곰을 좇으니,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눈이 녹은 바위 위에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해 질 무렵이 되자 내려와, 다시 바위틈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었...
    2008.08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마음을 얻는 것이 천하를 얻는 일이요, 마음을 세우는 것이 나를 세우는 일이라 했던가. 이러한 마음을 전하고 마음을 얻고 마음을 간직하는 데 시詩만 한 것이 있으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고르고 마음을 세우는 일은 시심詩心, 그러니까 시의 마음에 가깝다. 마음의 맨 윗길에서 가장 말갛게 제 스스로를 비추고 있는 것, 마음의 맨...
    2008.07
  •  지난 석가탄신일은 내 50돌이기도 했다. 살면서 인류 구원을 한 인물도 아니니 해마다 꼬박꼬박 찾아오는 생일이 뭐 그리 대단하랴. 우리 가족에게 생일이란 애틋한 카드 한 장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면 충분했다. 그래도 50돌은 좀 특별했던지 남편과 아이들이 며칠 머리 맞대고 꾀를 보태 <서유난 여사 일대기-전반전>이란 근사한 사진집을 만들어 선물로 내놓았다. 케이크 안엔 보석 선물도 들어 ...
    2008.06